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천도서(25.3~)/2025-06

6월의 추천도서 (4498) 한국의 마음을 읽다

'-') 2025. 6. 26. 10:00

 

 

1. 책소개

 

책 자체에 ‘마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마음’이 말에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것에서 ‘마음’을 읽고 ‘마음’을 조형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知)를 읽다』(2014년 출간), 『한국의 미(美)를 읽다』(2024년 출간)에 이은 ‘한국의 진선미(眞善美)’ 3부작의 마지막 편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가 일본 쿠온출판사와 한국 독개비출판사에서 2025년 3월에 동시 출간되었다.
그동안 일본어권에서 한국어나 한글, 그리고 한국 문학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글을 접하기는 했어도 그것이 품고 있는 ‘이(理)’나 ‘미(美)’에는 지식인조차 거의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일본어권에서 한국 문학이 뜨거운 주목을 받았고, K-POP이나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활약함에 따라 한국어권이 지닌, 혹은 한국에서 시작된 지, 미, 심을 이제는 수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되었다. 한글 또한 지식인이나 독서가들 사이에서는 ‘왠지 심오해 보이는 문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저자 122명이 소개하는 300여 권의 책을 통해 한국(조선)의 역사와 문화, 한국인의 마음과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노마 히데키 (野間秀樹)

 

언어학자, 미술가.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특별 연구원,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 교수, 메이지가쿠인대학 객원 교수·특명 교수 등을 역임했다. 미술가로서 도쿄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류블라냐 국제판화비엔날레》, 《브래드포드 국제판화비엔날레》를 비롯하여 프라하, 바르샤바, 서울, 대구 등에서 각종 단체전에 참가했다. 제13회 《일본현대미술전》 가작을 수상했다. 언어학자로서 2005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장하고 2010년에는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가 주최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2012년 한글학회 주관 주시경학술상, 2014년에는 일본 파피루스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언어존재론』(도쿄대학출판회), 『한글의 탄생: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헤이본샤/돌베개), 『언어, 이 희망에 찬 것』(홋카이도대학출판회), 『K-POP 원론』(Haza), 『그림으로 이해하는 한글과 한국어: 역사부터 문화까지 한눈에 알아보기』(헤이본샤), 『한국어 어휘와 문법의 상관구조』(태학사, 대한민국학술원 2003년도 우수학술도서), 『한국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헤이본샤), 『사상 최강의 한국어 연습장 초입문편』(나쓰메샤), 『신新 지복至福의 한국어』(아사히출판사) 등이, 엮은 책으로 『한국어 교육론 강좌』(1~4권, 구로시오출판사), 『한국의 지知를 읽다』(쿠온/위즈덤하우스), 『한국의 미美를 읽다』(쿠온/연립서가),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쿠온/독개비) 등이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머리말

1부 한국에서 전하는 이들

1 강영숙姜英淑 소설가
2 강윤정姜侖廷 문학편집자
3 강태웅姜泰雄 일본 영상·문화 연구자
4 강현식姜賢植 심리학자
5 공선옥孔善玉 소설가
6 권영필權寧弼 미술사학자
7 권재일權在一 국어학자
8 김건숙金建淑 작가
9 김경화金暻和 미디어 인류학자


10 김연수金衍洙 소설가
11 김용휘金容暉 동학연구자, 철학자
12 김형수金炯洙 시인, 소설가, 평론가
13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작가
14 도다 이쿠코戸田郁子 작가, 번역가
15 류현국劉賢國 활자학자
16 박승주朴承柱 일문학자
17 박영택朴榮澤 미술평론가
18 박주연朴柱姸 서점 운영자
19 백민석白旻石 소설가


20 변용란邊容蘭 번역가
21 변지영邊池盈 심리학자
22 설흔薛欣 소설가
23 손세실리아孫 CECILIA 시인
24 송길영宋吉永 마인드 마이너
25 신경숙申京淑 소설가
26 심혜경沈惠敬 도서관 사서, 작가, 번역가
27 양경언梁景彦 문학평론가
28 오은吳銀 시인
29 윤제림尹堤林 시인
30 이상남李相男 화가

 

(중략)

 

60 이토 준코伊東順子 작가, 번역가, 편집자
61 전월선田月仙 오페라 가수
62 정현정鄭玹汀 사상사 학자
63 하라다 미카原田美佳 문화교류 연구가
64 하정웅河正雄 미술가
65 하타노 이즈미幡野泉 어학원 경영인
66 핫타 야스시八田靖史 한국음식 칼럼니스트
67 호리야마 아키코堀山明子 저널리스트
68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 한국 대중문화 저널리스트
69 후즈키 유미文月悠光 시인


70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巧 사진가
71 후지모토 신스케藤本信介 영화제작자
72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 언어학자
73 후지타니 오사무藤谷治 작가, 서점 경영인
74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郎 소설가
75 히시다 유스케菱田雄介 사진가

추천도서 목록(작품명 순)
추천도서 목록(저자명 순)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권정생의 소설이라든가, 산문을 읽으면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엄마가 밤새워 짠 ‘나이’라거나 ‘베’라고 부르던 그 천연 직물을 팔아서 사가지고 온 지지미 옷 생각이 난다. 그 생각이 나면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코끝이 아리는’ 증세를 느낀다. 권정생이라는 인물은, 그 인물의 저작물에서는 늘 그렇게 ‘코끝이 아리는’ 정서가 배어 있다. 그리고 그 또한 한국의 마음일 터이다. “겨울이면 아랫목에 생쥐가 이불 속에 들어와 함께 잤다”는 권정생을 알지 못하면 한국의 어떤 한 ‘마음’ 또한 알지 못하리.- 공선옥, 40쪽 중

장일순은 돈을 모시지 말고 생명을 모시고, 쇠물레를 섬기지 말고 흙을 섬기며, 눈에 보이는 겉껍데기를 모시지 말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알짜로 값진 것을 모시고 섬길 때만이 마침내 새로운 누리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러한 시천주의 모심에 바탕해야 진정한 화해는 물론, 모든 갈등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장일순은 ‘모심’에 바탕한 적극적인 생명살림을 주장했다. ‘모심’이 하늘과 땅, 돌, 풀과 벌레 모두를 모시고 사는 태도라면, 이 모심의 자세를 가지고 생명의 질서에 맞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해가는 것이 ‘살림’이다. 그가 ‘한살림’을 설립하는 데 앞장선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였다. 이처럼 장일순은 동학의 ‘모심’을 생명사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오늘날의 대안적 삶의 양식으로 되살려냈다. 그는 동학의 ‘모심’으로 인간과 하늘, 사람과 자연이 동귀일체(同歸一體)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인류와 지구촌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동학의 정신에 바탕해서 모든 종교가 자기의 울타리를 내리고, 이 지구촌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을 같이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동귀일체를 내리고

-김용휘, 76-77쪽 중에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시감을 잊지 못한다. 박완서는 비록 우리 엄마보다 열 살이 많지만, 엄마와 할머니들에게 전해 듣던 근현대사가 닮은꼴처럼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사실 전쟁 세대인 분들은 박완서 작가와 거의 비슷한 삶의 궤적을 가졌을 것이다. 한국인 중에서 아무런 고생 없이 안온하게 한국전쟁을 겪어낸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전쟁과 혼란의 시기에 가장 삶이 고달파지는 건 아이들과 여자들이다. 나의 외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나란히 과부가 되어 가장으로서 엄혹한 삶을 일구어야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박완서의 이 자전적 소설에서도 특히 무능하고 망가지거나 어디론가 끌려가 부재한 가장과 남자들 대신 강인한 여성들이 집을 장만하고 인민군 치하에서 부역을 하고 먹을 것을 찾아 빈집을 턴다. 가난과 굶주림과 전운의 슬픔 속에서도 가족애는 언제나 꿋꿋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희망이 되어준다.

- 변용란, 130-131쪽 중에서

 

혹자는 의아해할 수도 있다. 뗏목과 한국의 마음이 대체 무슨 상관있느냐고.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기다림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서이자 한국의 마음이라고. 언제 나타날지도 모를 뗏목을 강 건너에서 하냥 기다리며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이어져온, 그러나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전통방식의 가치를 묵묵히 기록해 동시대와 후대에 보여주고자 하는 이의 마음이야말로 한국의 간곡한 결 아니겠냐고. 여기 분단이나 이념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잡다한 모든 것을 초월해 하나된 우리만 존재해야 한다고.
-손세실리아, 147쪽 중에서

오래전에 이 책들을 곁에 두고 읽었을 때 나는 젊었고 두 분 선생들도 생존해 계셨으나 지금은 내가 얼마간 나이가 들었고 두 분 선생은 세상에 안 계신다. 시간은 이렇게 흘렀는데도 『관촌수필』이나 『죽음의 한 연구』는 늙지도 소멸되지도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심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여기에 『관촌수필』과 『죽음의 한 연구』의 의미와 무게를 써낼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다시 읽은 이 책들에 대해 쓰기를 자꾸 미룬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나는 이 두 책에 쓰여진 한국어, 그중 『관촌수필』 속의 충청도 말, 『죽음의 한 연구』에 쓰여진 전라도 말에 자주 마음을 뺏겨 노트 여기저기에 메모해두었다. 어디선가 이 책들을 다시 읽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들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행위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찬란하게 작가의 태생지의 말들을 되살려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이라는 의미만으로도 이 책들의 소임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사라진 말들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다시 마주치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과 마주치는 일이기도 하니까. 사라진 것들의 유래를 알아두려고 자발적으로 『우리말 갈래사전』 같은 걸 뒤적여보는 시간들도 고요하고 좋았다. 문득 이 두 책을 원서 그대로 번역하기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하면서.
- 신경숙, 159-160쪽 중에서

고명재 시인의 첫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는 마음이 흘러넘치는 책이다. 흘러넘치는 마음은 ‘사랑’에 당도하는데, 이는 색을 다 합치면 검은색이 되고 빛을 다 모으면 흰색이 되는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책에 담은 백 편의 글이 무채색의 어떤 것에서 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색상과 채도는 없고 명도만 있지만, 그 밝고 어두운 틈새를 가득 메우는 건 다름 아닌 마음이다. 알다가도 모를 우리네 마음처럼, 평정(平靜)할 때보다 법석일 때가 더 많은 마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고쳐먹는 마음처럼, 실수도 아닌데 무르려고 애쓰는 마음처럼, 몸이 아플 때 함께 아프고 마는 마음처럼, 이 책을 읽을 때면 어떤 것이 자꾸 눈에 밟힐 것이다. 내게 둘도 없는 존재일 수도 있고 떠나보내지 못한 기억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눈동자의 흰자위와 검은자위도 무채색이다.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생생하게 재확인한다. 이 책에 실린 마음은 눈물이 되기 직전의 마음이다. 사랑을 향해 몸 안쪽에서 물줄기처럼 맹렬하게 흐르는 마음이다.
- 오은, 179-180쪽 중에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사를 거쳐 현재 중앙일보사 일본 특파원으로 재직 중인 오누키 도모코 선생은 마이니치 신문사 특파원으로 서울에 머물 때인 2016년 우연히 한국의 화가 이중섭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관람하며 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기사를 통해 일본 독자들에게 이중섭을 알린 것은 물론 일본에서 최초로 이중섭 화가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그가 이중섭 화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시회에 출품된, 이중섭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화로부터였다. 서툰 일본어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중섭이 도쿄 유학 시절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만나고 해방 이후 어렵게 한국으로 건너온 그녀와 결혼한 뒤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난민 생활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채로 세상을 떠났다는, 그의 서글픈 생애를 알게 되니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한국인과 일본인 커플, 한일 양국의 시대 상황 때문에 이별할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의 삶, 남편인 이중섭은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낸 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는 일본에서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이 애달픈 러브스토리가 서울 특파원으로 지내며 한일 양국의 정치 외교를 주로 취재하던 오누키 도모코의 마음에 가닿은 셈이다.
- 이현화, 206-207쪽 중에서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 일도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해받고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느낄 때가 적지 않다. 김민섭 작가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에 정 많은 한국사람들의 그런 마음이 온전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어렵게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가 급한 사정이 생겨 갈 수 없게 된다. 이럴 때는 보통 항공권을 환불받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항공권을 양도해 자기 대신 그 사람이 일본을 여행할 수 있게 하자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항공권은 이름은 물론 영문 알파벳도 같아야 양도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작한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결국은 김민섭 씨를 찾아내 일본 여행을 보내주는데 이 과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 나서 크고 작은 호의를 베푼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바로 그 마음이다. 평소엔 사는 데 찌들어 있는 줄도 모르는 마음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정 많은 사람들,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 최인아, 271-272쪽 중에서

나에게 김숨이라는 작가의 존재는 내가 창작을 이어나갈 때의 희망이며, 마음의 지지선이다.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습에 나는 줄곧 외경심을 품고 있다.
처음 읽은 작품은 옛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증언을 인용하면서 이윽고 그 피해자가 한 명의 사람이 되는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로 그려낸 『한 명』이다. 김숨의 소설을 읽고서 너무 좋고 감동하는 마음이 차올라 결국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까지 찾아갔다(『미술수첩(美術手帖)』 2019년 12월호에 게재). 그 후 나의 염원이 이루어졌다. 김숨의 『L의 운동화』와 『떠도는 땅』 번역판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어 그것을 일본어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L의 운동화』는 민주항쟁 중 죽어간 ‘L’이라는 인물의 유품인 운동화를 복원하는 이야기다. 미술 복원사가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려는 것, 그것은 동시에 한 사람의 잃어버린 인간을, 그 기억을, 삶을, 존재를, 문학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말 속에, 작품 속에, 복원하고 담을 수 있는지 묻는 절실한 질문이다. 그리고 『떠도는 땅』에서는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에서 한반도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대화와 목소리가 층층이 쌓여간다. “그분들에게 침묵 또한 증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김숨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한 말이다. 나는 김숨이 그 침묵조차 소설에 담으려 한 장엄함과, 그 소설에 쓰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을 한없이 소중히 담아내는 섬세함에 감동받았다. 이 세계에 있는 목소리에, 침묵에, 그저 귀를 기울이려는 그녀의 작품이 있기에,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아직 괜찮다고 믿는다.
- 고바야시 에리카, 317-318쪽 중에서

BTS 멤버들이 자신의 고향을 꿈과 자부심과 함께 노래한 〈Ma City〉(2016)라는 곡에서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 쓴 것은 이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것도 아니고, 한국 역사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던 나는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된 한국 영화를 몇 편 보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친구가 알려준 것이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이 소설은 다양한 입장에서 광주민주화항쟁에 맞선 여섯 명의 화자가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주민주화항쟁이 끝나고 나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고통과 절망,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마음이 실존했던 일화를 남다른 온도감으로 그려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악한 잔인함. 상상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육체와 마음의 고통이 빈틈없는 필치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나열된 단어들 자체는 깨끗하고 한없이 아름다우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펼쳐 있기에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한 권의 책을 만남으로써 한국문학의 깊은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 마에다 엠마, 426-427쪽 중에서

한국은 시의 나라다. 따라서 한국·조선의 ‘마음’에 접근하려면 시를 통하는 것이 본질이리라. 그중에서도 윤동주의 시어는 평이하므로(물론 앞서 말했듯이 그 해석은 간단하지 않지만) 우선 그의 시심을 가지고 놀아보기를 권유한다. 더 나아가 식민지 시대의 시로 시야를 넓혀 김소운이 편역한 『조선시집(朝鮮詩集)』(岩波書店, 1954)의 유려한 일본어에 전율해보는 것도 좋다. 혹은 음울한 현대시를 원문으로 섭렵하는 길도 있다. 시에서 파생해 소설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도 즐겁다. 이때는 탁월한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가 쓴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는 것(韓国文学の中心にあるもの)』(イーストㆍプレス, 2022)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렇듯 윤동주를 계기로 풍부한 한국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무한한 지적 자극으로 가득 찬 작업이다. ‘계기’라는 표현은 윤동주를 수단화하는 듯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윤동주의 시를 문으로 삼아 한국문학의 세계로 ‘입문’했다. 윤동주 관련 활동으로 알게 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윤동주에게는 읽는 이의 관심의 폭을 넓히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묘한 힘이 있는 것이다.
- 쓰지노 유키, 496-497쪽 중에서

‘죽기 전에 한 번은 읽고 싶은 소설’, ‘완독 도전’.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에 대해 한국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 지금도 이 작품은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인 듯하다. 『토지』가 미완성일 때 한국 독자들은 지금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화제가 되는 것처럼, 『토지』의 다음 권이 출간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박경리는 자신의 성격이 자존심이 강한 최치수(서희의 아버지)에 가깝다고 말했지만, 작가의 모습은 『토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 어렴풋이 드러난다. 본인이 거의 말하지 않았기에 작가의 젊은 시절은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 등장인물 중 실제 작가와 가장 가까운 인물은 상의다. 18권에서 상의는 박경리와 마찬가지로 1940년대 초반 진주에서 고등여학교를 다닌다. 상의의 아버지 홍이 한동안 트럭을 운전했듯이 박경리의 아버지도 운전대를 잡았다. 말수가 적고 교실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천황주의적인 교사에게 반발하는가 하면 규칙이 엄격한 학교와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독서에 열중하며 몰래 노트에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은 소녀 시절 박경리의 모습일 것이다.
- 요시카와 나기, 575-576쪽 중에서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한국의 진선미’ 3부작 프로젝트, 10년간의 대장정 완결!

 

2014년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시작으로 2024년 『한국의 미(美)를 읽다』, 2025년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까지 10여 년에 걸친 ‘한국의 진선미(眞善美)’ 3부작이 완결되었다. 특히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는 2025년 3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되며 10여 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언어학자로서 2005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장하고 2010년에는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가 주최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 2012년 한글학회 주관 주시경학술상, 2014년 일본 파피루스상을 수상한 노마 히데키(野間秀樹)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세교연구소 이사장으로 2023년 제7회 중국학공헌상, 2025년 제31회 용재학술상을 수상한 백영서가 『한국의 미(美)를 읽다』에 이어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를 함께 엮었다.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는 시인, 소설가, 언어학자, 번역가, 서점인, 출판인,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철학자, 미술가, 음악가, 사진가, 건축가, 영화제작자 등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122명의 저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국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한다. 고대부터 미래에 이르는 다양한 시간 속의 마음, 일상의 사소한 마음부터 천지를 뒤덮을 듯한 위대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투철한 지성에 담긴 마음부터 뜨겁게 불타오를 듯한 마음까지, 300여 권의 책과 함께 한국ㆍ조선의 마음에 가닿게 해준다.

 

▶ 마음이야말로 경계도 없고 한없이 큰, 그래서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이 책에는 모두 122명의 저자가 283종의 책을 추천한다. 이 중에서 여러 저자가 중복 추천한 책은 23종에 불과하다. ① 5명이 중복 추천한 도서가 1종, ② 3명이 중복 추천한 도서가 5종, ③ 2명이 중복 추천한 도서가 17종으로, 전체 도서 중 10%가 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저자의 추천을 받은 도서는 ① 『소년이 온다』(한강)로 한국 저자 1명, 일본 저자 4명의 추천을 받았다.
다음으로 많이 추천받은 도서는 ②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떠도는 땅』(김숨), 『한국현대시선』(이바라기 노리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어령)로 저자 3명에게서 중복 추천을 받았다.
저자 2명에게서 중복 추천받은 도서는 17종으로 ③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이금이), 『디디의 우산』(황정은), 『리나』(강영숙),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시와 산책』(한정원), 『식탁 위의 한국사』(주영하), 『옷소매 붉은 끝동』(강미강),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추방당한 고려인』(강신자),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어령),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양영희), 『코리안 세계의 여행』(노무라 스스무), 『핑퐁』(박민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시 전집』(윤동주), 『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 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장성숙·노기현), 『해녀들』(허영선) 등이다.

이처럼 중복 추천하는 도서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의 마음’을 바라보고 읽어내는 시각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마음을 읽다』에 참여한 한국과 일본의 저자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각양각색의 다원적인 ‘마음’이 드러난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한 해에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여전히 복잡다단한 감정이 남아 있다. ‘한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마음과 ‘일본인’이 느끼는 한국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같은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일지라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책으로 손을 뻗는다. 『한국의 마음을 읽다』가 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출처: 한국의 마음을 읽다출판사 독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