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추천도서(2336)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 제프리 노먼
1. 책 소개
해발 4,200미터의 그랜드 티턴을 딸과 함께 등반한 스포츠 저널리스트의 회상록. 등반의 위험과 도전을 통하여 중년의 아버지와 딸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를 재발견하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산의 아름다움과 위험 속에서 신뢰와 존경에 기초해 형성되면서 이따금씩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와 딸의 독특한 유대관계를 엿볼 수 있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제프리 노먼<아웃사이드>,<에스콰이어>,<멘즈저널>,<내셔널 지오그래픽>,<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등의 많은 잡지에 글을 썼으며, 현재 <포브스 FYI>의 편집자 일을 맡고 있으며,버몬트에 살고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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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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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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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는 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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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관심을 차지하려는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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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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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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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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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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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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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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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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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를 살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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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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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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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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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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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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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크스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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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장난꾸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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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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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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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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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이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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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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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캠프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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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의 힘겨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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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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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나서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 속으로
서문 pp 9-13
우리의 큰 산
밤이면 꿈속에서 당당하게 산을 올랐다
호랑가시나무 지팡이를 들고 나가서
―백거이(白居易, 772-846)
한 시간쯤 걸었다. 베이스 캠프까지는 사흘을 더 걸어야 했다. 여기까지는 쉬운 부분이었다. 날씨는 좋았고 다리에는 힘이 넘쳤다. 배낭은 가벼웠다. 우리는 하루에 450미터 정도를 올라갈 계획이었다. 우리는 해발 2,700미터 정도에서 출발했으며, 베이스 캠프는 4,100미터 정도 되는 지점에 있었다. 아직 우리가 올라갈 산은 보이지 않았다. 이틀은 더 가야 처음으로 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약간은 이론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산에서 내려오던 사람을 처음 만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은 카키색 짧은 바지 위에 짙은 감색 폴리프로필렌 셔츠를 입었으며, 신발과 모자는 최신 유행의 고급품이었다. 선글라스와 2주일간 자란 턱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그는 아주 보기 흉한 자세로 노새에 올라타 있었는데, 물집이 잡힌 입으로 같은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난 안 돼. 할 수 없었어."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노새한테 하는 말이었을까? 남자는 정신착란 상태에 가까웠다. 도시에서 길을 가다가 제정신이 아닌 채 헤매고 있는 부랑자를 보면 눈길을 돌리게 되듯이, 그 사람도 똑바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이 실패한 클라이머 옆에는 가우초(스페인 사람과 인디오의 혼혈/옮긴이)가 말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당당한 자세였으며, 옆사람의 탄식에는 무관심한 듯했다. 어쨌든 그 두 사람은 나한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는 대체 어디에 온 것일까?"
나는 자문해보았다. 그 말은 이후 3주 동안 내 주문이 되다시피 했다.
여기서 "우리"라는 말은 중요하다. 내가 혼자 여기에 온 것이라면, 내가 산의 정상에 오르거나 말거나, 고생을 하거나 말거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잃거나 말거나, 심지어는 죽거나 말거나(이 산에서는 일 년 전에도 열여섯 명이 죽었지만, 그래도 나는 죽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이 내 마음에 큰 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어리석은 짓을 수도 없이 반복해왔기 때문에 ―― 나는 그런 일들이 허황된 짓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 어떤 일을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딸이 나와 함께 있었다. 부모란 객관적으로 보아서 전혀 잘못한 것이 없을 때라도 자식의 불행에는 책임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번 일에서는 만일 브룩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내가 느낄 죄책감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노새에 올라탄 사람에게서 불길한 징조를 보았던 반면(어쩌면 그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룩에게 그 사람은 실패한 중년의 한 남자에 불과했다. 나는 브룩이 우리 그룹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나보다 앞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애가 걷는 동작에는 자신감이 넘쳤으며, 배낭을 멘 모습에는 젊음이 넘쳤다. 나는 그 자신감과 젊음이 그때로부터 3주 후에도, 즉 우리가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뒤에도 그대로이기를 바랐다.
만일 우리가 정상에 올라가게 된다면 ―― 노새를 탄 남자를 만난 뒤에는 부쩍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 등반에서는 독특한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에게 큰 명예였다. 브룩과 나는 등반을 한 지 오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둘 다 남는 시간에만 산을 타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열심이었다. 우리는 등반에 대해서, 또 우리가 올라갔던 산과 올라가고 싶은 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거의 모든 등반을 함께 했다. 우리는 산사람들 말로 하면 "산친구"였다.
언젠가 한번 큰 산의 원정 등반을 해보는 것이 우리의 (특히 나의) 야망이었다. 그리고 1999년 초에 그런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오게 된 것이고,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강을 따라서 베이스 캠프까지 사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우리는 베이스 캠프에서 아콩카과 정상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아콩카과는 해발 6,959미터로 아시아 이외의 대륙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며, "7대 정상" 가운데에는 두번째, 세계 전체에서는 열일곱번째로 높은 산이다. 아콩카과는 덩치가 크고 높은 산으로, 위도상으로는 예를 들면 알래스카의 데날리와 비교할 때 상당히 온화한 기후에 속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공기는 차가워지고 희박해지며, 폭풍이 자주 몰아친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않은 클라이머들에게는 동상과 저체온증이 흔히 발생한다. 방심했다가 허를 찔리기도 하고, 그냥 운이 나빠서 걸리기도 한다. 사실 그런 것들은 고산 등반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것말고도 뇌와 폐의 수종이 있다. 뇌나 폐 주위에 체액이 지나치게 몰려서 줄어들지 않는 증상인데,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희박한 공기로 인한 "저산소증" 때문에 그런 상태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산소가 부족하면 무기력해지고 두통이 생기는 것 외에 판단력도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수종을 경고하는 증상이 나타나도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렸다가 곤경에 처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산 등반에는 이런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등반에서 느끼는 환희는 고통을 갚고도 남을 만한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번 등반을 위해서 훈련과 준비를 하는 몇 달 동안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날, 내 딸과 함께 이 등반로를 따라서 올라가는 날, 이 등반을 하는 날 ――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이 모험을 감행하는 날 ―― 을 평생 그 어떤 날보다도 간절하게 고대해왔다. 나는 이 날에 대해서 브룩과 꽤 오래 이야기를 해온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그 다음에는 JFK 공항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산티아고로 오는 비행기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번 등반은 말하자면 우리의 회심의 등반이었다. 우리는 이 등반을 위해서 훈련을 했으며, 몸도 최고의 상태였다. 내 뜨거운 마음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이곳에 있다는 것이, 내 딸과 함께 이 일을 한다는 것이 행운으로 느껴졌다.……등반로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노새 등에 실려 내려오는 그 패배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를 만난 다음부터 내가 그동안 용케도 억눌러왔던 의심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더니 목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체 어디에 온 것일까?
그런 질문이 떠오르면서 몇 년 전, 처음으로 등반을 꿈꾸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에 나는 혼자 오를 생각이었다. 애초에 등반을 꿈꾼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내 딸을 끌어들인 것이 잘못이었을까? 결국 우리 둘 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잘못의 연쇄작용의 결과일까?
미래는 생각해봐야 알 수 없는 것, 나는 등반로를 따라가면서 과거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대체 어디에 온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전에 나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았고, 그러자 마음이 즐거워졌다. 결국 그것은 나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었으므로.
우리는 대체 어디에 온 것일까?
그런 질문이 떠오르면서 몇 년 전, 처음으로 등반을 꿈꾸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에 나는 혼자 오를 생각이었다. 애초에 등반을 꿈꾼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내 딸을 끌어들인 것이 잘못이었을까? 결국 우리 둘 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잘못의 연쇄작용의 결과일까?
미래는 생각해봐야 알 수 없는 것, 나는 등반로를 따라가면서 과거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대체 어디에 온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간이 조그만 지나면 알 수 있을 터였다. 그전에 나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았고, 그러자 마음이 즐거워졌다. 결국 그것은 나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었으므로.
출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 서평
이 책은 단순한 등반 기록이 아니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기록이며 중년의 아버지와 틴에이저 딸의 유대와 교감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불확실한 삶에 대한 도전의 기록이다. 레저 활동에 대한 전문 칼럼을 쓰고 있는 저자는 늘 모험을 갈망해왔다. 그가 자신의 쉰번째 생일 기념으로 해발 4,200미터의 그랜드 티턴의 등정을 계획하던 중, 열다섯 살 난 딸 브룩이 그의 원정에 동참하겠다고 나선다. 이들 부녀는 등반을 통하여 팀워크와 신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성공적인 첫번째 산행 후 그들은 안데스 산맥에 있는 세계 7대 명산 가운데 하나인 아콩카과를 등정하기로 한다. 노먼은 역사, 문학, 등반 문헌에 기대어 아버지가 된 이후 자신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를 기록한다. 또한 그는 자연의 경이와 위험을 목도해가면서 아버지와 딸 사이의 독특한 유대―상호 신뢰와 존경―를 굳건히 하는 데에 성공한다.
1)주요 내용
레저 활동에 대한 기사를 쓰는 제프리 노먼은 항상 모험을 갈망해왔다. 그는 자신의 쉰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해발 4,200여 미터에 이르는 그랜드 티턴의 등정을 계획한다. 노먼이 홀로 용기를 북돋우고 있는 가운데 그의 열다섯 살 난 딸 브룩이 등반에 참여하고 싶다고 자원하자 그는 크게 놀란다. 그는 중년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자 홀로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먼과 브룩은 등산학교에서 힘든 훈련을 마치고 마침내 그랜드 티턴에 오른다. 처음에 그들은 높은 고도에 적응하지 못하여 힘겨워한다. 초반에 특히 브룩이 희박한 공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문 클라이머인 앨릭스 로와 아버지의 격려로 이것을 극복하고 마침내 정상에 오른다. 이들 부녀는 정상에서, 감명깊게 읽은 책, 역사,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의 경이에 감탄한다.
성공적인 첫번째 등반 후 그들은 안데스에 있는 세계 7대 명산의 하나인 해발 7,000미터에 육박하는 아콩카과를 등정할 계획을 세운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순회 강연차 들른 앨릭스 로의 격려에 힘을 얻어 남아메리카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들은 용의주도한 가이드와 중년의 여섯 남자들과 팀을 이루어 아콩카과를 향하여 떠난다. 처음에 일행은 어린 여자아이 브룩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몰라서 어색해한다. 그러나 브룩이 아무런 불평 없이 제몫을 다하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자 기력이 다한 노먼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을 포기하려고 하고 브룩에게 자신을 남겨두고 정상에 오를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둘 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버틴 결과 그들은 함께 정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
큰 산을 등반하며 노먼은 가이드의 이타적 태도에 깊이 감명을 받았으며 일행들 각자의 모험담,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뿌듯해하며 딸과 동등한 인격체로 진정한 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큰 꿈―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인 고산 등반―을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진정한 부모로서 거듭나는 과업도무사히 마쳤다.
2)이 책의 특징
이 책의 큰 미덕은 거창하지 않으며 꾸미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일반인이, 그것도 아버지와 딸이라는 특이한 조합을 이룬 팀이 세계의 7대 고산 중의 하나인 아콩카과 등정에 성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인간 승리를 보여주거나 자신들의 업적을 과장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산을 정복하는 고통스러운 모험담에 치중하지 않고 인생의 또다른 산을 정복하는 과정, 즉 저자가 진정한 부모로 거듭나는 과정을 서술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등반의 역사와 최근의 경향, 등반장비, 유명한 클라이머들의 생애와 그로부터 얻어지는 교훈 등도 기술하고 있어서 등반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산을 오를 때에 필요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해줄 수 있다.
출처 : 청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