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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추천 도서(19.3~20.2)

1월의 추천도서(2525)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

1. 책소개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의 고희 기념으로 출간된 자전에세이집. 평생동안 문학비평의 길을 걸었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2002년 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문예지「문학사상」에 연재했던 원고를 모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회고록인 동시에, 해방 전후부터 20세기 말까지의 한국 근대문학사의 조감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평과 수필이 결합된 에세이를 통해, 문학비평이 담아낼 수 있는 폭이 얼마나 넓고 흥미로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김윤식

 

국 근대문학에서 근대성의 의미를 실증주의 연구 방법으로 밝히는 데 주력하였으며, 특히 1920∼1930년대의 근대문학과 프롤레타리아문학이 가지는 근대상의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은 시·소설·비평 등 모든 영역을 포함하였으며, 작가도 이광수·임화·이상·김남천·염상섭 등의 수많은 문인을 포함하고 있다. 그가 독자적으로 발표한 《한국 근대문예비평사 연구》(1973)는 프로문학의 성립과 해체를 한국 근대문학의 기축으로 간주한 기념비적인 연구서로, 한국의 문학 비평은 이 저서를 통해 비로소 학문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3년 현대문학 신인상, 1987년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평론 부문), 1989년 김환태평론문학상, 1991년 팔봉비평문학상, 1994년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1936년 경남 진영 출생
- 문학평론가
-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 서울대 명예교수
- 명지대 석좌교수

저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1973)
-《이광수와 그의 시대》(1986)
-《염상섭 연구》(1987)
-《임화 연구》(1989)
-《이상문학텍스트연구》(1998)
-《오늘의 작가, 오늘의 작품》(2002)
-《일제 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2003)
  그외 다수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김윤식 비평에세이》 차례

갈 수 있고, 가야 할 길, 가버린 길(머리말)

어떤 두더지의 옅은 고백
―《만인보》와 《화두》 사이에서

신화의 변죽, 그 세 가지 표정
―오이디푸스왕, 아기장수, 돌잡이

‘노을’ 속의 ‘태백산맥’
―작품 속에서 타오르는 문학적 불꽃의 실재성

19년 만의 생일을 가진 아이의 환각
- 1936년 음력 윤3월 오시午時생

나의 쪽빛과 누나의 교과서
―청동시대의 표상

포플러에 닿은 교과서
―‘자연’을 ‘교과서’로 변화시키기

8·15, 해방의 종소리, 해방의 깃발
―문학적 8·15, 사상적 8·15

‘대한민국 정식`정부’의 교과서에서 본 6·25와 깃발들
―태극기·인공기·UN기

관념으로서의 6·25와 쪽빛으로서의 6·25
―`제비꽃의 쪽빛화

망가져 가는 ‘쪽빛 광물질’의 표정
―세 가지 ‘환상적 기준’

화전민 세대와 4·19 세대 틈에 끼어
―`백철 비평의 거울에 비친 모습

어떤 학보병의 입법계품
―`몸과 마음의 ‘배곯음’이 불러온 축제

대학 2년짜리 학보병의 세계인식
―‘대상적 의식’에 담긴 글쓰기의 지향성

‘물들인 군복’의 대학생의 내면풍경
―`‘환각의 인’에 드러난 근대인의 모습

악마와의 결탁 결말
―`창공의 별이 비춘 ‘가야할 길’

‘물들인 군복’의 한 대학원생이 바라본 창공의 별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가 놓인 자리

캄캄한 뇌우雷雨 속에 얻은 몇 알의 붉은 열매
―군을 기리면서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속으로

 

나는 이제 창공의 별이 지시하는 쪽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갈 수 있는 길’이란 무엇이뇨. 그것은 내 능력의 한계였다.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하면 내 능력의 한계가 곧 세계의 전부일 터. ‘가야 할 길’ 그것은 내 길도 아니지만 민족의 길도 아니었던 것. ‘인류의 길’이어야 한다고 내게 분명 가르쳐준 것은 저 《악령》의 도스토예프스키였고, 그를 ‘새로운 세계’라고 묘사한, 그에게 바쳐진 책인 저 불세출의 저술 《소설의 이론》의 저자 루카치였다.(본문 516쪽)



‘근대’란 (A) 국민국가와 (B) 자본제 생산양식의 동시적 수행의 역사진행 단계를 가리킴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를 보편성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경우는 어떠했던가. (A)(B)와 함께, 그러니까 ‘동시에’ (C)반제투쟁과 (D)반봉건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를 특수성이라 불렀다. 보편성과 특수성이 ‘절대 모순성’으로 인식되는 장면이 아니었겠는가. 그(필자 자신)가 카프문학 연구에서 학문적 출발점을 삼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근대’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장면이 카프문학이었던 까닭이다.(본문 172쪽)

출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서평

 

● 한 원로 비평가가 회상하는 한국문학사의 조감도

원로 비평가 김윤식 선생은 국문학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넘어야 할 큰 산이라 불린다. 그가 우리 문학계의 큰 산이라는 것은 그의 비평적 업적을 논외로 치더라도, 100여 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해 낸 그의 열정과 성실이 증명하고도 남으리라. 이번에 그의 고희를 기념하여 출간된 문집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은 김윤식 선생이 2002년 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문예지 《문학사상》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으로, 평생 동안 문학비평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저자가 문학비평의 한 길을 오롯이 돌아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제자 혹은 후배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담담히 풀어 쓴 자전에세이이다. 하지만 에세이라 하기엔 그 내용의 깊이나 부피가 만만치만은 않은, 해방 전후부터 20세기 말까지의 ‘한국 근대문학사’의 조감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비평과 수필이 절묘하게 결합된 ‘비평에세이’라는 특이한 장르를 이용해, 문학비평이 담아낼 수 있는 폭이 얼마나 넓고 또 재미있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개인의 삶과 당대의 문학이 용해되어 만들어낸 한 편의 지적 서사시

이 책은 정년퇴임한 한 노학자가 자신이 지은 저서들에 둘러싸여 그들로부터 불쌍히 여기는 듯한 시선을 느끼며, 자신의 생을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쪽빛 유년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왜 하필이면 묘지기와 다름없는 회색 두더지로서의 비평가의 삶을 걸어가게 되었을까 돌아보고 있다.
저자는 남들에게는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을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온 태음양력으로 계산했을 때) 19년에 한 번밖에 맞을 수 없는 윤달 쥐띠생인 자신의 체험(“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콧대의식과 홀로의식에 싸인 채 예외적 존재로서 운명과 마주한)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의 ‘윤달스러움’을 유추해 내 비평한다.
또 쪽빛을 그리던 아이에서 일장기가 그려진 누나의 교과서를 곁눈질하고, 다시 태극기가 그려진 자신의 교과서를 받아들여야 했던 소년 시절의 경험을, 문명개화 이후 이 나라 정신계가 부딪친 ‘근대’에의 반응에 투영시키고 있다. 그리고 다시 인공기와 UN기 아래서의 학문으로 나아감으로 자신이 보다 큰 세계로, 열린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글(문학 창작)을 쓰겠다는 일념 하나로 들어간 대학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셧튼의 《문학의 이론》, 그 첫 대목(“예술로서의 문학과 일종의 지식 혹은 학습으로서의 문학이 있으며, 그것을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에서 충격을 받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줄곧 시장바닥만 헤매다 군대로 도망쳤노라고, 그 절망의 끝에서 악마와 결탁하고 학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그리고 그 학문이란 그에게 탈색된 근대에 다름 아니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고백하는 청년 시절의 저자를 떠올려보면, 지금 그의 업적이 쉽사리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격변하는 한국 근대사에서 개인의 삶과 당대의 문학이 용해되어 만들어낸 한 편의 지적 서사시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이룩한 문학비평에 대한 성찰이, 해방 전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기, 대학 생활을 거쳐 군대와 대학원에 몸담는 동안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어 왔는지, 그것이 문예비평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그 실타래가 한 올씩 풀려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묵은 일기와 습작 시절의 시와 산문, 문학청년 시절의 신춘 탈락 경험, 초기 비평의 조급함과 어설픔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자 자신에 대한 평가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


● 그를 이끈 창공의 별, 인류사로서의 문학 비평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첫 줄인 “우리가 갈 수 있고 또 가야 할 길을 창공의 별이 지도 몫을 하는 시대는 복되도다”는 저자가 공부해 온 방향성인 동시에 이 책의 부제이다. 그렇다면 그를 이끈 그 ‘창공의 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내 길도 아닌, 민족의 길도 아닌, 인류의 길이었다라고 선생은 말한다.

나는 이제 창공의 별이 지시하는 쪽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갈 수 있는 길’이란 무엇이뇨. 그것은 내 능력의 한계였다.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하면 내 능력의 한계가 곧 세계의 전부일 터. ‘가야 할 길’ 그것은 내 길도 아니지만 민족의 길도 아니었던 것. ‘인류의 길’이어야 한다고 내게 분명 가르쳐준 것은 저 《악령》의 도스토예프스키였고, 그를 ‘새로운 세계’라고 묘사한, 그에게 바쳐진 책인 저 불세출의 저술 《소설의 이론》의 저자 루카치였다.(본문 516쪽)

소설이 단순히 미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에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 인류사로서의 문학이 갈 수 있는 길, 가야만 할 길이라는 사실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설렘과 열정을 느꼈다는 김윤식 선생.
‘인류사’로서의 문학이 그의 비평의 방향이었다면, 그의 비평의 핵심은 ‘근대성’ 연구였다고 할 수 있다. ‘근대’야말로 그의 교과서였으며, 따라서 타고난 전공 분야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일생을 거쳐 혼심으로 알아낸 ‘근대’란, 그것도 ‘이 나라의 근대’란 과연 무엇일까?

‘근대’란 (A) 국민국가와 (B) 자본제 생산양식의 동시적 수행의 역사진행 단계를 가리킴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를 보편성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경우는 어떠했던가. (A)(B)와 함께, 그러니까 ‘동시에’ (C)반제투쟁과 (D)반봉건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를 특수성이라 불렀다. 보편성과 특수성이 ‘절대 모순성’으로 인식되는 장면이 아니었겠는가. 그(필자 자신)가 카프문학 연구에서 학문적 출발점을 삼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근대’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장면이 카프문학이었던 까닭이다.(본문 172쪽)

이제 거친 풍랑을 헤치고 돌아온 율리시스 모양, 자신이 살아온 20세기를 돌아보는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슬퍼하지 말지어다. 우리는 자주 낙심하였으나 그래도 우리의 길을 걸었으니까. 그 결과물이 비록 몇 알의 붉은 열매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 열매는 캄캄한 뇌우 속에서 가까스로 익었으니까”라고. 그리고 ‘군’에게 하는 당부를 끝으로 긴 회고록을 접는다. “자, 내 아가야, 이젠 혼자서 가라!”

출처 : 문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