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추천도서 (4127)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1, 2
1. 책소개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걸 모았답니다.”
60년째 지속가능한 취미생활의 결정체
무라카미 하루키의 레코드장 엿보기
본업인 소설가 외에도 사시사철 음악과 함께하는 애호가, 눈에 들어온 것은 저도 모르게 모아버리고 마는 수집가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소장중인 1만 5천여 장의 아날로그 레코드 중 486장의 클래식 레코드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100여 곡의 명곡에 얽힌 사사로운 에피소드를 따라가다보면 클래식 애호가든 아니든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하루키 매직을 만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을 애청하며 창작의 원천이자 오랜 취미생활로 삼아온 작가는 “레코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이럭저럭 육십 년 가까이 부지런히 레코드가게를 들락거리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 책을 시작한다. 최근 들어 컬렉터를 대상으로 발매되는 화려하고 다양한 사양의 LP와 다르게 대부분 “1950년부터 1960년대 중반에 녹음된 새카만 바이닐 디스크”이며, 별다른 체계와 목적 없이 눈에 띄는 대로 사모은 탓에 “통일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중구난방의 컬렉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틈날 때마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손질하며 턴테이블에 올리고, 지휘자와 연주자뿐 아니라 음반사, 녹음연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연주의 결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는 클래식 팬으로서의 진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라며 아날로그 레코드의 물성을 예찬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야를 막론하고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고 수집해본 사람들, 나아가 독자 입장에서 그의 소설을 오랫동안 애독해온 사람들에게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고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1995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당시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9년에는 『애프터 다크』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1Q84』가 출간되자마자 한일 양국의 서점가를 점령하며 또다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50여 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6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받은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상, 2009년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 201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1>
왜 아날로그 레코드인가 008
1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016
2 슈만 교향곡 2번 C장조 작품번호 61 019
3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5번 C장조 K.503 022
4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작품번호 43 025
5 쇼팽 발라드 3번 A♭장조 작품번호 47 028
6 포레 〈레퀴엠〉 작품번호 48 031
7 하차투랸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034
8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C장조 K.551 037
9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돈키호테〉 작품번호 35 040
10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 작품번호 64 043
(중략)
97 토머스 비첨의 멋진 세계 343
98 존 오그던의 개성적인 생애 346
99 마르케비치의 구덩이 349
100 젊은 날의 오자와 세이지 352
<2>
두 종류의 호불호
1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치오 (기상곡) 작품번호 1
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 작품번호 40
3 J. S.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BWV.1001-1006
4 베를리오즈 〈이탈리아의 해럴드〉 작품번호 16
5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작품번호 14
6 보케리니 첼로협주곡 9번 B♭장조
(중략)
97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7번 〈사냥〉 B♭장조 K.458
98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 작품번호 58
99 J. S. 바흐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음악노트〉
100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102
101 포레 바이올린소나타 1번 A장조 작품번호 13
102 푸치니 가극 〈토스카〉
103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B단조 작품번호 104
104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1번 〈대소나타〉 B♭장조 작품번호 22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1>
오래된 LP판에는 LP판만의 아우라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그 아우라가, 마치 소박한 온천에 몸을 담근 것처럼 내 마음을 안에서부터 서서히 덥혀준다. (……) 마음에 드는 레코드 재킷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안에 있는 음악의 세계에, 또다른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어쩌면 나는 물건의 형태에 너무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돼버렸으니 별수없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인생이란 거의 의미 없는 편향의 집적에 지나지 않으니까. _「왜 아날로그 레코드인가」, 12~13쪽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기나긴 이별』에,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새벽 세시 집에서 이 바이올린협주곡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하차투랸은 이걸 바이올린협주곡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내 귀에는 트랙터 공장의 늘어진 팬벨트 소리 같기만 했다”라는 것이 그의 감상(의 요약)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짜증이 난 상태였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말로 씨는 이 곡에 대해 썩 좋은 인상을 품지 못한 것 같다. _「하차투랸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35쪽
이 빈 팔중주단 멤버의 재킷 속 베토벤의 얼굴은 꽤나 까다로워 보인다. 왠지 모르게 눈빛이 형형하다. 정말로 눈을 형형히 빛내면서 이런 곡을 슥슥 써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천재가 어떤지 나는 잘 모르니까. 그래도 분명 모차르트는 이렇게 무서운 얼굴은 하지 않았겠지. 친근하게 다가가는 곡이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베토벤 스스로는 그 점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건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하듯이. 마치 어쩌다 자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본격문학 작가 같다. _「베토벤 칠중주 E♭장조 작품번호 20」, 86쪽
‘20세기의 삼대 비극은 히틀러와 원폭과 현대음악이다’라고 호언한 사람이 있는데(누구였더라?) ‘과연’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버르토크 현악사중주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음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_「버르토크 현악사중주 4번」, 89쪽
젊은 시절 처음 말러 교향곡을 듣고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를 기묘한 음악을 대체 누가 좋아서 듣는담?’ 하고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난다. 소리의 흐름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유의 음악이었으니까. 그러나 듣다보니 완전히 그 소리에 물들어버려서, 지금은 열심히 귀기울이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죠. 시대는 변한다. 감각도 변한다. _「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129쪽
고백하자면 내가 제일 자주 들은 음반은 요요마가 참여한 클리블랜드SQ의 CD인데, 왜인가 하니 늘 이걸 들으면서 소파에서 낮잠을 잤기 때문이다. 절대 따분한 연주는 아닌데 듣다보면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져서 새근새근 곤하게 잠들어버린다. 다른 연주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데…… 아무튼 그런 이유로 제법 애용했다. 괜찮으면 한번 시험해보시길. _「슈베르트 현악오중주 C장조 D.956」, 251쪽
내 꿈은 실력 있는 현악사중주단을 개인적으로 고용해서 이 K.421의 연주를 눈앞에서 듣는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면, 옛날(고등학생 시절) 텔레비전 드라마 〈배트맨〉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정장을 입은 현악사중주단이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멋있다’고 감탄하면서, 나도 나중에 부자가 되면 꼭 저렇게 해봐야지 생각했다. 아쉽게도 아직 그 정도 부자가 되지는 못했다. _「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5번 D단조 K.421」, 317쪽
바크하우스의 구 녹음 모노럴반은 다카다노바바의 중고가게에서 무려 50엔에 샀다. 띠지에 붙은 ‘50엔’이라는 가격표를 볼 때마다 ‘죄송해서 어쩌나’ 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연주지만 뭐, 시장의 수급관계로 그렇게 된 것이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도무지 흠잡을 데라고는 없는 연주다. ‘베토벤이란 이런 것이지’라고 바크하우스 선생께서 말씀하신다면 ‘네, 지당하십니다’ 하고 머리를 숙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50엔은 충격인걸…… _「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C단조 작품번호 111」, 338쪽
보스턴 교향악단 음악감독이 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음악은 보다 충실해지고 스케일이 커지고 깊이를 더해갔지만,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당연히 책임도 무거워진다. 많은 사람들을 통솔하는 관리자로서의 의무도 늘어난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바람은 거세지는 법이다. 그에 비해 젊은 날의 세이지 씨는 실로 마음 편한 처지였다. 눈앞에 찾아온 기회를 잡고, 그 파도에 올라타고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 시기 그의 연주는 그런 자유로움과 그곳에서 솟구쳐나오는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하다. _「젊은 날의 오자와 세이지」, 354쪽
<2>
이 곡만은 내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밀스타인의 연주다. 몇 번을 들어도 마음 깊이 스며든다. ‘무욕’ ‘무아’라고 해야 할까, 연주하는 인간이 투명해지다 못해 맞은편이 비쳐 보일 것 같은 느낌이다. 에고가 말끔하게 승화되고 순수한 음악만 남는다…… (21p)
와타나베 아케오가 지휘하는 일본 필의 연주는 한마디로 매우 품위 있다. 우직하다고 할까, 계산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 부분이 카라얀이나 데이비스나 마젤의 연주와 사뭇 다르다. 가쓰오 육수로 요리한 시벨리우스…… 이건 어디까지나 칭찬이다. 들려줘야 할 곳을 확실하게 챙긴, 뛰어난 연주라고 생각한다. (49p)
야나체크SQ는 1947년 브르노(체코)에서 결성된 단체로, 당시 이웃나라의 헝가리SQ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부드럽고 풍성한 소리로 이 사랑스러운 작품을 연주한다. 같은 곡인데 이렇게 인상이 다르다니,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대를 잊게 하는 따뜻함이 흐른다. 아니, 지금 시대에는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99p)
시게티의 연주는 첫 음부터 신기할 만큼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솔직하면서도 간결한, 더없이 성실한 소리다. 미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시게티는 모차르트 음악의 심장부 같은 것을 오로지 자신에게만 가능한 각도에서 날카롭고 상냥하게 꿰뚫는다. (153p)
크나퍼츠부슈는 1950년대를 꼬박 바쳐 빈 필과 함께 바그너와 브루크너 음악을 영국 데카에서 녹음했다. 그의 바그너를 듣고 있으면 ‘이 사람은 바그너를 지휘하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 만다. 그 정도로 자연스러운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오래되고 멋진’ 레코드다. (204p)
나라면 (렉터 박사와 달리) 새 녹음의 깊은 원숙함보다는 역시 1955년반의 선명한 충격 쪽을 택하고 싶다. 굴드는 이 데뷔반으로 음악계의 판도를 순식간에 뒤엎어버렸다. 이것은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듣는 이의 피부에 스며들어 흔적을 남기는 음악이다. (274p)
장드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첼리스트로, 억지스러운 구석 없이 단아하고 유연한(그래도 결코 약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노래한다. 그런 장드롱과 중용을 지키는 하이팅크가 팀을 이뤘으니 거친(울퉁불퉁한) 음악이 나올 리 없다. 양지바른 툇마루에서 고양이나 쓰다듬으면서 이런 음악을 들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음악이다(고양이도 없고 툇마루도 없지만). (369p)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최신간 에세이
박종호 & 김겨울 추천!
작가도 수집가도 아닌 취미생활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60년간 습관처럼 모아버린 특별하고 개인적인 컬렉션
고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을 애청하며 창작의 원천이자 오랜 취미생활로 삼아온 작가는 “레코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이럭저럭 육십 년 가까이 부지런히 레코드가게를 들락거리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 책을 시작한다. 최근 들어 컬렉터를 대상으로 발매되는 화려하고 다양한 사양의 LP와 다르게 대부분 “1950년부터 1960년대 중반에 녹음된 새카만 바이닐 디스크”이며, 별다른 체계와 목적 없이 눈에 띄는 대로 사모은 탓에 “통일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중구난방의 컬렉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틈날 때마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손질하며 턴테이블에 올리고, 지휘자와 연주자뿐 아니라 음반사, 녹음연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연주의 결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는 클래식 팬으로서의 진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라며 아날로그 레코드의 물성을 예찬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야를 막론하고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고 수집해본 사람들, 나아가 독자 입장에서 그의 소설을 오랫동안 애독해온 사람들에게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루키 문학의 열쇠가 되는 클래식 레코드
그간 소설에서 접해온 ‘하루키 월드’의 흔적을 찾아내는 재미
책에서는 차이콥스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바흐 등 익히 잘 알려진 작곡가들의 교향곡과 협주곡에서 로시니와 비제의 오페라, 들리브의 무용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아우른다. 더불어 비첨, 오그던, 마르케비치, 오자와 등 작가가 특별히 즐겨 듣는 거장 지휘자들의 음반은 따로 모아 언급하면서 총 100곡이 넘는 클래식 명곡을 다룬다. 대외적인 평가보다는 개인적인 취향과 ‘어쩌다보니 모여버린’ 목록을 우선한 방대한 이 리스트에서 그간 소설에서 접해온 ‘하루키 월드’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다. 『태엽 감는 새』의 첫 장을 여는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 『일인칭 단수』에서 인상적인 단편소설로 탄생한 슈만의 〈사육제〉 등 소설 제목에 전면적으로 등장했던 곡이 먼저 눈길을 끌고, 『해변의 카프카』의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대공〉, 『노르웨이의 숲』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 등 그간의 대표작에서 인물 심리와 취향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 곡들도 언급된다. 하차투랸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들으면서는 스스로 팬이라고 여러 번 밝힌 레이먼드 챈들러의 장편소설 『기나긴 이별』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오직 취향과 우연으로 골라낸,
경이롭고 감탄할 하루키만의 플레이리스트
세계적인 작가이니 음악 감상법에도 자기만의 고집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코드를 사고 듣는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하다. 세일품 상자를 뒤지다가 그저 재킷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기도 하고,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사버리기도 한다. 어떤 레코드는 틀기만 하면 잠이 들어버리는 탓에 낮잠의 배경음악으로 애용한다고 밝힌다. 그만큼 일상생활에 녹아든 취미로서 자유롭게 향유하는 한편, 치열한 음악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재능을 소모하고 사라져간 음악가의 흔적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거장의 젊은 시절 발자취를 담담하게 더듬어간다. 단순한 취미생활 에세이를 넘어 일가를 이룬 작가로서 다른 분야의 예술을 탐닉하고 또 경외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책이다.
출처: 「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1 ,2」 출판사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