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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추천도서(24.3~/2024-04

4월의 추천도서 (4060)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1. 책소개

 

 

 

세상의 목소리를 담아온 찬란한 50년
함께 희망을 꿈꿔온 아름다운 노래들

시인들이 추천한 ‘내가 사랑하는 시’
한권으로 만나는 우리 시의 빛나는 역사

지난 50년간 한국시의 중추를 이뤄온 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과 함께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을 출간했다. 특별시선집은 창비시선이 500번이라는 놀라운 궤적을 그려냈다는 사실을 축하하는 동시에 이것이 창비시선을 꾸준히 사랑해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되새기기 위한 기획의 일환으로 꾸려졌다. 이번 시선집은 시인들이 직접 즐겨 읽는 시편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뜻깊은 동시에 흥미를 더한다. 추천인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의 저자인 창비시선 400번대의 시인들이며, 창비시선 전체 작품을 추천대상작으로 했다. 그 결과 한국시의 빛나는 역사가 한권에 모인 것은 물론 형형색색 다채롭고도 읽는 재미가 가득한 시선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 특별시선집이라는 기획 취지에 걸맞게 7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시가 어렵기만 했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창비시선이 500번째 시집을 낸 것은 한국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땅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갈망해온 존재들의 힘을 증명한다.”(송종원, 「여는 글」)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에는 창비시선 50년의 역사가 녹아 있다. 창비시선의 시작을 알린 『농무』(신경림)의 수록작 「그 여름」에서 따온 제목부터 그러한데, 이는 유미주의에 매몰되거나 개인에 침잠하기보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꿈꿔온 창비시선의 정신을 표방했다. 창비시선은 현실과 맞닿은 주제와 생생한 시어로 한국시단과 독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보통 사람’의 현실을 그려낸 시집들로 열렬한 인기를 이끌어냈다. 시대와 공명하며 함께 맞서 싸우는 동시에 나날이 미학적 갱신을 이루어냄으로써 ‘민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추구해온 것이 창비시선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암담하고 비관이 가득한 시기마다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독자와 함께 호흡해온 것은 창비시선의 자랑이자 긍지다.
이러한 독자들의 호응 덕분에 창비시선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1970년대 1년 다섯권 남짓 출간되던 창비시선은 2010년대 평균 열네권 출간을 넘어섰다. 시집의 시장 주목도가 떨어진 2010년대 이후에도 『울고 들어온 너에게』 『온』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사랑을 위한 되풀이』 『슬픔이 택배로 왔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등 독자의 호응을 얻는 시집을 꾸준히 펴냄으로써 창비시선의 사회적·문학적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양적인 성장이 전부가 아니다. 창비시선이 지향하는 가치 또한 나날이 다채로워지며 그 몸피를 불려나가는 중이다. 노동·지역·통일 문제를 넘어 이제는 더욱 폭넓게 차별에 반대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는 감각을 벼려내고 있다. 서정 또한 한층 웅숭깊어졌으며, 다양한 개성과 색다른 감동을 선보이고 있다.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이처럼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창비시선의 시를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가려 뽑은 시선집이다. ‘사람의 시’를 모은다면 이보다 뛰어난 시선집이 있을 수 있을까. 시가 소외되고, 아름다움이 소외되고, 가치가 소외되고, 사람이 소외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권은 바로 이 시집이라 하겠다.

한편 창비는 창비시선 500 발간을 기념해 두종의 시선집 출간(『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디콜라보’에서는 4월 19일(금)부터 28일(일)까지 10일간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여기에는 강우근, 유수연, 유현아, 이종민, 정다연, 조온윤, 최백규, 최지은, 최지인, 한재범 등 젊은 시단을 대표하는 열명의 시인이 일일 점원으로 참여해 일하며 독자들과 소통한다. 아울러 4월 27일(토) 오후 2시에는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의 편자 안희연·황인찬의 북토크가 개최되어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봄 선물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팝업스토어는 창비시선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 판매 및 전시와 더불어 올해로 출시 7년을 맞은 시 전문 애플리케이션 ‘시요일’ 체험 부스가 열리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할 전망이다. 아울러 창비는 전국의 도서관 및 ‘창비부산’과 연계해 시를 사랑하는 지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간 기념 전국 순회 북토크를 기획 중이다. 김해자 시인과 함께하는 충남 서천도서관 만남(4월 15일)을 시작으로 15곳가량의 도서관과 일정을 조율 중에 있으며, 행사는 창비의 SNS를 통해 공지된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 신경림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다녔으며, 대학 재학 중 문예지 《문학예술》에 〈갈대〉, 〈낮달〉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습니다. 시집에 《농무(農舞)》, 《새재》, 《가난한 사랑노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낙타》 등이 있으며, 산문집에 《시인을 찾아서》, 《민요기행》 등이 있고, 어린이책 《겨레의 큰사람 김구》,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국 전래 동요집 1, 2》, 시 그림책 《아기 다람쥐의 모험》 등이 있습니다.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호암상(예술부문), 4·19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민족예술인총연합 의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문과 석좌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습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여는 글

제1부 우리는 이토록 생생한 봄을 상상했다
김수영 책
허수경 아픔은 아픔을 몰아내고 기쁨은 기쁨을 몰아내지만
문태준 꽃 진 자리에
이제니 옥수수 수프를 먹는 아침
최영숙 울음이 있는 방
정호승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황유원 별들의 속삭임
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신용목 새들의 페루
신동엽 산문시 1
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조온윤 묵시
조말선 당신의 창문
황인찬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이정록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김언희 4월의 키리에
김정환 취발이
이영광 직선 위에서 떨다

제2부 사랑이 힘이 되지 않던 시절
장석남 오막살이 집 한채
전욱진 미아리
안희연 탁묘
김태정 눈물의 배후
이병률 당신이라는 제국
유병록 염소 계단
박소란 벽제화원
김기택 껌
안현미 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
이장욱 돌이킬 수 없는
주하림 작별
조연호 저녁 수집벽
김경후 입술
전동균 단 한번, 영원히
천양희 터미널 간다
백무산 소를 끌고
최정례 코를 골다
심재휘 신발 모양 어둠
양애경 이모에게 가는 길

제3부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
신경림 목계장터
조태일 국토서시(國土序詩)
민 영 수유리에서
나희덕 귀뚜라미
이근화 산갈치
김명수 안동포
곽재구 사평역에서
고형렬 사북(舍北)에 나갔다 오다
김사인 코스모스
김중일 매일 무너지려는 세상
엄원태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정훈 오버런
이성부 전태일군(君)
도종환 화인(火印)
최지인 마카벨리전(傳)
김남주 노래
이시영 어느 날 죽음이……
이상국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김경미 불참

제4부 더 낮고 험한 곳으로
김승희 꿈틀거리다
박성우 거미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박흥식 시골길 가겟집에
박 철 빛에 대하여
이동순 잔설 1
김해자 광덕 부르스
김용택 사랑
박형준 백열등이 켜진 빈집
신미나 이마
김 현 형들의 사랑
유이우 풍선들
손택수 있는 그대로,라는 말
안미옥 밤과 낮
안도현 그리운 여우
김선우 어라연
진은영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작품출전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정호승,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부분

우리는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데
우리는 잡은 두 손을 놓은 적이 없는데
호주머니 속에서
불안은 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쳐 다니고
그림자로 존재하는 식물들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났다
-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부분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신동엽, 「산문시 1」 부분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이영광, 「직선 위에서 떨다」 부분

어떤 혼자를 연습하듯이

아무도 예쁘다 말하지 못해요
최선을 다해
병들 테니까 꽃은
-박소란, 「벽제화원」 부분

혐오라는 말을 붙여줄까
늘 죽을 궁리만 하던 여름날
머리를 감겨주고 등 때도 밀어주며
장화를 신고 함께 걷던 애인조차 떠났을 때
나는 사라지기 위해 살았다
-주하림, 「작별」 부분

농담 반 진담 반 저녁에서 내가 없어지고 있었다 참혹하게도 식구들은 물에 번지는 걸 좋아하고 칫솔질할 때만 어두운 비약을 한다 평판측량기사들이 여러개의 자를 나의 울음에 감격적으로 들이대고 있었다 내 손바닥은 다른 눈금으로 떠나는 일로 이미 지쳐 있는데도
-조연호, 「저녁 수집벽」 부분

새들이 모두 잠든 밤이면
우주가 새어나와 지구가 침수되고
집들과 배들과 별들의 깨진 창문 같은 잔해가
둥둥 떠내려왔다가 떠내려간다, 떠내려가다가
흘러내려가다가 고인 곳, 봉분처럼 쌓인, 고인의 곳.
-김중일, 「매일 무너지려는 세상」 부분

어느 날 죽음이 나를 따라와 함께 누웠다
죽음은 나와 함께 일어나 세수하고
나와 함께 출근하여 사무를 보고
나와 함께 퇴근하여 인사동에 가 한잔하다가
나와 함께 집에 돌아와 같이 눕는다
-이시영, 「어느 날 죽음이……」 부분

어떤 이야기가,
어떤 인생이,
어떤 시작이
아름답게 시작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쓰러진 흰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생각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은영,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부분


여는 글

창비시선이 출간된 지 49년이 지났고, 그사이 500권에 이르는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숫자의 규모가 어떤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오랜 시간의 의미가 온전히 파악되기를 기대하기란 당연히 어렵다. 한권의 시집이 담아낸 고유의 시간은 시인 한 사람의 시간을 초과한다. 시의 언어에는 시인 육체의 생물학적 시간을 넘어선 무언가가 들어 있는데, 창비에서 발간된 시집이라면 그것을 이 땅의 역사라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때 역사는 연대기적 시간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현실의 깊이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변화의 동력 또한 만들어내는 저류의 흐름이 실은 저 역사라는 말에 가까울 것이다. 창비시선이 500권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살아 있는 역사를 접한 생생한 기록이 500권의 시 언어를 통해 우리 앞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아주 풍부한 기억의 공유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풍부한 공유지를 바탕으로 이 땅에서 삶을 가꾼 다양한 존재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으며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볼 가능성이 지금 우리 앞에 놓였다. 저 기쁨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다 창비시선 500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의 저자, 즉 창비시선 401부터 499까지를 펴낸 시인들의 힘을 빌렸다. 이들은 창비의 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으며, 또 이들 각각의 안목을 빌려 빛나는 보물 하나씩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창비시선 전 시집에 수록된 시 가운데 가장 좋아하거나 즐겨 읽는 시편들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총 77명의 시인이 애송시를 보내주셨고 이 가운데 중복되는 작품과 시인을 추려내는 등 최소한의 선별 과정만을 거쳐 한권의 시선집을 묶었다. 73편의 시를 4부로 구성하고 순서를 배치하는 데는 박준 시인의 도움이 있었으며, 시선집의 제목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신경림 시인의 『농무』(창비시선 1)의 수록작 「그 여름」의 시구에서 따왔다.
(…)
창비시선이 500번째 시집을 낸 것은 한국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땅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갈망해온 존재들의 힘을 증명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이 삶과 삶을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믿어온 시인과 독자들이 그 여정에 큰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이 힘들이 있기에 앞으로 창비시선과 한국시가 걸어갈 발걸음도 거뜬하리라 믿는다.
송종원 『창작과비평』 편집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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