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욘 포세(Jon Fosse)는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중 83위에 올랐다. 독특한 내러티브와 스타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보여 주는 작가 욘 포세는 1990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보트하우스』는 1989년에 발표된 초기작으로, 작중 화자의 불안감을 드러내며 시작하는 도입부가 많은 현대 노르웨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회자된다. 이름 없는 화자인 ‘나’와 그의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인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이 관능적인 은유와 섬?한 분위기 속에 펼쳐진다. 한번 빠져들면 손을 떼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서사와 구성으로 1997년 노르웨이에서 29분 분량의 중편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 욘 포세
욘 포세는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국가공로훈장을 수여받았으며,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뿐만 아니라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방면의 작품을 쓰고 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수천 번 이상 공연되는 국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오늘날 그의 작품들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1983년 소설 『레드, 블랙Raudt, svart』으로 데뷔했고 『병 수집가Flaskesamlaren』(1991), 『아침 그리고 저녁Morgon og kveld』(2000) 등을 발표했으며 1994년에는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Og aldri skal vi skiljast』를 발표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설 『3부작Trilogien』(2014)은 2015년 북유럽 문학 최고의 영예인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2023년까지 세 권의 책으로 완성될 『7부작Septologien』을 집필하고 있다. 『보트하우스Naustet』(1989)는 욘 포세의 초기작으로, 화자인 ‘나’와 어릴 적 친구인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 세 사람의 관계를 그려낸 소설이다. 작중 화자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강렬한 도입부는 현대 노르웨이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것으로 회자된다.
수상 내역
1998. 뉘노르스크 문학상
1999. 도블로우그상
2003.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프랑스 국가공로훈장
2005. 브라게상,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 2
2007. 스위스 아카데미 북유럽문학상
2010. 국제 입센상
2014. 유럽연합 문학상
2015.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
2023. 노벨문학상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I
II
III
옮긴이의 말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여름이었다. 나는 적어도 10년은 보지 못했던 크누텐과 다시 마주쳤다. 크누텐과 나, 우리는 늘 함께였다. 내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불안 증세로 내 왼팔, 내 손가락이 쑤신다. 난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문밖에 나선 지도 몇 달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불안감이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고, 내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난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 불안감이 그치질 않는다.
_8쪽
그녀의 손이 내 손의 살갗을 스친다, 나는 혼자서 웃음을 짓는다, 그렇지만 나는 시간 감각을 잃어, 그녀가 내 손을 더듬은 순간이 길었는지 짧았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양동이를 받고, 나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녀는 내 살갗을 만진 것일까.
_31쪽
갑자기, 난데없이, 저물기 전보다 강력하게, 아주 분명하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몸속을 파고들어 내 왼팔과 손가락이 쑤시기 시작했다, 아프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곳에서 무언가가 날 덮쳐 온다, 내가 크누텐의 아내를 쳐다보자 그녀가 날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놀란 눈을 알아차리고, 불현듯 알게 된다, 나는 크누텐이 해안가에 서 있음을 그녀에게 말할 수 없다, 나는 말할 수 없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말할 수 없다.
_37~38쪽
당신은 늘 그래, 라고 말하는군요, 그의 아내가 내게 말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척이나 이상하다, 불안감, 이 극심한 불안감,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그녀의 눈이, 그녀의 눈이 이제는 어디에나 있다, 하늘 위에, 피오르 너머에, 이 불안감,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은 것을 결코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녀의 눈.
_41쪽
귀에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녀가 내 앞에 서서, 양손을 내 등에 둘러 포개어 잡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내 혀를 건드린다, 내 안에 불안감이 자리한다. 우리는 그 자리에 서 있다. 파도가 해안을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파도 소리. 우리는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런데 그녀가 우리 보트하우스 안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라고 말한다. 안쪽이 어떤지 보고 싶어요, 라고 그녀가 말한다.
_129쪽
지금에 와서는 너무도 사소해 보이는 그 일들이, 그때 당시에는 훨씬, 훨씬 더 큰, 거창하고 비밀스러운 일로 보였어. … 지금 돌이켜 보면, 전부 다 사소해 보이고, 우리가 무슨 일들을 했었는지 떠올리기조차 어려워, 우린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워 모았고, 암호명을 쓰거나 그런 비슷한 것들을 했어,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모든 게 다 참 거창했단 말이야,
_144~145쪽
그 보트하우스처럼 지금은 모든 게 너무나 달라, 그곳은 정말로 큰, 거의 내 모든 삶이었던 곳인데, 그런데 지금 거기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냥 사라지지, 모든 것은 달라져, 한때 그랬던 것은 예전과는 꽤나 다른 어떤 것이 되어 버려, 사소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 그런 식인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냥 그런 거야,
_147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강박과 불안을 구현하는 포세의 글쓰기
어린 시절의 추억은 『보트하우스』의 주된 소재다. 그러나 포세는 이를 결코 그리움과 애잔함으로 박제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의 밝은 빛이 현재의 음영을 짙게 만들고,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주요인물 세 사람은 모두 정신적인 면에서 어딘가 일그러져 있는 인물들로 작품 전반에서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른이 넘어서도 마땅한 직업이 없이 어머니의 집에 얹혀사는 ‘나’. 그는 어릴 적에는 절친했으나 이제는 멀어진 친구 ‘크누텐’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어엿한 음악교사가 되어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고향에 휴가를 온 크누텐을 보며, ‘나’는 낯섦과 불편함 그리고 이유 모를 위기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가 제안한 저녁 낚시에 나온 것이 크누텐이 아니라 그의 매력적인 아내임을 확인하고, ‘나’는 더욱 커다란 불안감에 사로잡히는데….
어릴 적 친했던 친구의 고향 방문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풀지 못한 어떤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해오던 화자에게 그 이후 벌어진 사건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글을 쓰는 것은 화자가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이를 위해 화자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써 내려간다.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여름이었다.” 이처럼 도입부부터 화자의 불안을 드러내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욘 포세의 문체적 특징인 ‘반복’이 강박적인 심리를 표현하고 독자에게 불안을 전염시키는 형태로 구사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불안감을 그린 작품, 『보트하우스』
『보트하우스』는 화자가 지난 일들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화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를 통해 크누텐과 다시 마주친 ‘얼마 전의 과거’ 그리고 크누텐과 죽마고우로 지냈던 ‘10년 전의 과거’가 병렬적으로 제시된다. 일종의 반복과 변주로 보이는 이 구성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중간의 연결고리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지난 10년간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두 사람이 멀어진 계기가 되는 사건 역시 후반부에 가서야 살짝 언급된다. 이로써 작가는 의도된 공백 속에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이해를 채워 넣게 만든다. 독자들에게 어릴 적 알았던 친구가 어느 순간 낯설어진 경험을 상기시키며, 어찌하여 그렇게 된 것인지 생각해 보았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화자가 크누텐의 시점을 빌려와 기술하는 파트 II다. 파트 I에서 한 번 진행되었던 서사를 크누텐의 시점으로 다시 쓰며 화자와 크누텐의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낸다. 이로써 ‘10년 전의 과거’ 역시 화자의 경험과 크누텐의 경험이 서로 다르게 기억되어 있음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와 가깝게 잘 아는 누군가는 나와 함께하고 있는 그 순간부터 이미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필연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다름’ 그리고 ‘다른 존재에 대한 불안감’. 이것이 『보트하우스』의 테마가 아닐까.
출처: 「보트하우스」 출판사 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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