1. 책소개
거대한 재앙에서 살아남은 일가족 11명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배의 정원은 8명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차세대 프랑스 누아르 소설가 중 가장 뛰어난 작가로 손꼽히는 상드린 콜레트의 『파도가 지나간 후』. 거대한 쓰나미로 파도에 포위된 섬에서 살아남은 일가족 11명이 정원이 8명인 배를 타고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자연의 무자비함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생존 앞에 내몰린 인간의 이성과 본능이 일으키는 갈등의 딜레마가 숨을 멎게 하는 심리 스릴러이다. 그뿐만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하여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은 누구를 남길 것인지 고통스러운 물음을 던지는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장소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3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부모는 가장 유약한 아이들 셋만 남겨놓고 일선으로 행동력이 있는 큰 아이들과 떠난다.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내린 최선의 결정이다. 8명의 식구가 배를 타고 떠난 바다에서 펼쳐지는 2부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숨 가쁘게 흐른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넘실대는 바다 한가운데서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고지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이 떠난 지 9일째 되는 날 섬에서 시작되는 3부에서는 가장 작고 약한 자들, 어리고 힘없고 몸도 성치 않은 루이를 포함한 세 아이들이 가족을 찾아 자신들의 힘으로 항해를 하겠다는 놀라운 투지로 예상 밖의 감동과 결말을 선사한다.
출처: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상드린 콜레트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2013년 마흔이 넘어 발표한 첫 소설 『강철 매듭Des nœuds d'acier』으로 프랑스 추리문학대상을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이어 『여섯 마리 흰개미Six fourmis blanches』, 『먼지만 남아Il reste la poussi?re』(2016년 랑데르노 문학상 수상) 등의 소설을 발표했고, 작품 속에 인간의 본성, 한계상황, 존엄성 등의 굵직한 화두를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2018년에 발표한 『파도가 지나간 후』에서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인간의 이성과 본능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동시에 장르적 재미도 놓치지 않아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상드린 콜레트는 낭테르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가르치고 여름휴가와 휴일에는 부르고뉴에서 말을 돌보며 글을 쓴다.
출처: 교보문고
3. 목차
프롤로그
8월 19일 아침-섬에서
8월 19일 아침-바다에서
8월 28일-섬에서
옮긴이의 말
출처: 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그들은 비에 홀딱 젖은 새끼 고양이처럼 넋 나간 눈을 하고 서로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뜨거운 빗방울과 세찬 바람의 등쌀에 이따금 눈만 끔벅거렸다. 어차피 눈앞은 바다, 온통 바다였다. 아니, 앞뒤 좌우 가릴 것 없이 사방 천지가 바다였다. 고작 6일 만에, 미처 적응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세상이 예전 같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그들도 진즉에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한 식구는 그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아홉 명의 아이들은 미쳐 날뛰는 날씨와 거의 쉬지도 않고 퍼붓는 폭우에 시달린 나머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그들은 집과 그 주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_「프롤로그」, 10쪽
사랑도 이제 없어. 명예도 이제 없어. 우리는 짐승과 다를 바 없어. 하지만 마디는 파타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었다. 그런 말로 육신과 영혼을 난도질할 필요가 있을까. 파타는 많은 것을 책임지고 있었고, 침묵으로도 충분했다. 그 침묵이 지나고 난 후, 애들 아빠가 먼저 진정하고 말을 꺼냈고 일은 벌어졌다. 이제 엄마의 무언, 그녀가 하지 않은 말이 영원히 파타의 머릿속에서 맴돌 것이다. 파타는 매일같이 그 말에 일말의 진실은 없는지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맹세도 할 수 있었다. 섬에 남을 세 아이를 마지못해 선택했지만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한 적 없었다. 마디가 자기 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거다. 마디는 결국 그 말을 뱉었다. 속에 담고 있기에는 너무 버거운 말이었으니까.
“절름발이, 애꾸, 난쟁이. 그러니까 제일 성치 못한 애들을 남기자는 거네. 타고난 불운에 어미 아비가 쐐기를 박는 셈이야.”
_「8월 19일 아침, 섬에서」, 44쪽
그녀는 속이 두 갈래로 찢어지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는 것밖에 몰랐다. 한 갈래는 여기 이 배에 여섯 아이와 함께 있었고, 나머지 한 갈래는 세 아이와 함께 섬에 남아 있었다.
아니, 말 같지 않은 소리였다. 한 갈래고 나발이고 간에, 그녀가 섬에 남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가슴이 찢어진다 한들 무슨 소용 있나? 넋만은 여기서 뛰어내려 섬에서 아이들을 보호한다 한들 무슨 소용 있나? 다 헛소리다. 그런 건 다 알량한 자기 위로에 불과하다. 그깟 위안으로는 그녀 안의 공포도, 소리 없는 통곡도 다스릴 수 없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아이들은 섬에 자기들만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터였다.
_「8월 19일 아침, 바다에서」, 152~153쪽
이제 사는 것처럼 사는 사람은 저 어린것들밖에 없다. 그가 다음의 일, 다음 끼니를 앞질러 고민할 때 과거를 잊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순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저 아이들이 백 번 천 번 옳다. 파타는 어린 딸들의 동물적인 자발성이, 계산이 깔리지 않은 생동감이 부러웠다. 그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지 않고 내일로 나아가니까. 선악을 모르는 백지 같은 영혼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들은 이기적이고 눈부셨다. 파타는 딸들을 눈 속에 품고 한두 시간쯤 선잠을 잤다. 딸들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_「8월 19일 아침, 바다에서」, 215쪽
길지도 않은 밤이었지만 파타는 몇 번이나 소스라치며 일어났다. 그는 불행은 항상 마지막 순간에 닥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꼬맹이들이 잠들기 전에 육지에 가면 어떻게 살게 될지 종알거릴 때에도 그는 손가락을 내밀며 아무 말도 못 하게 했다. 쉿. 유령과 사악한 영들을 깨워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들을 무시하고 김칫국부터 마셨다가는 큰코다친다. 그는 딸들에게 미소 띤 얼굴로 속삭였다. 내일이 되어보면 알겠지.
_「8월 19일 아침, 바다에서」, 221쪽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세 아이 중 어느 하나가 불행을 끌어들이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도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두 발 뻗을 겨를도 없이, 서광이 비칠 틈도 없이, 희망을 품을 새도 없이 이처럼 악재에 악재가 거듭될 수 있을까. 숨 한번 들이마실 새도 없이 이러는 게 어디 있나.
그들에게 악운이 따라다닌다면 셋 다 문제가 있는 걸까, 어느 한 명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 아니면, 세 명 모두의 탓일까. 애초에 온전치 못한 데가 있어서 한쪽으로 밀려난 아이들 아닌가. 이 사실이 가슴에 사무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웃기는 일이겠지. 그리 대수롭게 여겨지지도 않았던 기형이 어느 날 문제가 된 거겠지. 아, 그래, 저 셋은 좀 모자란 데가 있어. 자연 혹은 운명에 버림을 받은 게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세 아이만 섬에 남겨졌던 것은 아닐까. 콕 집어서, 절름발이와 애꾸와 난쟁이가 남겨진 이유가 달리 있을까.
실수로 태어난 아이들.
이제 곧 죽을 아이들.
_「8월 28일, 섬에서」, 373~375쪽
출처: 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무자비한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내몰린 일가족이
생존 앞에서 맞닥뜨린 잔인한 선택의 딜레마
■ 책의 내용
엿새 전, 화산이 바닷속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고, 언덕 높은 곳에 위치한 집은 무사했지만 열한 살의 루이와 그의 부모, 8명의 형제자매를 둘러싼 세상은 사라졌다. 이제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은빛의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조대를 기다린 지도 엿새, 먹을 것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바다의 수위는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다. 부모는 고지대를 찾아서 떠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8명이 정원인 작은 배에는 11명의 가족 모두 탈 자리가 없다. 부모는 막다른 선택,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소설은 누구를 남길 것인지 고통스러운 물음을 던지는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장소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3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부모는 가장 유약한 아이들 셋만 남겨놓고 일선으로 행동력이 있는 큰 아이들과 떠난다.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내린 최선의 결정이다.
8명의 식구가 배를 타고 떠난 바다에서 펼쳐지는 2부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숨 가쁘게 흐른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넘실대는 바다 한가운데서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고지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이 떠난 지 9일째 되는 날 섬에서 시작되는 3부에서는 가장 작고 약한 자들, 어리고 힘없고 몸도 성치 않은 루이를 포함한 세 아이들이 가족을 찾아 자신들의 힘으로 항해를 하겠다는 놀라운 투지로 예상 밖의 감동과 결말을 선사한다.
마흔이 넘어 발표한 첫 소설 『강철 매듭』으로 프랑스 추리문학대상을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한 상드린 콜레트는 그동안 특유의 몰입감 있는 문체로 인간의 본성, 한계상황, 존엄성 등의 굵직한 화두를 담아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이 책 『파도가 지나간 후』는 거기서 더 나아가 심리 스릴러라는 틀 안에서 장르적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콜레트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는가 하면, 자연의 무차별적인 공격 장면은 야생적이고도 거침없는 건조체를 사용하여 그 간극으로 특유의 리듬감을 연출함으로써 뛰어난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페이지 터너로서의 저력을 보여준다.
출처: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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