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추천도서 (3999)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
1. 책소개
태평양전쟁 막바지, 일본제국주의가 마지막 발악하던 시기에 강제 징용된 14세 소년의 이야기.
홋카이도 광산으로 강제 징용됐다가, 극적인 탈출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소년이 눈으로 바라본 일본과 일본제국주의!
오페라 작곡가 지성호가 한 글자 한 글자 새겨 넣은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의 근현대사이자 한국의 근현대사인 이 글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오페라이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 지성호
충남 부여군 충화면 지석리 170번지에서 1953년에 태어난 지성호는 본래 작곡가로 주로 전북대학에서 30여 년 동안 이론과 작곡을 강의했다. 그의 주된 작곡 활동은 오페라와 같은 대형 총체예 술 영역이다. 2002년 월드컵 기념 문화공연의 일환으로 전주시가 지성호에게 위촉한 대서사 음악극 《혼불》(최명희 원작)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여러 오페라단으로부터 창작오페라 곡을 위촉받기 시작했다.
지성호가 작곡한 7편의 창작오페라 중에서 《흥부와 놀부》는 제3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소극장 부문 최우수상을, 《논개》는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 연출가상,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했고,《루갈다》는 국립오페라단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대한민국 민간단체 오페라단 최고의 축제인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지금까지 14회의 연륜을 쌓는 동안 지성호의 창작오페라가 4편이나 선정된 것도 오페라 작곡가로서 지성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 작품들은《논개》(2011년, 호남오페라단),《루갈다》(2014년, 호남오페라단),《흥부와 놀부》(2018년, 코리아 아르츠 그룹),《달하 비취시오라》(2019년, 호남오페라단)이며 이들 작품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올려질 때마다 평단과 언론, 관객들로부터 상찬을 받은 바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전주시 예술상 음악부문 수상, 목정문화상 음악부문 수상, 한국 오페라 작곡가 베스트 10에 선정(비평가 그룹)된 바 있다.
저서로는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소리내)와《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논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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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프롤로그 - 1976년 1월
1. 좌절
2. 대한독립만세
3. 이별
4. 끌려가는 노예들
5. 화서
6. 기미년
7. 결혼
8. 산루금광
9. 패싸움
10. 다케다의 죽음
11. 설국
12. 종소리
13. 천사 다마코
14. 허무한 죽음들
15. 도박
16. 탈출
17. 열병
18. 통나무 귀틀집
19. 아이누 모시리
20. 잘 있거라, 평온한 대지여
21. 재회
22. 떠도는 사람들
23. 종전
24. 다시 찾은 종
25. 머나먼 귀향길
에필로그 - 답사길 반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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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속으로
아무래도 동네 목욕탕에 가야겠구나 싶어 갈아입을 속옷을 찾으려고 서랍장을 여기저기 뒤적이는데, 깊숙한 곳에 두툼한 원고 뭉치 서너 권이 검은 철끈으로 묶이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지?’
붉은 칸이 쳐진 200자 원고지에는 일제강점기 열네 살 징용자로 끌려간 아버지의 육필수기가 쓰여 있었다. 맞춤법이나 문장이 한 세대를 지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읽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나는 원고 뭉치를 들고 일어서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다 문장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허리가 아팠으나 원고지에 눈을 떼지 못한 나는 이불을 들추고 아랫목에 앉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 9쪽
“다들 시절을 잘못 타고나서 쌩으루다 고상이여, 씨부럴노므 시상 확 뒤집어지야 헐 판인디!”
분개한 마음에 모두 침묵에 빠져들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든 악마적 속성이 잠재되어 있다. 이들을 여기까지 내몬 일제의 앞잡이들은 어떻게 그리 야차같이 동족의 피눈물을 빼먹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평소에는 선량한 가장이었고 이웃과 더불어 정을 나누던 사람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거대한 악이 권세를 휘두르자 자신만 살겠다고 마음속의 악마를 불러낸 자들이었다. 마치 여름날 기어 나와 살갗의 가장 약한 부분에 빨판을 꽂고 피를 빨아대는 각다귀처럼 먹고살아야 한다는 우활(迂闊)한 명분 뒤에 숨어 동족의 숨통을 조이는, 그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련한 족속들이었다.
일제의 군국주의는 귀축영미(鬼畜英美)라는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거짓 신을 내세워 전 국민을 황국신민으로 일체화하면서 그 밖의 어떤 비판과 도전도 철저하게 탄압하고 봉쇄했다. 이제 개인의 사랑, 행복, 불행과 슬픔 조차도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천황이라는 바알(Baal) 앞에 신의 자비와 긍휼이 사라진 제국. 신이 사랑한 사람들은 간데없고 전쟁의 화염을 부채질하는 사탄이 선량한 사람들을 쓰러트리는 세상. 그것은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억지여서 그들에게 통찰력이 조금만 있었더라면 제국은 아침 안개처럼 스러지고 말 것을 내다봐야 마땅했다. - 62~63쪽
배가 내해를 벗어나 큰 물결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왔다. 성난 파도가 거슬러 오는 곤고마루를 향해 날을 세우고 온몸으로 솟구쳐 올라 무망한 타격을 쉴 새 없이 되풀이하지만, 거대한 철선의 침로를 1도도 바꾸지 못했다.
‘정녕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로구나.’
재호는 큰 파도가 몰려와 뱃전을 때리면서 텅텅 부딪는 소리가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통곡하는 몸 안의 울음소리로 들렸다. 누워 바라보는 선실의 하얀 천정으로 요시다에게 이끌려 그곳에 이르는 동안 탈주의 기회를 놓쳐버린 아쉬운 순간들과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형과 형수의 먼 그림자 같은 모습들이 활동 영화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 119쪽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련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깜박거리는 마을 두 곳을 지나 일본식 판자 건물 앞에 광차가 멈춰 섰다. 재호가 다니던 소학교와 외양은 같았으나 규모가 작은 건물이었다. 두 동의 건물 중 궤도에 인접한 건물 현관에 미쓰이 광산주식회사 산루광업소(三井鑛山株式會社 珊瑠 鑛業所)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일행을 여기까지 끌고 온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5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한 콘체른(Konzern)으로, 일본 최대 재벌인 미쓰이 그룹의 광업소였다. 마당에는 국민복에 전투모를 쓴, 광업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마당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을 조선에서 끌고 온 일본인들이 광차에서 뛰어내리자 직원들은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맞이하는 양 호들갑을 떨어대며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마당에 서 있던 몇 명의 직원은 새로운 먹잇감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내리지 마!’, ‘움직이지 마!’ 등의 짧은 군대식 명령을 큰 소리로 외쳐대며 전쟁 포로나 죄수를 다루듯 거칠게 굴었다. - 131~132쪽
그런데 그날은 평일보다 10분 정도 빨리 무리가 돌아와 취사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봤다. 누군가가 들것에 실려 오고 있었다. 야마모토가 현장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둠으로써 두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지만, 죽음의 방식과 애도의 방식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이 일하다 죽었는데도 감독들은 장례용품 하나 주지 않았고 그저 방관했다. 모두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가네가와가 1반 반장으로서 망자를 위해 할 일을 다했다. 망자가 덮던 이불 홑청을 뜯어 그 한쪽 면을 여러 쪽으로 찢어낸 다음 이를 엮어 끈으로 만들어 가까스로 망인의 수족을 거둘 수 있었다. 남은 한 면으로는 수의 대신으로 시신을 싸매주었다.
다음 날 감독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상시와 다름없이 작업을 진행시켰다. 노동자들이 아침 점호를 마치고 일터로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터로 운구할 썰매가 도착했다. 이케다와 취사장 사람들이 시신을 들어 썰매에 안치하고 동여매주었다.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뿐이었다. 썰매는 이윽고 출발했다.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납덩이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야마모토를 떠나보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 218~219쪽
“대장님, 우리는 인자 이곳을 탈출허려구 나섰시유. 인사두 없이 떠난다는 그이 도리가 아니다 싶어 대장님을 깨운 거시쥬. 우리가 떠난 후에 대장님이 겪으실 고충을 생각허믄 그저 지송허구 또 지송헐 뿐이쥬. 그렇지만 은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산죽 정글 속으서 죽는 한이 있더라두 탈출하려구 혀유. 이해해 주실 줄 믿어유. 대장님은 책임 있응께 대원들을 잘 보살피노라면 반드시 고양으 갈 날두 오겄지유.”
이케다의 숨죽인 말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대경실색한 대장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여 무슨 일이라도 벌이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다.
하지만 대장은 한 손으로 뒤통수를 박박 긁어 대며 입맛을 쩍쩍 다실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말을 마친 이케다는 다시 한번 대장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풀며 일어섰다.
“그럼, 대장님, 안녕히 계슈.”
이케다가 단호한 태도로 인사를 할 때 일행 세 사람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막 발걸음을 떼려는데 대장이 비로소 말을 꺼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복잡한 심사요. 내가 그동안 제일 신뢰했고 많은 도움을 받아온 처지라 막지는 않겠소만, 내 입장에서 잘 가라고는 하지 않겠소.” - 237~238쪽
재호는 얻은 종이를 들고 복도를 밝히는 전등불 밑에 엎드려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재호는 ‘어머니 전 상서’라고 막상 적고 나니 무슨 말을 이어 나가야 할지, 할 말은 많은데 말들이 두서없이 헝클어져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더구나 일제는 강제동원 지역에서 발송되는 우편은 빠짐없이 검열한다는 말을 들은 탓에 혹시라도 어머니와 가족들이 화를 입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재호의 다리가 굳어 당기고 아팠다. 누워서 한참을 다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뭉친 근육을 푸는 운동을 하고 일어나 복도의 시계를 보니 일곱 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오무역으로 나가 몬베쓰 행 기차표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피야에라를 만나보려고 모피 가게에 들렀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었다. 간밤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야에라와 그렇게 헤어진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319쪽
8월 16일, 아침을 먹고 난 재호 일행은 일단 마쓰야마 항구를 찾아가기로 했다. 거기로 가야만 제대로 된 소식과 이후 전개될 일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놀랍게도 그들과 같은 생각으로 모인 남루한 복장에 야윈 몰골의 조선인 수백 명이 거기에 모여 있었다. 다들 헤아리기 어려운 감정으로 아리랑을 부르고 나서야 비로소 해방의 의미를 실감했다. 이제 징용이란 이름으로 끌려온 노동자들은 그 무겁던 노예의 족쇄를 풀고 해방된 자가 된 것이다. - 368쪽
“땡그렁! 땡그렁!”
길고 긴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물러났다고.
“땡그렁! 땡그렁!”
슬픈 이별 없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땡그렁! 땡그렁!”
새 하늘 새 땅이 이 나라에서 이루어지기를.
“땡그렁! 땡그렁!”
그러나 재호와 화서의 귀에는 여전히 이렇게 들렸다.
“천당! 천당! 천당!” - 405쪽
아버지는 올해로 96세이시다.
그 세대가 그렇듯, 험한 시대의 온갖 악조건을 헤쳐 나오셨다. 일제강점기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징용되어 끌려갔고 해방공간의 혼란에 이어 5년 만에 터진 한국전쟁 때는 군에 소집된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그 후로도 강대국 사이에 낀 분단국가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어낸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을 감당해야만 하셨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당신이 어린 나이에 겪은 시대의 고통을 세세한 기록으로 남기셨다. 전 4권의 장편 실화소설 《도벌에게 짓밟힌 엽전》이 그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90세가 될 때까지 꼭 검지에 침을 묻혀 자판을 하나하나 두들기며 여러 교회 연대사도 집필하셨다. - 406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근현대사 이야기
이 책은 ‘재호’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아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소년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슬픈 역사의 한 단면이다. 우리 아픈 역사의 한 대목인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강제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간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삶에 대한 보고서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시간이 흐르고 전황이 불리해지자 발악하기 시작했다. 물자도 노동력도 부족해지자 일제는 식민지 곳곳에서 식량과 물자 수탈은 물론, 강제로 노동자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조선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주인공 재호 역시 간악한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4세 재호는 그의 형 대신 붙들려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지는데….
징용부터 탈출, 그리고 귀향하기까지의 고단한 여정
이 책은 일본 홋카이도의 미쓰이 광산주식회사 산루광업소(三井鑛山株式會社 珊瑠鑛業所)에 끌려간 재호가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태평양전쟁 후기인 1943년에 끌려가 해방 이후인 1946년까지의 4년간의 여정을 그린 것이다.
이 책은 2023년 96세를 맞은 저자 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에 끌려간 후, 목숨을 건 탈출 시도, 이후의 도피 생활, 일본의 패전과 일본에서 맞은 조국의 독립, 그리고 귀향까지…. 아버지의 꼼꼼한 기록을 바탕으로 저자가 내용을 재구성했다.
이 책은 노동 수용소에 끌려간 한 개인의 고통의 역사지만, 크게는 우리나라 전체의 아픈 역사이다. 또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살아 있는 역사로 다가온다.
아버지를 따라가는 아들의 여정이 애틋한 책
이 책은 강제노동자수용소를 체험한 아버지의 기록이 바탕이다. 소년노동자로서 일본에서 보고 듣고 겪은 기록을, 저자가 재구성하여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지은이는 단순히 아버지의 기록을 재구성한 데서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본으로 끌려갔을 길, 생활했을 수용소, 강제노동했을 광산터 등을 직접 찾아 나섰다. 몇십 년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아버지께서 지난 곳곳의 현장을 찾아가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에필로그’에 1944년으로부터 먼 훗날 아버지가 갔을 길, 여정을 따라가는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 아버지가 겪었을 고통과 고난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을 공감할 수 있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면서, 저자는 ‘역사 안에 사는 삶과 역사 밖에 사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로 새긴 고통 앞에서, 그 수난사가 시간 속에 상투화되어 박제된다면, 그리하여 징용자들의 고통과 죽음과 그 인생이 역사의 지층에 화석처럼 묻혀버리고 만다면, 무엇보다 그 기억조차 불편하다고 한다면, 치욕스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개인의 가족사에 그치지 않고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른 것이 없기에 우리의 역사라는 인식의 한 방편이기를 원했다. 즉 역사는 집단 기억을 쌓아가는 과정이라지만 그 집단이란 결국 개인의 기억들이 모여서 된 것이기에 이 기억,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기록의 중요함
일제강점기 실상을 기억할 수 있는 세대는 얼마나 될까? 이 도서는 그 기간의 한 개인의 생생한 역사와 기억을 사라지기 전에 다음 세대에 전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 잊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잊혀진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잊혀진다면 다시 그 아픈 역사가 어떤 형태로든 되풀이될 수도 있다.
출처: 「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 」 출판사 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