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아사히신문 1면 칼럼〈천성인어〉를 13년 쓴
노장 저널리스트의 문장연단법
잘 썼지만 마음을 얼리는 글
못 썼지만 마음을 울리는 글
이 둘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라는 문구를 기억해야 한다. 겉치레뿐인 문장,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과는 상관없이 그저 ‘척’하기 위해 쓴 글은 금세 탄로 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 다쓰노 가즈오가 꼽는 좋은 글의 첫 번째 조건 또한 그렇다. “기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그대로의 진심이다. 고향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그리워 죽겠다고 쓰지 마라. 권력을 좇고 남을 음해하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척하는 문장을 쓴들 정체는 곧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인의 글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들의 문장을 보면 수려하기 그지없다. 교양이 묻어나는 단어 선택과 고매한 표현, 나무랄 데 없는 성찰과 현실 파악, 현실을 바꾸겠다는 굳은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일례로, 사건사고에 대해 그들이 늘어놓는 문장을 보자. “사태를 중대하게 인식하고”,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대응책 강화에 힘쓰고”, “추후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마음으로부터 나온 문장이 하나라도 있는가? 이내 그들은 다른 우연한 자리에서, 어떤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본심을 들키고 만다.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도 없었으면서 그럴듯한 단어와 문장으로 연기했다는 것이 폭로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정치인의 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글은 곧 마음이다.’ 저자의 글쓰기 철학이다. 가식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승부하고 진심을 토로하라.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내면의 깊이를 우선 추구해야 한다. 현실의 빛과 그림자 모두를 직시하고 인간 본성의 가난함과 삶의 치졸함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추악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언어를 다룸에 있어 기술적 숙달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흔히 마음으로 쓴다고 하면 언어 기술은 이류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마음으로 쓰는 글일수록 날카로운 머리 및 손과의 조화는 필수이다. 마음 그대로를 전하기 위해 적절한 비유가 필요할 수도 있고 상투어가 아닌 뜻밖의 단어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으며 탁월한 언어적 유희를 끌어내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모국어의 특성과 문장 형태를 공부하고 언어 고유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데 부지런해야 한다. 이렇게 마음과 머리와 손이 하나가 될 때 상대 마음에 명중하는 문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마음만 있다고 글의 리듬감, 신선함, 짜임새 등이 저절로 갖춰지는 사람은 천재밖에 없다.
그럼에도 역시 ‘마음’을 강조해야 한다. 글을 단순히 ‘솜씨’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다시 정치인의 문장을 통해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들의 사과문은 보통 이렇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어떤 말이 또는 행동이 잘못됐기 때문에 사과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심려를 끼친 것’과 ‘오해를 일으킨 것’이 송구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주위에 폐를 끼치고 오해를 하게 만든 것에 대한 사과일 뿐, 근본에 있는 자신의 언행이 옳았는지 잘못됐는지에 대한 일체의 자각은 없다. 이를 과연 정치에서의 처세술로 봐야 할까. 그러나 이렇게만 보기에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진심의 유무에 본능적이라 할 만큼 지극히 예민한 감지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글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투박한 글인데 묘하게 가슴에 남아.” “잘 쓴 글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가.” “말만 번지르르하지, 마음에도 없는 글을 썼군.”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다쓰노 가즈오
1953년 도쿄상과대학 졸업 후 같은 해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해 뉴욕 특파원, 도쿄 본사 사회부 차장, 논설위원, 편집국 고문을 거쳐 1993년 63세로 퇴사하기까지 40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특히 아사히신문 1면 고정 칼럼인 ‘천성인어天?人語’를 1975년부터 1988년까지 13년 간 맡아 썼다. 천성인어는 일본 국내외 최신 이슈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학 입시 문제에 자주 인용되는 것은 물론 글쓰기에 관심 많은 일반인이 필사할 정도로 탁월한 논리와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정평 나 있다.
오랜 기자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갖가지 사회 부패 및 범죄 사건, 인종 갈등, 전쟁 상흔의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모순을 목격하면서 글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몸소 경험했다. ‘내면의 깊이가 없는 글재주는 오래 가지 못하며, 진심 없는 글은 읽는이를 움직이지 못한다’는 그의 글쓰기 철학은 이렇듯 체험에서 농익은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날카롭게 벼린 ‘언어’, 포용하는 인간적인 ‘온기’, 무언가를 전달하겠다는 진심 어린 ‘의지’의 삼위일체야말로 마음을 울리는 글의 조건임을 다시 강조한다.
저서로《문장 쓰는 법》《시코쿠 순례》《걷다 보면 바람의 빛깔이 보인다》《도보 순례》등이 있으며 국내 출간작으로는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있다. 아사히신문사 퇴사 후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 이사장을 맡는 등 수필가로 활동하다가 2017년 87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독자에게 드리는 글
Ⅰ 태도에 대하여
1. 매일 쓴다
2. 옮겨 적는다
3. 여러 번 읽는다
4. 난독을 즐긴다
5. 어슬렁 걷는다
6. 현장 감각을 깨운다
7. 작은 발견을 모은다
Ⅱ 글을 쓸 때
1. 사전을 챙긴다
2. 힘을 뺀다
3. 전부 쏟아낸다
4. 허세를 버린다
5. 빌리지 않는다
6. 뜻밖의 것을 결합한다
7. 자랑하지 않는다
8. 쉽게 전달한다
9. 최대한 단순화한다
10. 구체성을 중요시한다
11. 겉보기를 조심한다
12. 여유를 가진다
13. 절제한다
Ⅲ 글을 다듬을 때
1. 고치고 또 고친다
2. 뺀다
3. 상투어를 거부한다
4. 싫은 말을 고민한다
5. 비유를 연구한다
6. 모국어로 대체한다
7. 종결어미에 신경 쓴다
8. 흐름을 조율한다
Ⅳ 깊은 글쓰기를 위해서
1. 해학을 배운다
2. 사투리에 눈 뜬다
3. 오감을 연다
4. 개념을 파괴한다
5. 동사로 표현한다
6. 시선을 낮춘다
7. 나와 마주한다
8. 무심함을 추구한다
9. 깊이에 목마른다
10. 혼신으로 뛰어든다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현장이라는 단어를 넓은 개념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산책 도중 잠시 들른 공원도 현장이고, 처음 가본 어느 도시도 현장입니다. 전철 안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도, 야생화가 앞 다투어 핀 산길도 현장입니다. 현장은 절대 바닥나지 않는 문장의 곳간입니다. -45~46쪽
이것이 글쓰기 연습의 제1단계입니다. 앉아서, 어깨의 힘을 빼고, 본 것과 생각한 것을 정확하게 쓰는 연습을 할 것. 글 세계의 입문자가 숙지해야 할 실로 적절하고 실용적인 금언입니다. -73~74쪽
편지도 좋고 일기도 좋으니 뭐든지 쓰고, 언어가 멈추지 않고 터져 나올 때는 망설이지 말고 끝까지 전부 써야 합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과 공유하든 공유하지 않든 쓰고 또 쓰고, 일단 쓰고 볼 일입니다. 이 또한 글쓰기 수련의 한 방법입니다. -80쪽
‘나밖에 쓸 수 없는 것’이라 함은 오직 나만이, 즉 나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나밖에 쓸 수 없는 것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가, 나의 이상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숙고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비슷한데 어떻게 나만 쓸 수 있는 게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도 우리는 각자 독자적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바로 이 독자적인 인생에 나밖에 쓸 수 없는 문장이 있습니다. -88~89쪽
타샤는 그냥 ‘의자’가 아니라 ‘흔들의자’라고 씁니다. 그저 ‘차’가 아니라 ‘캐모마일 차’라고 씁니다. 일반적인 ‘새’ 소리가 아니라 ‘개똥지빠귀’라고 씁니다. 그런 구체적인 것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저녁나절의 풍경’이 근사한 그림이 되어 다가옵니다. 구체적인 그림이 떠오르기
때문에 ‘매일의 삶이 훨씬 즐거워진답니다’라는 말에 울림이 생깁니다. -125쪽
이미 쓴 문장을 버려야 할 때 누구라도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자신이 쓴 글에는 아무래도 애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장황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빼자니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빼버려야 합니다. 읽는 사람에게 인내심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늘어지거나 지루하다 싶으면 언제 읽기를 그만둘지 모릅니다. 꾹 참고 끝까지 읽어주는 독자는 많지 않습니다. -160쪽
나는 산길을 걸으면서 계곡 물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산에는 바위가 있고, 돌이 있고, 웅덩이가 있습니다. 자연이 만든 높낮이가 있습니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지나감에 따라 계곡의 소리가 격렬해졌다가, 평온해졌다가, 작게 속삭이는가하면 다시 격렬해집니다. 계곡의 물소리는 변주를 들려주다가 어느새 산과 숲의 고요 속으로 흡수되어 더 큰 고요만 남긴 채 사라집니다. 문장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지만 절대 도드라지는 순간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문장이었으면 합니다. -197쪽
어려서는 자신의 발로 걸었습니다. 물은 우물에서 길어오고, 짐을 옮길 때는 기차역까지 리어카에 실어 날랐습니다. 연필은 칼로 깎았습니다. 목욕물은 나무를 때서 데웠습니다. 걷고, 긷고, 싣고, 나르고, 깎고, 데운다는 동사가 일상과 함께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걷기가 ‘차’가 되고, 우물 긷기가 ‘수도’가 되고, 리어카 내지 기차에 싣기가 ‘택배’가 되고, 칼로 깎기가 ‘연필깎이’가 되고, 땔나무 구하기가 ‘순간 온수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많은 동사가 일상으로부터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232쪽
이 진지한 시인이 ‘온 힘을 다해’라고 말한 이상 정말 온 힘을 다했겠구나 싶어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것이구나 싶어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서툴더라도 온 힘을 다해, 마음을 담아서 쓴다.’ 이것 외에는 글쓰기 방법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269쪽
출처: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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