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책소개

김초엽, 천선란, 청예 등 한국의 대표 SF 작가들이 탄생했던 자리,
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김초엽, 천선란, 청예 등 한국의 대표 SF 작가들이 탄생했던 자리,
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시간이라는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기면서
기록 너머의 세계로 떠나볼 수 있다.”
_심사평 중에서
『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한국과학문학상은 김초엽, 천선란, 청예 등 한국 SF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작가들을 배출한 명실상부 국내 최고, 유일의 SF 작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25년 8회차를 맞아 한국과학문학상은 올해부터 변화가 생겼다. 중단편의 경우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수상자 인원에 변화를 꾀하며, 작가 한 명 한 명에 더욱 집중했다. 아울러 이전 회차들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1편이 아니라 2편 이상을 응모작으로 받아, 응모 작가의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아이디어에만 기대지 않고 개성과 필력이 고르게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김성중 소설가)다는 심사평이 나온 배경이다. 그뿐 아니라, 응모 자격을 신인으로 제한 두지 않고 기성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두었다. 그리하여 “보통 예심에서는 좋은 작품을 음미하기보다는 덜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데 집중하는데, 이번 예심에서부터 응모작을 ‘감상’하게 되는 드문 경험을 했”(인아영 평론가)다고 한 심사위원이 밝혔을 정도로 응모작들의 수준이 빼어났다. 그 빼어난 응모작들 중에서 치열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 올해 수상작들이 역대급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유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새 판형, 새 디자인으로 만듦새를 새롭게 했다. 판형은 훨씬 콤팩트해져서 편의성을 갖췄다. 매혹적인 표지 이미지는 6월에 출간되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앤솔러지『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의 그것과 결을 같이하여, 이번 수상 작가들이 한국 대표 SF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담았다. 이 작품집은 수상 작가인 고선우, 이연파, 최장욱의 수상작 1편씩을 담았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수록했다는 점이다. ‘SF와 삶’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는 단순히 작가의 말이 아니라 원고지 30매라는 꽤 넉넉한 분량이어서 수상 작가들의 솔직 담백 능청스러운 생각의 전개를 엿볼 수 있다. SF 독자뿐 아니라 미래의 SF 작가들에게도 반가울 글이다. 우리는 내용과 형식이 잘 어우러진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2025년 당대 한국 SF의 흐름을 탐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출나고 저마다 개성 강한 SF 중단편 미학을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고선우
읽고 쓰는 사람.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이연파
대구 사람.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고전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글을 읽고 쓰고 고치는 일을 한다. 지금의 목표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쓰는 것이다.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최장욱
서울 출생. 야심 없고 사사로운 창조 활동을 하고 있다. 타락과 퇴락의 이야기들을 재료로 기이한 건축물 짓기를 즐겨한다.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고선우 카나트 7
에세이 고작 인간이라서: 지난 여름의 단상들 37
이연파 옛 동쪽 물가에 57
에세이 2020년대에 일어난 자갈의 도약 진화에 관해 103
최장욱 창조엔진 117
에세이 미래가 아닌 현재의 초월적 범죄들과 SF의 효능 173
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185
김성중·김희선·강지희·인아영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그때 나는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농장에서 제일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상상했다. 경비병들은 그 앞에 일렬로 서서 경례를 하고, 할아버지는 총을 뽑아 그중 한 명에게 발사한다. 그러자 쓰러진 경비병이 흐물거리며 외계인으로 변한다.
_15쪽(「카나트」)
‘오아시스’는 바이오 로봇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오랜 기간 연구 개발한 끝에, 인체의 장기와 팔다리의 일부분을 로봇화하는 하이브리드 생체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로 인체의 물 의존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가 곧바로 학계에도 발표되었다.
_18쪽(「카나트」)
나는 할아버지의 팔베개를 하고 누웠던 느지막한 오후의 그늘을 생각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이마에 살짝 붙였다 떼었다 했다. 지금 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평생 거스른 적 없던 할아버지는 마지막에 우리를 안고 얼마나 물살을 거슬렀을까. 나는 내 숨소리를 들었다.
_33쪽(「카나트」)
“가르쳐 주시겠지요?”
저들은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다. 그리함으로써 서로 연결되었고, 단일한 인간으로서의 무지를 해결하고 한계를 철폐했다. 각자가 유기체로서 실존하기에 따로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확장이었다.
_79쪽(「옛 동쪽 물가에」)
시간 여행은 일종의 독서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간에 정함이 있는 대여, 빌려읽기. 반세기 내내 험악한 논쟁을 거친 끝에 26세기로 접어들면서 가까스로 이루어진 합의에 따르면 그러했다. 그리고 그것은 25세기, 즉 시간 여행이 상용화되면서 민간 기업에 개방되기 시작했던 초창기의 개념과는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_88~89쪽(「옛 동쪽 물가에」)
하늘이르기가 1,198일째 여기 살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설령 지금 당장 귀환하더라도 그 1,198일이 삭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그 날들의 증거로 남아 있을 터였다. ‘날개’의 디지털 메모리에 보관된 로그만이 아니라, 하늘이르기라는 개인의 대뇌피질에 새겨진 기억이. 따라서 신라에서의 1,198일은 하늘이르기의 남은 평생에 항상 함께할 것이었다.
_91~92쪽(「옛 동쪽 물가에」)
비록 자신의 전공으로 취업의 길에 나서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전공과 관련된 취미 분야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는 거다. 그것이 바로 창조엔진이었다. 당시 그는 이미 쓸모없다고 간주하던 학업을 거의 내팽개친 채 창조엔진을 가지고 노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_122쪽(「창조엔진」)
그 외 희귀 광물들 역시 인간 세계가 인식하는 광물의 특질을 반영한 듯한 표현형을 이루었는데, 티탄석은 영웅, 자수정은 음유시인, 석고는 화가, 탄산염은 의사 혹은 요리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석영 등의 광물은 미소년이라는 의외의 형상을 띠기도 했다. 기수는 여러 광물의 표현형을 만들어 내고, 또 그 무수한 조합을 시험하는 데 푹 빠져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그에게 오리진을 통한 창조 행위란 오로지 그것이 전부라는 듯이.
_128쪽(「창조엔진」)
“이제는 해체된 민덴엔진 개발팀 라텔을 위하여, 자기도 모르게 민덴엔진 개발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기수를 위하여!”
_154쪽(「창조엔진」)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시간이라는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기면서
기록 너머의 세계로 떠나볼 수 있다.”
_심사평 중에서
「카나트」「옛 동쪽 물가에」「창조엔진」. 수상작이 된 이 3편의 소설 작품은 작품성, 읽는 재미와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통찰을 선사하면서 저마다의 특색으로 매력을 뿜어낸다. 책 한 권에 SF가 펼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성이 깃들어 있다.
“수술 후 복귀하는 데는 두 달이 걸렸다. 아이작의 몸은 전보다 생생했고 잔고장도 사라졌다. 공급 장치의 물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우도 없었다. 다만 이름이나 지명을 기억하는 데 가끔 어려움을 겪었고, 사소한 건망증이 생겼다.” (23쪽,「카나트」)
고선우의「카나트」는 소설 제목이기도 한 지하 수로 ‘카나트’를 통해 물을 공급해야만 삶이 영위될 수 있는 사막 디스토피아가 배경이다. 작품은 홀수 장에는 주인공 아이작의 어린 시절을, 짝수 장에는 물을 길어 옮기는 ‘오아시스’ 그룹의 라이더로 일하는 그의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이윽고 신체가 물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게끔 로봇화되며 인간의 몸을 잃어간다. 생태와 노동, 계급, 유년, 기억에 대해 써 내려가는, 먹먹한 필치가 압권인 이 소설은 “정제되고 깔끔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 깊고 철학적인 주제 의식과 사회를 되짚어 보는 예리한 시선”(김희선 소설가), “처음부터 믿음을 주는 문장력과 분위기를 세공하는 능력”(강지희 평론가), “앞의 몇 페이지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속에서는 당선작”(인아영 평론가)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나 “심장을 울리는 마지막 장면”(김희선 소설가)라는 감상에서 엿볼 수 있듯 우리는 숨죽이며 끝까지 소설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6세기 신라의 도읍 서라벌과 그 반짝거리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은, 100퍼센트 그 이상으로 온전한 하늘이르기의 감정이었다.
망할, 사랑이라면 도리가 없었다.” (93쪽, 「옛 동쪽 물가에」)
이연파의 「옛 동쪽 물가에」는 26세기의 연구원 한소담이 6세기 신라 시대로 ‘타임워프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모험 서사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찾기 위해 어떤 별의 광량 변화를 분석하러 신라 시대로 떠난 한소담은 ‘하늘이르기’라는 이름의 비구니로 살아가며 화랑들과 우애를 맺는다. 그리고 어느 날 어찌 된 일인지 인공위성이 불붙은 채 신라 왕궁을 향해 낙하한다. 『삼국유사』의 한 대목을 SF적으로 흥미롭게 재해석해 낸「옛 동쪽 물가에」는 과학자가 인류학자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솔깃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발랄한 SF” “준비된 작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김희선 소설가), “인간의 면면에 대해 다가가려는 작가의 호기심과 재기”(강지희 평론가), “고대의 기록과 미래의 마음이 교차되면서 만들어지는 여운이 짙었”(인아영 평론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기수는 ‘달걀’을 이용해 문명을 창조하고자 했다. 옵스큐어에 달걀을 전해준 문명과 같은 기계 문명을 말이다. (…) 그러자 흥미롭게도 나노로봇들은 먼젓번 금의 로봇 군체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 세계가 인식하는 광물의 가치 그대로 자기들의 계급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28쪽, 「창조엔진」)
최장욱의「창조엔진」은 취업 준비생이자 아마추어 개발자인 ‘기수’가 잉여력과 몽상적 야심으로 자신만의 창조엔진을 개발하는 이야기다. 우연찮게 찾아낸 시스템 버그가 계기가 되는데, 그는 APC 문명이 남긴 달걀 모양의 나노로봇 제조기에서 새롭고 체계적인 문명이 탄생하는 현상을 목격한다.나노로봇 군체는 각기 다른 문명으로 발전해 나가고 문명 간 싸움은 확산한다. 소설은 무질서의 씨앗이 어떻게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지 보여주면서도 우화적인 세밀한 구성이 도드라진다. “활기차게 스토리가 전개”되고 “과학적인 설정과 언어로 촘촘히 만들어져 장르적 만족감이 가장 높았”(김성중 소설가)다는 논평과 더불어 “독특한 울림”(김희선 소설가), “에너지와 잠재력”(인아영 평론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창조엔진 」은 “게임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소설적으로 변용된 작은 스펙터클을, 게임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반전이 거듭하는 즐거운 소동극으로 다가올 작품”(강지희 평론가)이 될 것이다.
이 든든하고 옹골찬 SF 소설들과 함께 2025년을 통과해 보면 어떨까.
출처:「 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출판사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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