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추천도서(26.1-)/2026-06

6월의 추천도서 (4853) 꽃 피는 시절

'-') 2026. 6. 16. 10:00

 

 

 

1. 책소개

 

 

 

 

《1938 타이완 여행기》의 출발점이자
양솽쯔 작가의 창작 원점

 

타이완 사람이 타임슬립해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느 시대, 어느 장소로 가야 할까? 양솽쯔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해 타임슬립이라는 뜻밖의 운명을 맞이한 주인공을 일제강점기 타이중으로 보내는 것으로 답한다. 역사소설과 여성 서사의 백합소설을 결합한 ‘역사 백합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양솽쯔 작가는 첫 장편소설 《꽃 피는 시절》에서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1920년대 타이완섬으로 돌아가 타이완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또한 여성들의 일상과 감정, 욕망을 세밀하고 유려하게 재현해냄으로써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타이완 최초로 2024년 전미도서상,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1938 타이완 여행기》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 소설은 타임슬립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식민지와 계급, 젠더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이 소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소녀와 소녀가 각별한 벗이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타이중 고택 ‘지여당’의 양씨 가문 막내딸 쉐쯔를 통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옛 타이완의 풍경과 문화, 타이완 소녀들의 우정과 연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양솽쯔 (楊双子)

 

1984년 타이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도시 타이중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양뤄츠(楊若慈)로 2014년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楊若暉)와 함께 쌍둥이라는 뜻의 일본어 ‘双子’를 공동 필명으로 삼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언니 양뤄츠는 창작을, 동생 양뤄후이는 역사 고증과 일본어 번역을 담당했다. 2015년 동생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양솽쯔’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2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과 타이완인 두 여성의 복잡미묘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역사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은 2021년 타이완 금정상, 2024년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타이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26년에는 타이완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 외의 작품으로 《꽃 피는 시절》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집 《꽃 피는 소녀들의 화려한 섬》, 장편소설 《쓰웨이가 1번지》, 산문집 《먹겠습니다! 옛 타이중: 역사소설가의 거리 음식 답사》 《나는 장르싱 잡화점 옆집에 산다》 등이 있다.

 

출처: 본문중에서

 

 

 

 

 

3. 목차

 

[한국어판 서문]
식민지 기억의 그림자 속에서 정체성의 꽃을 피우다

프롤로그 아마릴리스
1 . 옥란화
2 . 불꽃나무
3 . 금은화
4 . 모란꽃
5 . 동백꽃
6 . 재스민
7 . 시계꽃
8 . 연꽃
9 . 부겐빌레아
10 . 이엽송
11 . 국화꽃
12 . 일일초
13. 월하미인
14. 멀구슬나무
15. 선단화
16. 벚꽃
17. 은방울꽃
18. 목서꽃
에필로그 월계화

[양씨 가문 지여당 건축도]
[주요 등장인물 관계도]

[작가 후기]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개정판 작가 후기] 나는 여전히 꽃의 이름을 묻는 그 길을 걷고 있다
[역자 후기] 말과 말 사이의 섬에서

[추천사]

 

출처: 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줄거리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 양신이는 1926년 타이중의 유력 지주 가문인 양씨 가문의 막내딸 양쉐니(쉐쯔)로 다시 태어난다. 양씨 가문의 고택 '지여당'은 타이완 전통 주거 양식인 삼합원(중앙 안뜰을 중심으로 삼면이 건물로 둘러싸인 가옥)을 변형한 대저택으로, 신이는 이곳에서 가문을 이끄는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와 오빠, 그리고 작은아버지네 가족들, 사용인들과 함께 살게 된다. 타임슬립해 여섯 살 아이의 눈으로 본 일제시대 타이완은 같은 타이완 땅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다. 중국어가 아닌 타이완어와 일본어만 쓰는 이곳에서 신이는 쉐쯔(유키코)라는 애칭으로 타이완어를 배우며 이 낯선 세상에 적응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곳에서 일본인 화족 집안의 마쓰가사키 사키코(샤오짜오)를 만나 각별한 벗이 되고, 깊은 우정을 통해 쉐쯔가 타임슬립한 이 세계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게 된다.
쉐쯔는 가문의 후계자가 될 오빠 후이펑을 도와 다가오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지여당을 지키고자 하지만,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으로 유학 간 후이펑이 음독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할머니는 이제 가문을 이끌어 가는 사람으로 후이펑이 아닌 쉐쯔를 선택한다. 샤오짜오와 함께 그려온 미래와 지여당을 지켜야 하는 운명 사이에서, 쉐쯔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국 여자들이 타임슬립해서 중국 대륙의 옛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동일한 지리 공간의 시간 역전이니까 가능하다고 쳐. 그런데 타이완 여자들이 중국 대륙으로 돌아가는 건 왜지? 같은 논리라면 타이완 땅의 옛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아?’
하지만 그것은 전혀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타임슬립을 해서 완전한 허구의 세계로 가게 만드는 소설도 수없이 많지 않나? 설사 신이가 ‘타임슬립해서 타이완의 일제강점기로 가는 소설은 본 적이 없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쳐갔을 뿐이었다.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신이는 몇 번이나 스스로를 꼬집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한참을 그런 뒤에도 여주인공이 원래의 시공간으로 돌아갔던 소설은 한 편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신이는 이 어린 몸의 주인이 물에 빠지게 된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 갔다가 친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중에 잠깐 쉬는 동안 소녀는 장난을 치다가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졌고, 다행히도 젊은 인력거꾼이 소녀를 구해냈다. 물론 지금 자신이 바로 그 어린아이다..
- 69-70쪽, ‘2장 불꽃나무’ 중에서

"쉐쯔, 사람들은 모두 널 막둥이 아가씨라고 부르지만, 넌 절대로 그 호칭에 현혹되어서는 안 돼. 우리가 높고 높은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오해하지 마.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지여당의 막둥이 아가씨인 이상 너에게는 모두를 돌보고 가족을 위해 봉사할 책임이 있어.”
“둘째 이모할머니가 취안저우 사람에게 시집간 건, 그건 무슨 뜻인데요? 그것도 가족을 위한 봉사예요?”
“그래, 쉐쯔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우리 라쓰와 쉐톈 이쪽은 모두 장저우 사람이지. 산 너머 퉁안춰는 취안저우 사람들의 마을이고. 옛날에는 자주 다투었단다. 할아버님은 이 지역의 수장이셨으니까 앞장서서 둘째 이모할머님을 퉁안춰의 황씨 가문에 시집보내셨지. 그렇게 해서 양쪽이 서로 화합할 수 있게 되었어……. 쉐쯔, 기억해둬. 한 가족의 흥성은 당주가 되는 사람의 취사선택 능력에 달려 있어. 그러나 아랫사람들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면 된단다.”
춘쯔는 여기까지 말하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얼마나 알아들을지 모르겠구나…….”
- 147-148쪽, ‘5장 금은화’ 중에서

“분명히 집에 있는데도 집을 그리워한다니 아마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지요. 유키코 양이 너무 가엾어요.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은 그래도 좋은 거예요. 유키코 양의 넋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내가 유키코 양 곁에 있겠습니다. 그러면 함께 집을 그리는 슬픔의 마음을 참을 수 있을 거예요.”
사키코의 눈빛과 신이의 눈빛이 맞닿았다. 틀림없이 어린 소녀인데도 사키코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연민과 애상의 감정이 가득했다.
“…….”
이처럼 작은 아이가 자신을 가여워해 주다니. 게다가 그 검은 눈동자는 빛을 되돌려 봄밤의 달빛을 투사하고 있었다. 꽃샘추위가 으스스하던 그 깊은 밤 달빛 속에서 또렷한 빛을 발하던 동백꽃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릴 때, 차가운 얼음 같은 달빛이 신이의 심장마저 꽁꽁 얼려버렸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키코만이 그 검은 눈동자로 신이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그 빙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신이는 가슴속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무언가 단단하고 거대한 것이 언제나 앞을 꽉 가로막고 있었다면, 지금은 가느다란 틈이 생긴 것 같았다. 얼어붙은 눈이 녹아내릴 때처럼, 차갑기도 하고 또 따스하기도 한 숨결이 불어왔다.
아, 이런 거였나?
자신이 이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리라는 사실은 일찍부터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이해를 갈망했던 것이다. 문득 뜨거운 눈물이 신이의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사키코는 그런 신이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신이는 자신의 가슴속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봄바람에 얼어붙은 눈이 녹아내려서 시내로 콸콸 흘러가는 듯한 소리였다.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신이는 비로소 마음속 깊이 꽃향기가 스며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재스민의 맑고도 시린 향기였다. 차가운 겨울의 기운을 단숨에 흩어버리는 꽃향기였다.
“……사키코 양, 고마워요.”
“왜요?”
“나도 모르겠어요. 설명할 수가 없네요.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넋을 잃어버렸다 해도 이 세계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84-185쪽, ‘6장 재스민’ 중에서

‘쉐쯔’라는 신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시대의 운명과 대면해야만 했다. 이 시대의 여성이란…… 그렇다. 사회적 지위로 말하자면 춘쯔 언니는 이미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었다. 쌍둥이는 고등여학교 학생이지만 언젠가는 시집을 갈 것이다. 그들이 춘쯔 언니보다 더 좋은 집안으로 시집갈 수 있을까? 지여당에는 춘쯔 또래 여성이 또 있었다. 화류계 출신인 첩실 추솽관과 혼인할 짝을 찾을 수 없는 양녀 아란 고모. 그 두 가지 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에도 직업을 가진 여성이 없진 않았다. 사무원이나 전화 교환수뿐 아니라 경공업과 서비스업에서도 여성이 부쩍 늘어나고 있었다. 쉐쯔는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을 찾고자 신문과 잡지에서 어떤 실마리라도 찾으려 애썼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여성도 교사, 의사, 음악가가 될 수 있고 여성 단체에서 여성해방운동을 이끌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모든 것이 쉐쯔에게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혼인율과 출생률 모두 대폭 감소한 21세기 타이완 사회에서도 직업을 가진 여성의 일상은 여전히 고되고 힘들었다. 시부모와 함께 사는 맞벌이 가정의 몇몇 여성은 여전히 고대사회와 별다를 것 없는 처지였다. 여성은 그야말로 기계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무슨 기계냐고?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인공부화기겠지. 쉐쯔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난 지금 이와 같은 ‘고대사회’에 있잖아.
-196-197쪽, ‘7장 시계꽃’ 중에서


쉐쯔의 머릿속이 확 밝아졌다. 너무 밝아져서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어째서 이제 와서야 알게 되었을까? 지난 생과 이번 생까지, 쉐쯔는 두 번의 생을 살면서도 아직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비애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쉐쯔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귀여움만 받으면서 자란 지여당의 막둥이 아가씨였던 셈이었다. 10년 동안 권세를 휘두르다 보니,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첩실로 사는 추솽관이나 양녀로 사는 아란 고모 같은 사람들. 아니, 틀렸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쉐쯔는 순간 슬퍼졌다. 나 또한 그 가운데 한 사람이야.
지여당의 딸들,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멀리 시집을 가게 된 춘쯔 언니, 작은집의 대를 잇는 중임을 맡게 된 언쯔 언니, 모든 인연과 감정을 끊어버린 하오쯔 언니, 그리고 이 순간에야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막둥이 아가씨까지, 모두가 죽을힘을 다해 이 세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오쯔 언니, 이래도 정말 괜찮아요? 이런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쉿…….”
하오쯔는 가만가만 쉐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을이 밤의 장막 너머로 사라지듯 하오쯔가 속삭이던 말이 쉐쯔의 귓가에 희미하게 들려왔다.
‘……쉐쯔, 앞으로 힘들어지겠구나.’
- 315-316쪽, ‘11장 국화꽃’ 중에서

 

출처: 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소설가 김이삭, 현찬양 추천!

역사ⅹ백합ⅹ타임슬립
스무 송이 꽃으로 수놓은 옛 타이완섬 여성들

타이완 최초로 2024년 전미도서상,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소설가 양솽쯔가 첫 번째 장편소설 《꽃 피는 시절》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타이완 사람이 역사소설을 쓴다면 어느 시대를 써야 할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한 작가의 첫 역사소설로, 2017년 출간 이후 타이완에서 두 번의 개정을 거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타이중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타임슬립’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이용해 고대 중국으로 향하던 시선을 타이완의 근대로 돌리며, 타이완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또한 역사소설과 여성 서사의 백합소설을 결합한 '역사 백합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이며 역사소설의 정의,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관계, 문학적 정통성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해 타이완 문학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학 캠퍼스 안 호수에 빠진 양신이는 1920년대 타이중의 대저택 지여당의 여섯 살 막내딸 쉐쯔로 눈을 뜬다. 지여당에는 가문을 이끄는 할머니, 가문을 위해 일찌감치 혼처가 정해진 언니들, 가문에 속하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첩과 양녀, 그리고 쉐쯔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일본인인 샤오짜오가 있다. 오빠 후이펑이 일본 유학 중에 자살을 시도하고 쉐쯔는 뜻하지 않게 지여당의 후계자 자리를 떠안게 된다.

시대의 한계 안에서도 존엄을 지키고자 했던 여성들
양씨 가문의 철없는 막내딸에서 지여당의 기둥이 되어가는 쉐쯔의 성장, 타임슬립으로 떨어진 낯선 세계에 닻을 내릴 수 있게 했던 샤오짜오와의 애틋한 우정, 그리고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이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시대에도 교사, 의사, 음악가로 살아가는 여성이 있었고, 여성 단체에서 여성운동을 이끄는 이들도 있었다. 쉐쯔와 샤오짜오는 여성 작가가 쓴 여행기를 함께 읽으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을 키워간다. 양솽쯔 작가는 각 장의 제목을 꽃 이름으로 삼아 그에 대응하는 여성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 꽃들만큼이나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지여당 안팎에서 피어난다.
소설의 제목 ‘꽃 피는 시절’은 타이완 최초의 여성 기자이자 타이완 여성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양첸허(楊千鶴)가 발표한 단편소설의 제목에서 따왔다. 식민지와 젠더의 이중 억압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남긴 양첸허처럼, 양솽쯔 작가는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현재로 불러낸다. 《꽃 피는 시절》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1938년은 바로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아오야마 치즈코와 왕첸허가 처음 만나는 그해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이렇게 같은 시간선에서 만나며, 《꽃 피는 시절》은 양솽쯔 문학 세계의 출발점으로 자리한다.

타이완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양솽쯔 작가는 음식과 언어에서 타이완의 정체성을 찾는다. 쉐쯔의 오빠 후이펑은 일본에 유학하면서 신문물에 눈을 뜨지만, 입맛만큼은 바꿀 수가 없다. 일본인 친구와 우정을 나누면서도 일본 음식은 입에 맞지 않고 타이완 전통 음식이 그립기에,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절망하고 깊은 우울에 빠진다. 작가는 지여당에서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 철마다 보양식을 만드는 모습, 다양한 간식과 제사 음식을 통해 타이완 사람들의 진짜 삶을 보여준다. 또한 당시 타이완 사람들은 표준 중국어를 쓰지 않았고 타이완어와 일본어를 사용했는데, 작가는 마지막 개정판에서 이를 반영하여 일부 대화를 타이완어로 표기하고 표준 중국어를 병기했다. 그러나 한국어판에서는 작가와의 논의 끝에 14개 단어만 타이완어 발음으로 표기하고 본문에서 고딕체로 구별하여, 작가의 의도를 살리고자 했다.
100년 전 타이완 소녀들이 꿈꾸고 연대하고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소녀와 소녀가 각별한 벗이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제 떨어지는 “꽃송이의 갈 길”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했던 그 소녀들을 만나볼 시간이다.

 

출처: 꽃 피는 시절 」마티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