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불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 보면 먼저 대장경의 방대한 양에 압도당하게 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첩되어온 불교 사상은 초기의 붓다의 가르침과 소승/대승불교의 다채로운 경전들, 경전에 대한 주석서들, 조사들의 선(禪)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선어록 등이 한데 모여 다채롭고도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전의 고갱이와 핵심을 꿰뚫어 전체를 하나로 꿰고 회통시킬 수 있는 밝은 눈이 없으면 진리의 바다에 한쪽 발을 담그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空, 반야심경 읽기〉는 불교와 空사상에 관심을 가진 많은 독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책이다. 또한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비단 불교에 익숙한 독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술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불교와 空사상에 쉽게 접근해서 서로 통섭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은 空사상뿐만 아니라 불교의 근본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반야심경〉의 행간을 촘촘히 들여다봄으로써 최고의 진리인 空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반야심경〉의 위상을 다음과 같이 자리매김한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水印 서정형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중국 화엄철학의 형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20여 년 간 불교와 철학개론을 강의했고,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별책으로《밀린다팡하》,《중론》,《대승기신론》,《금강삼매경론》을 출판했다. 지눌의《정혜결사문》을 풀어 썼고, 용성의《각해일륜》을 영역했다. 논문으로는〈선불교 수행에 대한 반성〉,〈자아가 없는데 누가 윤회하는가〉,〈禪과 있는 그대로의 세계〉등이 있다. 현재 청량산 자락에 있는 수경재의 주인으로 소요하고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서문
일러두기
1부 空이란 무엇인가?
1. 죽기 전에 알아야 할 空
죽기 전에
죽은 후에
그러나 지금
2. 空의 이해
空의 정의
空에 대한 오해와 진실
空사상은 허무주의인가?
空은 텅 빈 것이다?
空은 실체인가?
3. 空 개념의 역사
초기 경전의 空
空과 무아無我
空과 연기緣起와 중도中道
중론中論의 空과 중도中道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4. 空의 세계
진리의 두 가지 차원
중생이 보는 세상
부처가 보는 세상
5. 空을 보는 법[空觀]
진리[空]를 가리는 것, 중생의 마음
空을 보는 연습
〈대념처경〉의 가르침
생각을 쉬라
현재 공적空寂
2부 반야심경 해설
1. 경전의 이름 :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2. 관자재보살에 대하여
3. 총론
4. 각론
5. 반야를 찬탄함
6. 만트라
찾아보기
출처 : 본문 중에서
4. 출판사서평
반야경 계열의 경전 중에는 십만 송에 이르는 긴 것도 있다. 그만큼 경전의 종류와 수가 많다. 아무리 많아도 空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고 넓게 보면 대승불교 자체가 空사상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야심경〉은 반야경전들의 골수일 뿐만 아니라 불교철학 자체의 골수이기도 하다. [중략] 〈반야심경〉의 한역본이 여럿 있는데 글자수로는 모두 300자를 넘지 않는다. 문자로는 짧지만 뜻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경전이다. 〈반야심경〉에 담긴 空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경전의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다.(p. 111)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空이란 무엇인가?”는 空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통해 불교사상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공의 이해 → 공 개념의 역사 → 공의 세계 → 공을 보는 법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空의 이론적 이해에 그치지 않고, 체험적 측면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空을 사는 법’을 귀띔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흥미로운 특징이라 하겠다. 이 책의 간명한 서술방식은 서두의 空에 대한 명쾌한 정의에서 드러난다:
空의 정의는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이다. 한문으로 표현하면 “무자성고공(無自性故空)”이다. 이 다섯 글자만 알면 空을 알게 되고, 空을 알면 불교를 알게 된다. 우리말로 풀면 모든 사물은 “자성(自性)이 없기[無] 때문에[故] 空하다”는 말이다. 자성이 무엇인지만 알면 해독이 되는 문장이다. 空의 정의를 넘어 불교철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이 한 마디에 달려 있다.(p. 30)
그 뒤를 이어, 空사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경전과 조사들의 어록, 그리고 동서양의 저술들을 종횡으로 인용하면서 空이 불교사상의 핵심인 연기(緣起), 무아(無我), 무상(無常), 중도(中道)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모두 ‘최고의 진리’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空과 연기와 중도는 하나의 진실에 대한 세 가지 표현이기 때문에 따로 떼어서 설명할 수 없고, 따라서 중도가 아니면 연기와 空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통찰이 불교철학을 하나로 꿰는 키이다.
이 책의 2부 “반야심경 해설”에서는, 예불이나 불교 의례에서 낭송되는 〈반야심경〉의 첫 소절인 ‘관자재보살’부터 마지막 소절인 ‘모지 사바하’에 이르는 전문을 하나하나 상세히 풀어놓았다. 〈반야심경〉이 펼치는 空사상의 변주를 통해서 불교 자체의 핵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그것은 무아(無我)를 空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도 간취된다:
“‘나’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몸과 심리 현상 등이 실체가 없는 [空한] 흐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 반야심경의 요지이다. 팔만대장경도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p. 137)
불교 경전의 번역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산스크리트어(팔리어)→한문→한글로 이어지는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번역은 ‘문화의 옮김’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우리말 구사가 중요한 것도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불교식’ 표현이 대중을 불교로부터 멀어지게 한 요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어도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해독되지 않는다면 불교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불교에 대한 무관심을 증폭시키게 된다. 불교에 밝더라도 우리말 소통에서 실패하게 되면 불교의 대중화는 기약할 수가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해 온 저자는 난해한 불교개념과 논리를 우리 시대의 생활언어로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단어 하나 토씨 하나에도 세밀한 주의를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21세기 우리말로 쓰인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누구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알 수 있도록 그려놓은 지도”를 따라 空이라는 최고의 진리에 다가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공감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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