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천도서(25.3~)/2025-06

6월의 추천도서 (4495) 섬진강 시인들

'-') 2025. 6. 23. 10:00

 

 

 

1. 책소개

 

 

‘엠엔북스’, 문학뉴스의 출판사가 펴낸 두 번째 책
 

문학뉴스가 운영하는 출판사 엠엔북스가 남정국 시집 『불을 느낀다』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내는 시집이다. 섬진강 유역에 사는 중견 시인 6명의 자선 대표작을 모은 시집 『섬진강 시인들』이다. 섬진강 유역은 오래전부터 김용택 시인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시인들이 터를 잡고 뛰어난 시편들을 전국의 독자에게 전하고 있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섬진강 유역에 사는 6인의 중견 백학기(순창), 복효근(남원), 장진희(곡성), 박두규(구례), 박남준(하동), 이원규(광양) 시인이 저마다의 빛깔로 빚은 자선 대표작 시 60여 편을 묶어 발간한 이번 시집은 섬진강 유역 시인들의 시선집(詩選集)으로는 처음이다.


‘가슴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의 백학기,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의 복효근, ‘욕’의 장진희, ‘두텁나루 숲 그대’의 박두규, ‘버들치’의 박남준, ‘몽유운무화’의 이원규 시인은 섬진강의 서사와 서정을 바탕으로 제각기 자신만의 빼어난 언어와 시어로 자연과 삶을 노래하고 탁월하게 변주하고 있다. 갈수록 혼란한 시대에 마음을 추스르게 하고 위로하는 아포리즘이 전편에 걸쳐 담겨 있어 이들 시의 깊이와 넓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몸詩 콘서트’에 참여해 각기 시를 낭송한 것을 계기로 자선 대표작을 시선집으로 함께 출간하기로 하면서 이번에 『섬진강 시인들』이라는 시집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6인 6색 여섯 마당의 우주, 시인들의 이력과 자서(自序)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백학기   

 

《현대문학》 데뷔(1981), 《한국문학》 신인상(1981) 수상. 첫 시집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1985, 문학과지성사)를 비롯해 『가슴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시선집 2015), 『삼류극장에서 2046』(시선집 2024) 등의 시집을 출간. 영화 시나리오로 〈체어〉 〈완전한 인생〉 〈이화중선〉 〈선미촌〉 등 다수를 집필하고, 배우와 감독으로 활동.
“시는 내게 언제나 그리움이다. 시의 마을에서 멀리 떠나온 내게 시는 고요다, 그리고 먼 적막이다. 먼 바깥이고 우주이다.”

 

저자: 복효근

 

1991년 《시와 시학》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예를 들어 무당거미』, 『중심의 위치』, 청소년 시집 『운동장 편지』,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디카 시집 『사랑 혹은 거짓말』, 교육 에세이집 『선생님 마음 사전』 등을 출간. ‘시와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한국작가상’, ‘디카시 작품상’ 등을 수상.
“등단작품이 「새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이다. 장구한 세월을 거쳐 강 상류의 큰 바위들이 하류의 고운 모래가 된다. 고통과 고뇌의 돌멩이는 새알이 되고 모래벌판에서 알은 부화되어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 나는 오늘도 내 시가 저 하류에 이르러 새하얀 모래벌 그 어디에서 새로 부화하여 날아오르기를, 그 비상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린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시집을 내면서 - 이원규(시인/사진가)
섬진강 시인 6명의 ‘몸詩 퓨전콘서트’

백학기 시인

흰소 _ 23
춤 _ 36
어느덧 _ 38
안부 _ 40
억새 _ 41
너의 사랑 _ 43
만리동 고개에서 이틀 _ 44

복효근 시인

누떼가 강을 건너는 법 _ 49
어느 대나무의 고백 _ 51
버팀목에 대하여 _ 53
예를 들어 무당거미 _ 55
마늘 촛불 _ 57
저녁 강에서 _ 58
새를 기다리며 _ 60
매화찬 _ 62
춘향의 노래 _ 64
섬진강- 섬진강에서. 1 _ 66

장진희 시인

늪 _ 71
봄 쑥 _ 72
가을 강 _ 74
억수장마 _ 75
물난리 속에서 _ 78
백일홍 _ 82
저녁노을 _ 84
가을 _ 85
이름 _ 86
반달이 싹을 틔워 _ 87

박두규 시인

강을 바라보다 _ 91
나마스카 _ 92
사랑은 홀로 어둠의 숲을 헤매고 _ 93
그렇게 그대가 오면 _ 95
저녁 강 _ 96
헛꽃 _ 98
홀로 깨어 두텁나루숲 창문을 열고 _ 99
어디에서 왔나. 이 향기 _ 101
눈부신 어둠 _ 102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_ 103

박남준 시인

저녁 강이 숲에 들어 _ 107
나무, 폭포, 그리고 숲 _ 109
따뜻한 얼음 _ 113
슬픔 _ 115
먼 강물의 편지 _ 116
이사, 악양 _ 117
겨울 풍경 _ 119
흰 부추꽃으로 _ 121
동백 _ 123
당신을 향해 피는 꽃 _ 125

이원규 시인

물안개 _ 131
안개 _ 132
겁나게와 잉 사이 _ 133
물앵두 _ 135
섬진강 첫 매화 _ 137
소쩍새의 길-일생 단 한 편의 시 4 _ 138
단지 그물 맛이 아니었으므로 _ 139
몽유운무화 _ 141
별빛 한 짐 _ 142
달빛을 깨물다 _ 144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너의 사랑

백학기

한때 너의 사랑을 꿈꾸었던
불같은 사랑은
사월이 되매 더욱 그리워진다
집 없이 갈길 또한 지평선을 향해 막막하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 가끔씩 눈물겨운
사월이 오면 꽃봉오리에 가닿는 바람처럼
머물고 싶다. 머물러 혼의 종소리 울리고 싶다
그러나 가고 오는 세월은
사랑을 덧없다 꿈 같아라 이르고
먼 집 가까운 불빛 은은하게 앞길을 비추면
다시 살아가야 할 날이 오지게 서러웁다
시여 자유여
한때는 너의 사랑을 꿈꾸고
나와 너의 사랑이 이 세상에서
남겨 놓은 그 무엇 흔적조차 없을지라도
버릴 수 없다. 이 사랑을 이 세상을
너의 숨결을 만지고픈 사월이 오면
들판에 노란 뫼꽃 한 우주로 열리고
강물에 띄어보는 붉은 연심이 더더욱
가슴을 찌르는 이 환한 날들 앞에서


저녁 강에서

복효근

사는 일 부질 없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릴없이
저무는 강가에 와 웅크리고 앉으면
내 떠나온 곳도
내 가야할 그곳도 아슴히 보일 것만 같으다

강은 어머니 탯줄인 듯
어느 시원始原에서 흘러와 그 실핏줄마다에
하 많은 꽃
하 많은 불빛들
안간힘으로 매달려 핀다

이 강에 애면글면 매달린 저 유정무정들이
탯줄에 달린 태 아들만 같아서
강심江心에서 울리는 소리
어머니 태반에서 듣던 그 모음만 같아서
지금은 살아있음 하나로 눈물겹다

저문 강둑에 질경이는 더욱 질겨
보일 듯 말 듯 그 끝에 좁쌀 같은 꽃도 부질없이 핀다
그렇듯
세상엔 부질없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
오늘 밤 질경이꽃 한 톨로
또한 부질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직 하류는 멀다
언젠가 이 탯줄의 하류로 하류로 가서
더 큰 자궁에 들어 다시 태어날 때까지는
내일도 나는 한 가닥 질경이로
살아야겠는 것이다

저 하류 어디쯤에 매달려
새로이 돋는 것이 어디 개밥바라기별뿐이겠느냐
나는 다시 살고만 싶다

가을 강

장진희

저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상처
보석처럼 내밀어 떠들던 사람들 떠나고
제 슬픔을 비출 수 없는
마른 가을 강
바위 위에 앉았던 하얀 물새들도 하나둘 날아올라
서녘 하늘 붉은 노을 속으로 떼를 지어 떠났다
강기슭 비탈진 숲속
어둠이 짙게 배어들어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하루씩 하루씩 사그라드는
옹이진 나무들 속은 누가 알까
밤벌레는 그 사연 짚어서
저리 깊이 울어대는가

강을 바라보다

박두규

두텁나루숲에 앉아 강을 바라본다. 저 강의 흐름처럼 오로지 한 생
각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강물은 끝내 바다에 이르러 스스로
소멸하듯, 생각의 끝에 이르러 내 망상의 세월이 다하면 나도 어느
새벽 낯선 바다의 수평선에 닿을 수 있을까. 흐르는 일의 일상을 산
다 해도 끝없이 거슬러 오르는 욕된 생각들, 그리운 사람도 바라던
일들도 모두 잊고 등을 돌려 저 강처럼 흐를 수는 없을까. 검붉은 노
을 속 강 하나,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난다.

먼 강물의 편지

박남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 눈 나리고 궂은 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 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날들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것을 안다
안녕 내 사랑, 부디 잘 있어라

물안개

이원규

이명인가
밤새 섬진강 쏘가리가 운다

징한 것들
격정의 날들이 가고
물이 차다
뼈마디가 시리다

바람이 태어나고 죽은 곳
그곳에 가보고 싶었지만
이 맛도 솔찮다

나이 마흔을 넘어서야 찾아온
체외수정의 새벽 물안개

무량무량
알밴 여인들이
뒷물을 하고 있다

 

출처: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