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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추천 도서(1636) 탁류- 채만식

'-') 2017. 8. 23. 10:00


책소개

『태평천하』와 더불어 채만식의 작가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온『탁류』에 대해서는 그 텍스트에 대한 연구사를 정리하는 작업 자체가 한 편의 논문이 될 정도로 많은 논의들이 있어왔다. 그 많은 논의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하나는, 이 작품이 일제의 수탈과 폭력으로 인한 식민지 근대의 사회·경제상을 치밀하게 묘파해내고 있는 리얼리즘적 성취를 보여준 탁월한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식민지 조선 사회의 모순구조를 총체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한 채 세태나 현상만을 평면적으로 스케치한 세태소설이나 주인공 초봉이의 수난을 축으로 한 흥미 위주의 통속소설의 혐의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저자 소개

저 : 채만식

蔡萬植, 호'백릉(白菱)', 호'채옹(采翁)'식민지 시대와 해방기를 거친 진보적 지식인 소설가 채만식(1902. 6. 17~1950. 6. 11)은 전북 임피에서 태어나 서울의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의 제일와세다고등학원 문과에서 수학하였다. 1924년 12월 단편소설 「세 길로」를 발표(이광수 추천)하여 등단한 이후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소설 창작활동을 펼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2주 전 폐결핵으로 영면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전(傳) 소설인 『심청전』과 『춘향전』 등의 영향 아래 『탁류』, 『태평천하』와 같은 장편소설을 통해 새로운 풍자의 미학을 선보였으며,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소망」, 「생명」과 같은 빼어난 단편소설을 남긴 작가다. 또한 일제 말기 자신의 대일 협력문제를 성찰한 「민족의 죄인」과 「낙조」를 발표함으로써 민족과 개인과 사회의 문제에 관한 천착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1930년대와 1940년대에 걸쳐, 다시 말해 한국전쟁 직전에 타계하기까지 ‘작품으로 말하기’라는 작가 윤리를 자신의 생애 윤리로서 실천한 그는 처음부터 지식인의 자의식을 날카롭게 투시한, 예컨대 지식인소설 유형으로 독자적인 면모를 획득하였다. 또한 지식계급으로서의 자의식이 민중적 현실과 폭넓게 접촉하였을 때는 비극적 리얼리즘의 창작방법을, 그렇지 않고 대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희화화의 정신이 현실 가공의 미학적 정신을 철저하게 지배하게 되었을 때는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의 소설세계를 이루었다.

특히 계급적 관념의 현실 인식 감각과 전래의 구전문학 형식을 오늘에 되살리는 특유한 진술 형식 창조는 그의 소설을 특징짓는 또 다른 요소로 소위 동반자작가로서의 의식적 출발을 마련하기도 하였으며 이로부터 벗어나는 과정 역시 1930년대 지성사의 맥락에서 정신의 한 보편 굴절 양상을 살피게 하는 유력한 사례이다.

소설 외에 수편의 희곡과 시나리오 작품을 남긴 그의 다채로운 이력과 실험적 기법으로 인해 채만식 문학은 오늘날에도 끊임없는 문학 연구자와 독자들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그의 문학 업적을 기리기 위한 채만식문학관이 건립되어 있다.
 

편자 : 공종구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한국현대소설의 윤리』,『한국 근·현대 작가·작품론』,「손창섭 소설의 기원」,「채만식 소설의 기원」,「최명익 소설에 나타난 동양론의 전유와 변주」등이 있다.

목차

해설 | 채만식의 생애와 『탁류』를 읽는 세 가지 코드 공종구

탁류
1. 인간기념물
2. 생활 제일과
3. 신판『흥보전』
4. ‘……생애는 방안지方眼紙라!’
5. 아씨 행장기行狀記
6. 조그마한 사업
7. 천냥만냥
8. 외나무다리에서
9. 행화杏花의 변辯
10. 태풍
11. 대피선待避線
12. 만만한 자의 성명은……
13. 흘렸던 씨앗
14. 슬픈 곡예사
15. 식욕食慾의 방법론
16. 탄력彈力 있는 ‘아침’
17. 노동 ‘훈련일기訓戀日記’
18. 내보살內菩薩 외야차外夜叉
19. 서곡序曲

인상기 | 지충 채만식
그의 사람 된 품과 작품 안회남
채만식의 작품 세계 장영창

출판사 리뷰

1930년대 후반, 채만식의 작가적 역량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쓴 
식민지 근대의 사회·경제상을 치열하게 묘파해낸 리얼리즘의 정수


우리 소설 문학의 황금기라 할 만한 1930년대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인,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가 「한국현대문학전집」의 한 권으로 현대문학에서 나왔다.

채만식은 1937년《조선일보》에 장편『탁류』연재, 1938년《조광》에 후에『태평천하』로 제목을 바꾸는 장편『천하태평춘』연재, 1939년《매일신보》에 장편『금의 정열』등을 연재하는 등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장편소설들을 이 시기에 쏟아낸다. 『탁류』는 바로 작가 채만식이 삼십대 중반에 쓴, 인간적으로 또한 작가적으로 완숙한 경지에 다다랐을 때 쓰인 작품이다. 

『태평천하』와 더불어 채만식의 작가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온『탁류』에 대해서는 그 텍스트에 대한 연구사를 정리하는 작업 자체가 한 편의 논문이 될 정도로 많은 논의들이 있어왔다. 그 많은 논의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하나는, 이 작품이 일제의 수탈과 폭력으로 인한 식민지 근대의 사회·경제상을 치밀하게 묘파해내고 있는 리얼리즘적 성취를 보여준 탁월한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식민지 조선 사회의 모순구조를 총체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한 채 세태나 현상만을 평면적으로 스케치한 세태소설이나 주인공 초봉이의 수난을 축으로 한 흥미 위주의 통속소설의 혐의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본격소설’과 ‘통속소설’의 맥락에서『탁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두 유형의 논의들이 동시에 기대고 있는 틀은 여인의 수난사, 보다 구체적으로는 주인공 초봉이의 기구한 운명과 신산이다. 작가 채만식이 등단 이후 일관되게 보여주는 비판적 리얼리스트적인 모습과 민족주의적 성향은 초봉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매개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본주의(식민지) 근대의 속악성에 대한 비판으로 이 작품에서 초봉이의 인생유전의 실마리가 되는 고태수와의 결혼을 자본의 간계와 교환의 논리에 기초한 계약의 관계로 파악하는 채만식의 설정은 충분히 주목되어야 한다. 그러한 설정을 통해서 채만식은 자본주의 근대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치를 등가적 교환의 대상으로 도구화하는 자본의 간계, 기존의 모든 경계와 권위를 해체하고 전복시키는 ‘악마의 맷돌’로 기능하는 시장 메커니즘과 교환 논리의 폭력, 그 자본의 간계와 시장 논리의 폭력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인간의 부질없는 탐욕과 허영. 그리고 그러한 자본의 간계와 시장의 교환 논리의 최종 심급으로서의 자본주의 근대, 특히 자본주의 근대 일반의 문제들이 더욱 복잡하면서도 왜곡된 양상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조선의 식민지 근대에 대해 채만식은 통렬한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미두장을 중심으로 당대의 시대상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풍속사적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여기에 입말을 살린 대화는 작가의 재치와 치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 YES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