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추천도서 (4815) 엄마 박완서의 옷장

1. 책소개
엄마 박완서의 옷장에서 시작된 옷과 몸, 삶과 사랑 이야기
딸 호원숙은 엄마 박완서를 ‘리폼의 여왕’이라 부른다.
모두 다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에도 엄마의 아이디어는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엄마는 딸들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싶어서
구입한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손을 봤고,
아버지의 와이셔츠를 잘라 대학생 딸의 블라우스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다가도 딸들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떠올리던 사람.
안방에서 재봉틀을 돌리다 해 질 녘이면 일을 멈추고 저녁을 차리고,
밤이 되면 다시 책상에 앉아 소설을 쓰던 사람.
엄마 박완서는 언제나 손을 쉬지 않던 사람이었다.
딸 호원숙에게 옷은 단순한 차림이 아니라 사랑의 기억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옷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그녀는 어떤 옷도 쉽사리 사지 않고, 대충 입지 않으며,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자신에게 정성껏 옷을 입혀 준다.
그녀에게 옷은 자신의 몸에 입히는 삶의 태도이며 사랑의 방식이 되었다.
일흔의 딸은 고백한다.
엄마가 재봉틀로 만들어주던 그 옷의 기억이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행복감의 원천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기억을 안고 있는 옷을 오늘도 즐겨 입고,
옷이 몸에 닿는 감촉을 즐기면서 노구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남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고.
나이가 들수록 무겁게 가라앉으려는 삶에
옷은 날개처럼 자신에게 경쾌한 기쁨을 선사한다고 말이다.
* 덧붙여 이 책에 실린 가족사진은 한 시대의 생활과 의복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회적 기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 치마저고리를 일상복으로 입던 모습부터, 1960년대 손으로 짠 털실 옷, 1970~80년대의 의복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출처: 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호원숙
1954년 서울에서 호영진 박완서의 맏딸로 태어났다. 경기여중고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뿌리깊은 나무》 편집기자로 일했고, 1992년 박완서 문학앨범에 일대기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치울에 머물며 『박완서 소설 전집』 『박완서 산문집』 등을 출간하는 데 관여했으며, 『나목을 말하다』와 박완서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박완서의 말』을 엮었다.
그 밖에 쓴 책으로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그리운 곳이 생겼다』 『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아치울의 리듬』과 동화 『나는 튤립이에요』 등이 있다.
출처: 본문중에서
3. 목차
들어서며-경쾌한 기쁨 4
I
잃어버린 캐시미어 스웨터 12
세 가지 색상의 무릎 담요 17
외할머니의 마고자 21
노랑 저고리 27
콘테사 카메라의 기록 32
리폼의 여왕 38
가죽 코트가 입고 싶었지만 43
나탈리 우드의 황금빛 블라우스 49
유리 반지 55
비아와 안느의 대화 59
Ⅱ
번아웃 실크 옷을 입은 날 71
기억으로 옷을 입다 76
빨강과 흰색의 컴포지션으로 된 원피스 80
여름엔 빨래를 한다 85
아버지의 모자 90
잃어버린 반지 97
노라노와 함께 102
양말을 좋아하는 여자 112
태임이의 남색 치마 옥색 저고리 116
책의 옷 124
비아와 안느의 대화 136
Ⅲ
어느 가을날 지하철 패션 관찰기 143
옷을 살 때는 혼자 간다 147
한강 작가에게 153
앙드레 김의 크리스마스 선물 159
슬픈 가죽 핸드백 164
다시 꺼내 입은 노라노 옷 168
패딩 옷을 좋아하는 이유 174
DDM의 위력 178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183
동생에게 옷을 선물하는 날 187
어머니의 홈스펀 코트 191
비아와 안느의 대화 196
나가며-부드러운 기쁨
출처: 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p.4-5
옷을 잘 빨아 입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자 덕목이다. 오래되었지만 멀쩡한 옷을 다시 꺼내 한 번씩 입어주는 것도 옷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옷도 옷장에 걸려 있으면 빛을 잃지만 입으면 생기가 난다. 황금 반지도 다이아몬드도 서랍 속에 있으면 빛을 잃는다.
p.6
나는 옷을 자주 사지도 않지만 마구 버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옷장에 있던 옷이나 스카프를 꺼내어 세탁을 하고 빛을 보이는 것을 즐긴다. 자랑하고 싶거나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다 수수한 일이다.
p.6
나에게는 매일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것과 같이 매일 옷을 갈아입고 빨아 입고 하는 일상이 내 삶을 지탱하며 이어가게 만들고 다음 날을 기다리게 해준다. 외출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 전날 밤 옷을 코디해 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물론 챙겨놓은 옷이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에 맞지 않아 변덕을 부려 바꾸어 입을 때도 많지만. 대중교통 지하철로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거의 다 나보다 젊은 이들이다. 나는 그들의 옷차림을 바라보며 시대의 징후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p.28
옷은 많은 느낌을 말해준다. 그 당시의 시간과 내력과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궁색함과 어색함과 허세와 부와 명예와 권력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 노랑 저고리는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하다.
p.39
모두 다 넉넉하지 못한 시절이었지만 어머니의 아이디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p.39
털실을 동그랗게 감으며 미소 짓던 어머니가 가족 누군가의 스웨터를 짜던 늦가을의 햇살이 생각난다. 어머니의 무릎 위에 대나무로 된 뜨개바늘과 털실 뭉치가 있으면 얼마나 평화로웠던가?
p.44
어머니는 칼라가 꼭 개 혓바닥 같다며 목을 감싸는 스탠드 칼라로 감쪽같이 리폼을 해주었다. 갑자기 세련된 코트가 되었다. “이제 아주 진짜 쎄무 코트 같구나.”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며 만족해하셨다. 그 반코트를 3월 내내 아마 4월 초 봄바람이 불 때까지도 입고 다녔으리라.
p.54
안방에서 재봉틀을 꺼내 옷을 만들다가 저녁이 어스름해지면 재봉틀을 다락 턱에 올려놓고 저녁을 차리고 밤에는 소설을 썼던 박완서, 나의 어머니!
p.58
유리 반지를 끼고 외출을 하려면 문득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너는 참 어린애 같구나! 어릴 적에는 인형놀이도 안 했던 아이인데 70이 넘어 유치해졌네. 그래도 재미있고 예쁘구나.”
p.66
「유리 반지」(본문 p.55)를 쓰면서 유리 반지 사진을 보여준다. 안느가 유리 반지 사진을 보고 설명을 보내준다. 다 믿을 수 있을까? (거짓말도 잘하는 안느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도) 귀걸이를 베네치아에 서 샀던 기억은 맞는 것 같다. 귀걸이를 하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나의 안느는 자세하게 알려주며 지나친 찬사를 한다.
p.195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방 저 방 옷장을 뒤지고 다니면서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 수수하구나.”
p.205
오랜만에 명상 같은 바느질의 묘미에 들어갑니다. 수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수실을 찾아 간단한 스티치를 놓는 즐거움.
수공업 시대로 돌아갑니다.
출처: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