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추천도서 (3488) 피천득 대화록
1. 책소개
금아 피천득 서거 15주년을 맞아 펴낸 피천득 대화록- 전집 별책
(금아 피천득 선생의 대담, 좌담, 강연의 기록)
피천득의 삶과 문학의 인식 구조는 ‘대화적 상상력’이다. 우리는 흔히 피천득의 삶이 단순, 소박하고 문학은 쉽고 짧아서 역사와 사회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금아의 삶과 문학의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대화는 독백과는 달리 두 사람 간의 말의 교환이다. 교환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작동될 수 있다. 어떤 특정 주제에 대해 의견 차도 있을 수 있고, 대담자의 개인적인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피대담자를 유도할 수 있지만 결국 공간과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개재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역동적 과정에서 두 사람 간의 진정한 대화적 상상력이 작동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실린 대담, 좌담에서 피천득의 글에서는 얻을 수 없는 수많은 느낌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피천득의 대화록은 그가 쓴 시, 수필, 산문, 번역에서 제외되었던 강연, 대담과 좌담회에서 언명된 것으로 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들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정정호(엮음)
1947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같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교 영문학 박사. 홍익대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 제19차 국제비교문학대회(2010, 서울) 조직위원장.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2016, 경주) 집행위원장. 최근 주요저서 : 《피천득 평전》(2017), 《피천득 문학세계》(2021) 등.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번역원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피천득(皮千得, 1910~2007) |
1910년 5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태어남. 7세에 아버지, 10세에 어머니를 잃음.
1923년 경성제일고보 입학하였다가 1926년 상하이로 유학. 1926년 첫 시조 〈가을비〉 발표.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의 번역을 《동아일보》에 발표. 1930년 첫 자유시 〈차즘〉(찾음)을 《동아일보》에 발표. 1931년 상하이 후장대학교 영문학과 입학. 1932년 첫 수필 〈은전 한 닢〉을 《신동아》에 발표. 1937년 상하이 후장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45년 경성대학교 예과교수 취임. 그후 1948년에 서울대 사범대학 영문과 교수 취임. 1947년 첫 시집 《서정시집》(상호출판사) 간행. 1954년 미국 국무성 초청 하버드대 연구교수(1년간). 1959년 《금아시문선》(경문사) 출간. 1974년 서울대학교 조기 퇴직. 1991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수훈. 1995년 제9회 인촌상 수상(시 부문). 2007년 5월 서울 구반포 아파트에서 폐렴 증세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중 타계.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 안장.
출처:교보문고
3. 목차
머리말 : 피천득의 대화적 상상력 · 5
화보 · 21
I. 대담
1. 〈사회에 해는 끼치지 말아야〉 (이성주 대담, 1991) · 27
2. 〈청빈과 무욕의 서정〉 (김재홍 대담, 1993) · 35
3. 〈민족사의 전개와 초기 영문학 : 피천득 선생을 찾아서〉 (석경징 대담, 1997) · 54
4.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박완서 대담, 1998) · 98
5. 〈세기를 넘어, 문학을 넘어〉 (박미경 대담, 1999) · 111
6. 〈그리움을 찾으러 가는 길〉 (박영선 대담, 2002) · 116
7. 〈여덟 권의 책이 맺어준 인연〉 (리영희 대담, 2003) · 123
8. 〈금아 피천득 선생의 생애와 문학〉 (송광성 대담, 2004) · 136
9.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면 침묵하라〉 (임헌영 외 대담, 2006) · 155
II. 좌담
1. 〈도산을 말한다〉 (김병로, 장이욱, 김양수, 피천득, 박현환, 김경식, 지명관
(사회), 1960) · 163
2. 피천득, 김재순, 법정, 최인호의 대화(2004년 12월 18일) · 179
III. 강연
1. 숙명적인 반려자伴侶者 (2002) · 187
2. 질의응답 · 194
IV. 가상 대담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정정호 대담, 2021) · 201
부록
1. 나의 아버지, 금아 피천득 (차남 피수영과 박소현 대담, 2012) · 265
2. 피천득 선생의 삶과 문학에 대한 평가와 회고 (이창국과 정정호 대담, 2015, 2020) · 269
화 보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 머리말 |
피천득 대화적 상상력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사람은 말을 하고 산다. ……
런던에서 제일 먼저 개장한 윌리라는 커피 하우스는 에디슨과 스틸이 만나서 말하던 장소였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같은 성인도 말을 잘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전파 계승된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
나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추운 날 먼길을 간 일이 있고, 밤을 새우는 것도 예사였다. 찻주전자에 물이 끓고 방이 더우면 온 세상이 우리의 것인 것 같았다. ……
눈 오는 날 다리 저는 당나귀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림이 있다. 만나서 즐거운 것은 청담(淸談)이리라.
- 피천득 수필 〈이야기〉
올해 2022년은 금아 피천득 선생(1910~2007)이 타계한 지 15주기가 되는 해이다. 이에 편자는 피천득 선생이 직접 쓰신 ‘글’들을 모두 모아 《피천득 문학 전집》(전 7권)을 책임 편집하여 출판하였다. 이와 동시에 전집의 별권 형태로 피천득 선생이 생전에 ‘말’로 행하신 강연, 대담, 좌담을 묶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말은 기록된 글과 달라서 보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글과 말은 쓰임새가 서로 다르다. 어떤 경우는 말이 글보다 더 직접적이고 전달력과 생명력이 많을 수 있다. 어떤 경우는 글보다 말에 더 권위와 중요성이 부여되는 경우가 있다. 공자의 말씀, 예수님의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씀중심주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작가가 글로 남기지 못한 또는 글로 남기기 어려운 사항들은 말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말로 수행된 강연, 대담, 좌담은 글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 사람의 말과 글은 결국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이제 문학 전집과 대화집을 모두 모았으니 피천득 선생님의 글과 말이 모두 모이게 된 것이리다.
피천득의 삶과 문학의 인식 구조는 ‘대화적 상상력’이다. 우리는 흔히 피천득의 삶이 단순, 소박하고 문학은 쉽고 짧아서 역사와 사회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금아의 삶과 문학의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소극적으로 보이는 피천득의 문학세계는 압축과 절제 속에 있다. 억압된 것은 언제나 되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피천득의 문학의 표면에서 볼 수 없는 심층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새로운 역동적 대화 구조를 볼 수 있다.
피천득은 10세 이전에 양부모를 여의고 어려서 서당에 다니면서 《통감절요》를 3권까지 읽었다. 1926년에 상하이로 가서 영미계 미션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면서 기독교를 접하며 《성경》도 읽었다. 1930년대 중반 금강산에서 승려가 되기 위해 1년간 《유마경》과 《법화경》을 읽었고 80대가 다 되어서 가톨릭교에서 프란치스코란 세례명을 받았다.
해방 직후 경성제국대학 예과 교수로 부임한 후 서울대 사범대에서 영문학 교수로 조기 퇴임하였다. 혼란의 해방 공간과 민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을 겪고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을 통한 군사 독재를 체험하고 문민정부의 시작을 보았다. 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 경기까지 몸소 체험하며 98세라는 당대로는 보기 드물게 장수하였던 문인이자 학자였다.
피천득의 삶과 문학은 지난 100년 이상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모든 상황들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겉보기에 단아한 세계의 상부 구조는 다양체라는 하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그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다양체의 씨줄과 날줄로 엉킨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치밀하게 풀어내야 할 것이다. 그의 사유의 역동적 구조는 다른 말로 하면 ‘대화적 상상력’을 가진다.
앞으로 우리는 피천득의 대화적 상상력의 실체를 그의 문학, 사회, 정치, 철학, 종교적 차원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피천득의 시와 수필은 단순 구조만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그 밑에 깔려 있는 복합체를 인식해야 한다. 피천득은 일상 대화에 이러한 역동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그의 대화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 피천득의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대화(이야기)를 찾아보자.
대화는 독백과는 달리 두 사람 간의 말의 교환이다. 교환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작동될 수 있다. 어떤 특정 주제에 대해 의견 차도 있을 수 있고 대담자의 개인적인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피대담자를 유도할 수 있기는 하지만 결국 공감과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개재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역동적 과정에서 두 사람 간의 진정한 대화적 상상력이 작동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실린 대담, 좌담에서 피천득의 글에서 얻을 수 없는 수많은 느낌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은 혼자 하는 말인 독백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말하는 상대자와 함께 ‘대화’하는 것이다. 독백도 사실은 자신과의 대화이다. 기도도 신과의 대화이다. 어떤 ‘이야기’도 말하는 사람이나 작가는 이미 언제나 그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청자나 독자를 상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이나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모두 발신자와 수신자를 토대로 ‘대화’라는 의사소통하는 방식하는 하나이다.
피천득이 1920년대 후반부터 30년대 중반 이후까지 오랫동안 상하이의 후장 대학에서 유학 중에 가장 기다린 것은 편지였다. 〈기다리는 편지〉란 수필에서 피천득은 고국에서 오는 편지를 애타게 기다렸으나 오지 않는다. 아버지를 7살에 잃고 어머니는 10살에 돌아가시어 천애고아가 되었고, 변변한 친척도 없었던 피천득은 도대체 누구의 편지를 기다렸을까? 친구일까? 또는 어떤 여성일까?
나는 오지 않는 편지 한 장을 기다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기다렸습니다. 내가 죽는 날까지는 기다리려고 합니다. 이곳은 상해 시가지서 7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양수포(揚樹浦)인 고로 교내(校內)에 조그마한 우편소가 있습니다. (……)
읽던 책 덮고 강물을 바라볼 때 밤 깊게 캠퍼스를 거닐 때 어디서인지 화륜선이 떠오면 그 배에는 내 편지가 실렸으리라고 아니 못한 나그네들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 준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마 나더러 미쳤다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밤이 되면 내일은 편지가 오리라는 희망으로 자리에 나갑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오늘은 오리라는 기쁨으로 일어납니다. 기다리는 이 편지가 앞날 어느 때에 올는지 영영 아주 오지 않을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편지를 기다리는 희망이 없이는 하루라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오지 않을 편지를 기다린다는 것은 피천득에게 어떤 의미인가? 편지란 당시에는 기본적으로 지인과의 대화의 장으로서 가장 확실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피천득이 유일한 대화 수단인 편지가 올 가능성도 없는데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아마도 1920~30년대 일제강점기의 모국어 말살 정책과 아울러 소통 부재의 비극과도 연관 있을 것이다. 대화나 의사소통 부재의 답답한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표상일 수도 있다.
편지를 못하던 시대를 그린 피천득의 시가 있다.
떨어져 사는 우리
편지조차 못 하리니
같은 때 별을 보고
서로 생각하자 했네
깊은 밤 흐린 하늘에
샛별 찾는 이 마음 (〈이 마음〉 1연)
편지로 소통이 어려우면 같은 때 ‘별’을 보고 서로 생각하고 마음을 소통시키고 새벽녘의 ‘샛별’ 때까지 잠 못 자고 기다린다. 우주 저편 은하수의 별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와 가까이에 있는 달과 더불어 태곳적부터 인간들과 대화의 상대였고 멀리 떨어져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대화 매개체였다. 피천득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수필 〈로버트 프로스트Ⅱ〉)이었고 찰스 램은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다”(수필 〈찰스 램〉)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나 편지를 써도 보낼 곳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의 시 〈편지〉를 읽어보자.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전문)
편지를 부칠 곳이 없는 경우는 상황상 편지 교환이 안 되는 경우보다 나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경우는 달이나 별을 사이에 두고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대화와 소통의 가능성이 봉쇄된 경우이다. 어떤 경우일까?
피천득은 말하기 또는 대화하기를 즐겼다. 그는 누구를 만나도 점잖은 척하며 일부러 침묵을 지키지 않고 그렇다고 대화를 주도하기 위해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항상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침묵은 말의 준비 기간이요, 쉬는 기간이요, 바보들이 체면을 유지하는 기간이다. 좋은 말을 하기에는 침묵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긴 침묵을 필요로 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요, 농도 진한 맛을 아껴서 한다는 말이다. 말은 은같이 명료할 수 있고 알루미늄같이 가벼울 수도 있다. 침묵은 금같이 참을성 있을 수도 있고 납같이 무겁고 구리같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금강석같은 말은 있어도 그렇게 찬란한 침묵은 있을 수 없다.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은 말로 이루어지고 말로 깨졌다. (수필 〈이야기〉)
피천득은 침묵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웅변이 필요하며 침묵과 말의 조화를 믿고 있었다. 모든 것은 말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말(언어)이 없다면 문학도 없고 나아가 인간 문화와 문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허튼소리나 쓸데없는 말이 아닌 “농도 진한 말을 아껴서 한다”는 것이 피천득의 방침이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빨리 하여 위엄이 없다고 일러주는 친구가 있다. 그래 나는 명성이 높은 어떤 분이 회석(會席)에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만 꿈벅꿈벅 하던 것
출처: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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