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추천도서(2721) 인간을 다시 묻는다
1. 책소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서울대학교 교수 14인이 던지는 화두
“인간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지만, 21세기에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어떤 부분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게 되었고, 유전공학은 인간의 독특한 요소로 생각되었던 영혼, 감정, 자유의지가 물질적 알고리듬의 결과임을 보여 주었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라고 할 부분을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 오늘날 이 책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인간의 정체성, 인간의 영혼과 의식, 인간의 욕망과 좌절, 인간의 본성과 자격 등 네 영역으로 나누어 성찰한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이 주도하는
인문학 주제 탐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
21세기에 들어와서 제4차 산업혁명 또는 포스트휴먼 시대로 불리는 환경적ㆍ기술적 변화에 직면하여,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교수들이 인간의 삶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성찰하여 출간한 첫 번째 책이다.
첫 번째 화두인 ‘인간의 정체성’에서는 인간과 기계, 인공지능이 어떻게 다른지 묻는 것에서 시작하여, 불교와 원효의 인간관,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히틀러에 의해 반유대인 정치 이념과 정책으로 전면화하는 극단적인 차별과 혐오의 인간관을 살핀다. 두 번째 화두인 ‘인간의 영혼과 의식’에서는 인간을 기계나 동물과 달리 보게 만드는 핵심 요소인 영혼과 의식, 꿈과 이상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세 번째 화두인 ‘인간의 욕망과 좌절’에서는 현실적ㆍ물질적 존재로서 인간의 욕망과 관계된 내용을 다룬다. 서양 사회에서 부(富)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추적하고, 부와 짝을 이루는 인간의 중요한 욕망인 성(性)에 대해서 엘 그레코의 종교화를 통해 살펴보고, 멜랑콜리와 에로스의 두 감정 범주를 통해 행복의 충분조건을 고찰한다. 네 번째 화두인 ‘인간의 본성과 자격’에서는 인간 도덕성의 본질, 법적 주체로서의 인간, 인간의 창조하는 본성을 읽어낸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편집책임: 정병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고전문학, 특히 조선시대 소설이 주전공이며, 저서로 『조선시대 소설의 생산과 유통』, 『권력과 인간-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왕실』 등이 있다. 현재 한국문화의 위상과 성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집필진(가나다순)
권재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 일반언어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어 문법론과 문법사를 연구해 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어 문법론』, 『한국어 문법사』, 『언어학사강의』, 『세계 언어의 이모저모』, 『남북 언어의 문법 표준화』, 『중앙아시아 고려말의 문법』 등이 있다.
김도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서와 역서로는 『권리의 문법』, 『합법성과 정당성』, 『차이의 정치와 정의』 등이 있다. 법의 규범적 토대로서 자유, 평등, 정의, 공공선, 인간 존엄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김 헌: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서양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신화, 고전기 아테네의 수사학과 철학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저서로는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 『천년의 수업』, 역서로는 플루타르코스의 『두 정치연설가의 생애』, 이소크라테스의 『‘어떤 철학’의 변명』 등이 있다.
나수호(Charles La Shure):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고전문학 중 한국구비문학이 주전공이다. 한국 설화를 연구하고 있으나 정보화 시대의 구비문학 혹은 민속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남동신: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한국 고중세 불교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박정호: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전공은 서양 근세 미술사로, 16-17세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회화와 조각이 주된 연구 분야이다. 저서로는 Men in Armor: El Greco and Pulzone Face to Face, 최근 논문으로는 “In Emulation of Apelles and Michelangelo” 등이 있다. 현재 17세기 스페인 채색 조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현태: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고대 러시아 문학과 러시아 문학이론이다. 저서로는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공저),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공역) 등이 있다. 최근에는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성해영: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종교심리학과 신비주의의 비교 연구가 세부 전공이다. 특히 비일상적 의식 상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교 체험과 현대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영성(spirituality) 연구에 큰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 『수운 최제우의 종교 체험과 신비주의』 등이 있다.
손영주: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현대 영국 문학이 주요 연구 분야이다. 저서로 Here and Now: The Politics of Social Space in D. H. Lawrence and Virginia Woolf, 역서로 『사랑에 빠진 여인들』이 있다. 최근에는 모더니즘과 젠더, 정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석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양근대철학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인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일반인을 위한 철학 소개서를 집필 중이며 “Leibniz on Divine Concurrence”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이영목: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의 사상과 문학, 특히 유물론과 정치사상, 글쓰기의 관계를 주된 연구 영역으로 삼고 있으며,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검은 그러나 어둡지 않은 아프리카』(공저) 등이 있다.
이정환: 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 주전공은 전근대 동아시아 미학과 성리학이다. 세부 연구 주제는 주자(朱子)를 중심으로 한 성리학과 소식(蘇軾)을 중심으로 한 중국 송대(宋代) 예술사상 및 철학이며, 동서비교미학으로 그 연구 범위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근대가 태동하는 순간부터 대항해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특히 바다와 해양문명을 통한 전 지구적 통합 과정을 밀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대항해시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히스토리아』, 『문명과 바다』,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문화로 읽는 세계사』 등이 있다.
최윤영: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이민문학, 소수자 문학, 문화학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저서로 『카프카 유대인 몸』, 『민족의 통일과 다문화사회의 갈등』, 『엑소포니, 다와다 요코의 글쓰기』 등이 있다. 현재 유대인 문학의 성격과 의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발간사 / 이재영
서설 / 정병설
[인간의 정체성]
인공지능과 인간-‘두 문화’의 공존을 위하여 / 나수호
복제인간의 전사-데카르트에서 켐펠렌까지 / 이영목
원효에게 인간을 묻다-중생과 보살 / 남동신
누가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가-‘인간’의 경계: 유럽 유대인의 경우 / 최윤영
[인간의 영혼과 의식]
인간은 종교적인 존재인가-세속적 신비주의 / 성해영
영혼은 어디에 있나-고대 그리스의 인간 / 김헌
인간은 왜 꿈을 꾸는가-체르니?스키와 도스토옙스키의 논쟁 / 변현태
[인간의 욕망과 좌절]
부귀의 지향과 억압-중세의 청빈에서 근대의 부로 / 주경철
인간의 몸은 어떻게 재현되는가-엘 그레코와 누드 / 박정호
행복 감응력-멜랑콜리와 에로스 / 손영주
[인간의 본성과 자격]
선악과 인간 본성-맹자의 사고실험 / 이정환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도덕적 존재의 조건 / 이석재
법 앞의 인간-‘법적 주체’와 ‘사람’ 사이 / 김도균
언어를 통해 본 인간의 창조성 / 권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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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 우리는 자신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지만, 언제나 아무런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생각의 문을 닫게 된다. 이런 질문을 단단히 각오하고 끈질기게 던진 철학자 데카르트도 결국 생각하고 있는 자기 자신만을 볼 뿐이었으니 애당초 정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한 이 질문을 계속 되뇌지 않을 수 없다. (8쪽)
소크라테스는 평소에도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들이 하데스를 너무 나쁘게 그려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연명하려고 애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전쟁에 나가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는 대신, 어떻게 해서든 목숨을 부지하려고 비겁한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그가 『국가』에서 그리는 ‘아름다운 나라(kallipolis)’에서는 죽음의 공포를 조장하는 시를 짓는 시인들을 추방하려고 단단히 벼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파이드로스』에서는 철학자의 순수하고 정결한 영혼이 이데아의 세계로 높이 날아오르는 신비로운 장면을 그려 내기도 했다. 그 영혼이 이 세상을 떠나서 가게 될 저세상은 호메로스의 ‘안 보이는’ 하데스와는 달리, 지하가 아니라 천상에 있으며 빛과 진리로 충만하며 영원하고 나를 진정 나이게 하는 세계다. 그러니 철학을 통해 정화된 영혼이 육체의 멍에와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로 그곳에 올라가려는 순간, 왜 그것을 마다하며 피하겠는가.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죽음을 피하지 않고 독배를 마셨다. (126-127쪽)
가난한 자가 복을 받을 것이며,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믿던 사회에서 부의 추구를 정당하고 또 소망스럽게 바라보는 사회로 어떻게 이행해 갔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세에 빈곤의 찬미란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다. ‘실생활’에서 빈민과 걸인은 정말로 존경받았는가? 그렇지 않다. 빈곤 자체가 덕목이나 성스러운 것은 아니었고, 실제 빈민들은 흔히 악의적이고 경멸적인 취급을 받았다. 성스러운 빈곤이란 영적인 덕목일 뿐이었다. 이념적으로만 ‘마음이 가난한’ 자를 존경했던 것이다. 찬미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자발적 빈곤’이다. (155쪽)
엘 그레코가 일생에 걸쳐 작품에 포함시킨 누드는 무엇보다 르네상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기존 연구에서는 화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높은 자부심을 근거로, 그가 마치 사회적 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작품을 제작한 독립적인 미술가였던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해석은 어느 정도 진
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엘 그레코가 제작한 작품들을 사회적 상황과 연관 지어 면밀히 살펴보면 그 역시 당대 사회가 부과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회의 검열과 통제가 심해진 시기에는 음란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을 그리지 않았고, 공식적인 통제가 약화되었을 때에도 이탈리아 미술 취향을 지닌 후원자들의 존재, 화가로서의 자신의 명성 덕분에 누드를 그릴 수 있었다. 엘 그레코가 그린 다양한 누드는 가톨릭개혁기 스페인 사회에서 인간의 몸을 인식한 다양한 관점이 인체의 재현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 주는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188쪽)
도덕적 존재의 다른 조건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도덕적 존재의 조건으로 이타주의적 태도를 제안하고 싶다. 이때 ‘이타주의적 태도’란 타인 혹은 타 존재의 안녕이나 이익을 자신의 근원적 목적 중 하나로 삼는 태도로 이해하고자 한다. […]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타인이나 다른 존재 역시 생각하는 사람이 이타주의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갖춤으로써 이 사람은 도덕적 존재의 지위를 얻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때 중요한 단서가 있다. 타인을 위할 때 그 이유나 동기가 자신의 안녕이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면 이러한 태도는 앞서 묘사한 이타주의적 태도가 아니다. (242-243쪽)
출처: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