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데뷔 이래 단 네 권의 소설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 19개를 수상한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빛나는 걸작
펴내는 소설마다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소설 「그녀를 지키다」가 정혜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수도원 지하에 유폐된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비밀을 석공 미모의 굴곡진 삶을 통해 풀어 가면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당시 이탈리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난관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소설의 장면 장면을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생동감 넘치게 담아 냈다. 바티칸이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비밀스러운 사연부터,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석공예가의 고난과 역경, 그의 운명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의 자유를 향한 투쟁까지.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이탈리아 소도시 피에트라달바의 오렌지나무 가득한 풍경 한가운데에서 짙은 사이프러스 향을 맡고 석공의 돌 쪼개는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주인공 미모와 함께 하나의 생애를 살아낸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공쿠르상이라는 영예가 결코 무겁지 않은, 귀하고 드문 걸작이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 칸에서 자라면서 단편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파리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데뷔 영화 「데드 엔드Dead End」로 각종 상을 수상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으며, 그 이후 「빅 나싱Big Nothing」(2006), 「눈물의 형제들La confrerie des larmes」(2013)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보다는 〈소설〉이라는 매체가 자신을 매료시킨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2017년 첫 소설 『나의 여왕Ma Reine』을 발표했다. 지적 장애를 앓는 사춘기 소년의 강렬한 첫사랑을 그려 낸 이 작품은 프랑스 데뷔 소설상과 중고생을 위한 페미나상 등 크고 작은 문학상 12개를 받았다. 이후 2019년 『1억 년과 하루Cent millions d’années et un jour』를, 2021년 1월에는 『악마와 성도Des diables et des saints』를 발표했다. 공항과 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69세 노인 조의 고난과 사랑, 음악의 관계 속에 드리워진 베일을 걷어 내는 이야기인 『악마와 성도』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인 RTL-리르 대상을 수상했다. 『그녀를 지키다』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수상하고 프낙 소설상과 엘르 그랑프리를 받았다.
출처:본문중에서
3. 책속으로
나는 부모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흑마술이 작용했다 해도, 돌은 내게서 앗아 간 그만큼 나를 채워 줬다. 돌은 늘 내게 말을 걸었는데, 석회암이든 변성암이든 땅속에 누운 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내가 곧 몸을 뉘일 묘석이든 간에, 모든 돌이 그러했다.
─ 32면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사제는 그 말에 담긴 아이러니를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거기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있죠. 그녀를 볼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야
─ 47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건 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기분 전환 방법이었다. 다섯 살 적에 할머니를 매장하는 동안 어떤 무덤 위에서 우연히 잠이 들었고, 그 뒤로 그 일에 빠져들었어, 하고 비올라가 알려 줬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머리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이야기들, 결과적으로 아래에서 속삭여 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 109면
「미모 비탈리아니,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 앞에서,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도울 것이며,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그리고 나, 비올라 오르시니, 나는 미모 비탈리아니가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미켈란젤로에 필적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되도록 도울 것이며, 그가 결코 추락하게 놔두지 않겠노라고 맹세합니다.」
─ 148면
진정 그렇다면, 지상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보다 더 신성한 작품이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그 작품은 하나의 흉기이다. 그리고 바티칸의 남자들은 보나 마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걸 숨기기를 정말 잘했군.
─ 166면
통일 왕국 대신에 여전히 토호들, 소두목들, 불한당들, 판관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권력을 휘둘렀다. 그해 10월 28일, 그들 가운데 가장 힘센 자들인 파시스트들, 파시스트 행동대원들, 옛 유격대원들이 자신들의 운을 시험했다. 잡다한 무리가 현 정부를 위협할 작정으로 로마를 향해 진격했다.
─ 289면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즉시 나를 덮치며 강타한 것은 눈앞에 펼쳐진 색채들, 그리고 결코 본 적 없는 온화함을 드러낸 성모의 얼굴이었다. 아니, 이 말은 거짓이었으니, 비올라가 내게 빌려줬던 최초의 책에서 그와 똑같은 성모를 봤으니까.
─ 292면
비올라를 뚫어져라, 진짜로 바라봐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애의 두 눈은 다른 세상으로, 광기와 인접한 지식으로 열리는 문이었다.
「네가 올지 몰랐어.」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잊지 않았으니까. 1918년 6월 24일에 10년 뒤에 보자고 약속했잖아. 네가 옳다는 걸 인정해. 너는 시간 여행을 하는구나.」
─ 362~363면
나는 비올라에게 내가 파시스트들만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니라고, 게다가 그들은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올라는 독일 내 유대인 문제를 거론하고 여러 도시들과 사람들의 이름을 읊어 대고 이런저런 장소들과 살인들, 내 눈앞에 있지만 내가 보지 않는 편을 택하고 만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했는데, 그로 인해 그 몇 해를 수놓았던 수많은 다툼에 또 다른 다툼을 하나 더 보탰다. 우리의 불만은 훌륭한 우주적 쌍둥이답게 완벽한 대칭을 이뤘다. 비올라는 내가 새로운 세계의 탄생에 참여한다고, 그 세계의 주요 행위자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비난했다.
─ 408면
1951년의 어느 날, 비탈리아니의 작품을 안치한 뒤 지하 저장고의 문을 닫았고, 이야기는 거기서 멈춘다. 이후로는 그 작품이 거기 있다는 소문이 돎에 따라서 점점 더 엄격해지는 일련의 보안 조치들이 생겨날 뿐이다.
─ 549면
「떠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최악의 폭력, 그건 관습이지. 나 같은 여자, 똑똑한 여자, 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런 여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습.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 유일한 비밀이라는 건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 내 오빠들, 그리고 감발레네 사람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이 보호하려고 애쓰는 건 바로 그거야.」
─ 595면
출처:본문중에서
4. 출판사서평
★★★ 2023년 공쿠르상 수상작
★★★ 2023년 프낙 소설상
수도원 지하에 누구도 볼 수 없게 가둬진 피에타와
그 조각상에 숨겨진 신비롭고도 가슴 아픈 비밀
이탈리아의 사크라 수도원, 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 수도원에는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고, 이제 하나의 비밀이 더 추가될 참이다. 그것은 바로 바티칸의 엄명으로 지하에 감금된 피에타 석상이다. 석상이 있는 공간은 겹겹의 잠금장치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으며, 드나들 열쇠를 갖고 있는 건 수도원장뿐이다. 대체 이 석상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이야기는 피에타를 조각한 석공 미모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소증으로 갓 태어난 미모를 본 동네 아낙네들은 〈일 디아볼로(악마 같은)〉라고 중얼거리며 성호를 그었더랬다. 미모는 아직 어린 열두 살 나이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한 석수장이에게 맡겨졌고, 그와 함께 이탈리아의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에 일을 하러 갔다가 평생의 운명이 될 소녀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한 번 본 것은 뭐든 외울 수 있고 앉은자리에서 국제 정세를 꿰뚫을 정도로 천재적 두뇌를 소유한 비올라이지만, 귀족 아녀자인 그녀에게는 책 한 권 볼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비올라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으니, 그건 바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것이다. 그리고 미모에게는 미켈란젤로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되길 원하는 바람이 있다. 여자라는 한계에 묶인 비올라와 왜소증이라는 장애에 갇힌 둘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슬을 끊고 꿈을 이룰 수 있게 서로 힘을 모으기로 다짐한다. 한편, 이들이 사는 이탈리아의 평화로운 소도시 피에트라달바에 파시즘의 득세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시작된다.
보호받는 것인가, 가둬진 것인가?
나를 〈나〉로서 살 수 없게 하는 닫힌 세상을 이겨내도록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47면) 바티칸은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두도록 지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어두움 속에서 은은히 빛을 발하는 조각상을 바라보면서, 수도원장은 의심한다. 피에타를 거기에 가둬 둔 자들이 정말로 보호하고 싶었던 것은 그 조각상 자신이 맞을까? 어쩌면, 그들은 본인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어서 그렇게 가둔 게 아닐까?
피에타의 처지는 비올라가 놓인 상황과 닮았다. 오르시니라는 부유한 후작 가문에서 태어난 비올라는 피에트라달바의 수많은 평민들과 달리 굶주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땀 흘려 노동하지 않아도 되며 권력의 억울함에 희생당할 일도 없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안전하고 부족함 없는 삶이 아니다.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로 이미지화되는 자유, 타고난 지적 재능을 마음껏 활용하며 자기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자유로움이다.
미모는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석수장이 밑에서 도제로 일하며 굶주림을 견디는 신체 장애인이지만, 그에게는 자기 삶을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갈 자유가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비올라와 미모의 관계가 달리 보이고, 비밀을 숨긴 피에타의 유폐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인간이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 소설 마지막의 충격적 반전과 함께 찾아오는 전율이 독자들에게 평생 지고 가야 할 질문을 커다란 물음표와 함께 던진다.
출처: 「그녀를 지키다」 출판사 열린책들
'2025년 추천도서(25.3~) > 2025-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의 추천도서 (4434)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랑 (0) | 2025.04.23 |
---|---|
4월의 추천도서 (4433)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0) | 2025.04.22 |
4월의 추천도서 (4431) 표범 (0) | 2025.04.20 |
4월의 추천도서 (4430)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 (2) | 2025.04.19 |
4월의 추천도서 (4429) 초록의 어두운 부분 (0) | 2025.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