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추천 도서(19.3~20.2)

12월의 추천도서(2489) 문학가라는 병

'-') 2019. 12. 24. 10:00

1. 책소개

 

문학청년, 남성 이류 엘리트의 초상

일본의 제국주의적 근대화는 서구의 사상과 제도, 서적의 적극적인 수용에 의해 이루어졌고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은 특히 일본 근대화와 긴밀하게 연관된 독일 문학의 수용이 전시 체제 일본에서 한 역할과 이를 주도한 문학 엘리트들(주로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출신)을 살펴본다. 이들은 입신출세의 관문인 법학부 등으로 진학하지 않고 문학을 택했음에도, 지식인?문인으로서의 체제 저항이나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나치즘을 찬양하여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떠받친다. 저자는 이들 ‘이류’ 지식인의 출세욕과 순응주의, 여성 혐오와 남성 동맹 등이 그 바탕에 있었음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다카다 리에코는 1958년생으로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독일 문학 전공)을 수료했다. 현재 모모야마학원대학(桃山院大)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안드레아스 그리피우스(Andreas Gryphius) 또는 행복한 아류(アンドレアス·グリュ?フィウス あるいは幸福な二番煎じ)」, 「망각의 메커니즘-하가 마유미를 둘러싼 담론(忘却のメカニズム-芳賀檀をめぐる言)」 등이 있고, 저서로 『그로테스크한 교양(グロテスクな養)』, 『학력·계급·군대-고학력 병사들의 우울한 일상(階級·軍隊-高兵士たちの憂鬱な日常)』, 『여자·결혼·남자 선택-또는 ‘선택받은 남자’(女子·結婚·男選び-あるいは「選ばれ男子」)』 등이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차례

1장 자각 증상 우선 무엇이 문제일까?
‘문학’에서 멀리 떠나 11
가장 변변치 못한 독일 문학자? 11 | 리버럴한 구제고등학교 교사 16 | 수레바퀴 위의 승자들 20

‘문학부’에서 멀리 떠나 25
1인 2역의 트릭 25 | 아웃사이더(자칭으로만) 28 | 도쿄대학 교수들, 난투를 벌이다 33 |
국가에 저항하여 39

‘문학’과 ‘문학부’의 틈바구니에서 46
게으른 죄 46 | 열심히 일한 죄 48 | 문화인 으로서의 독일어 교사 53 | ‘문학의 꿀’에 흠뻑 빠져 55 | ‘문학’ 편에 서서 57

2장 병력(病歷) 대정익찬회 문화부와 제일고등학교
다카하시 겐지와 이중 스파이들 65
때늦은 결단 90
우리 제일고등학교 ‘문학’파 107

3장 병의 원인 도쿄제국대학이여, 안녕
평범함 예찬 121
교만한 도쿄대학 불문과 129
나쓰메 소세키의 악의 137
독일 문학자는 역습한다 149

4장 자기 진단 고학력자의 비애
이류의 조건 165
비판이라는 덫 181

5장 증상의 예 학교소설 『버마의 하프』
영원한 일고생 197
두 가지 진공 지대 207
분투하는 교사들 225

6장 전염 『수레바퀴 아래서』 또는 사내의 증명
여자가 좋아해 주다 243
여자를 혐오하다 254
여자가 되다 270

7장 합병증 나카노 고지, 카프카에서 청빈으로
동정과 악의 291
자학과 복수 299
오해와 동경 311
승리와 패배 321

후기 338
옮긴이의 글 342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속으로

 

히틀러의 『나의 투쟁』 일본어 번역에 ‘절찬’을 표명한 사토 고이치(佐藤晃一, 1914~1967)는 『독일 저항문학(ドイツ抵抗文?)』(1954)을 집필했고, 대정익찬회(大政翼??) 문화부장을 역임하고 나치 문학 몇몇을 번역 소개한 다카하시 겐지(高橋健二, 1902~1998)는 전후에 나치의 냉대를 받은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stner, 1899~1974)나 헤르만 헤세를 번역했다. 그러나 “그 사이의 결정적인 단층을 그들 자신이 대상화하고 있다는 흔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단층은 이 세상에 차고 넘칠지도 모른다. 지금도 자주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 나치라는 터무니없는 것 때문에 극적으로 가시화되었을 따름이다. 독일 문학자로서 훌륭한 ‘작업’을 해내자는 성실함과 야심을 품는 일은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평범한 상황이라면 기껏해야 동료에게 놀림이나 받을 정도지, 특별히 비판당하지도 않을 ‘작업’의 단층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결정적인 문제로 표면화시킨 것이 바로 일본의 독일 문학자가 맞이한 나치의 흥망이었던 셈이다.
_15~16쪽 「1장 자각 증상」

독일어는 근대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졌고, 엘리트 양성소인 구제고등학교는 서양의 언어 교육에 수업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할애했다. 거의 외국어 학교 같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독일어 교사 수가 많았다. 따라서 도쿄제국대학 독문과 졸업생은 구제고등학교라는 일자리를 비교적 보장받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교사라는 소시민적 안정에 만족할 정도로 자신은 무능하지도 않고 어수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만 했다. ‘문학’의 재능을 자각하는 사람일수록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구제고등학교 교사라고 하면 그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를 보증받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은 안정 속에서 문학적 자유(주의)와 문학적인 불량함을 떠벌릴 수 있었고, 권위의 보호라는 울타리 안에서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안일함이 아니라 자신의 안일함에 대한 철저한 무자각이리라. 이를테면 다카하시 겐지는 서양 ‘문학’의 자유와 휴머니즘을 소개한 사람으로서 이미 활약할 무대가 있었던 만큼 나치의 융성에 편승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단순한 독일어 교사와는 달리 지적 저널리즘이나 번역으로 활약하는 교사들은 ‘문학’을 좋아하는 구제고등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인기 있는 교사였다. 한마디로 리버럴한 교사라고 하는 자들이다. “전시 체제 아래의 파시즘 문학 신봉자와 선동가가 전후 민주주의자로 변모”하기 전에 우선은 전시 체제의 자유주의자가 나치의 나팔수로 변신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의 변신이든 지극히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_17~19쪽 「1장 자각 증상」

다이쇼 후기부터 쇼와 초기에 걸친 고등교육의 양적 확대와 출판의 성황에 의해 지적인 중간층 독자가 성립했다는 사실을 종종 지적하곤 하는데, 그것은 독자의 지위(학력) 향상인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독자의 대중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하게도 저자의 대중화라는 현상도 있었다. 마에다 아이(前田愛)는 이른바 ‘문학청년’ 유형의 등장 시점을 메이지 말기에서 다이쇼 초기, 즉 교양주의의 탄생 무렵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문화의 담당자로서 그 나름대로 존경을 받고 문화가 좋은 것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문학청년’이 결코 패잔병이나 쓸모없는 인간(이것은 부정적으로 특권적 존재다)이 아니라 그저 세속적이고 대중적이며 남성적인 야심을 표현하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교양주의의 탄생 배경에 대한 글에서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내세운 입신출세주의의 종언과 청년의 목표 상실을 강조한다. 일단은 안정감을 얻은 일본 사회에서 고학력 청년들은 예전과 같이 대단한 출세를 바라지 않게 되었고, 그 대신 출세 따위는 경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스스로를 특권화하려고 했다는 말이다. …문학, 예술, 철학 같은 부류는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킴과 아울러 아마추어화, 무해화(無害化), 또는 무라카미 이치로 식으로 말하면 ‘이와나미화’로 흘러간다. 교양주의적 독서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던 이와나미문고의 그토록 유명한 창간사는 지식의 대중화로 나타난 모습이 바로 교양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런데 거기에 등장하는 것은 지적 대중으로서 독자뿐만 아니라 지적 대중으로서 저자, 특히 번역자와 해설자라는 중간적인(착취적인) 인물이다. 이를테면 독일 문학의 경우는 문고를 위한 번역이 이미 모리 오가이 같은 존재의 작업이 아니라 구제고등학교나 대학의 독일어 교사의 작업이 되어 버렸다.

출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서평

 

◈ 이류 문학청년의 탄생
우리에게도 문학(인)의 체제 영합이나 국가의 통제, 과거사 청산 등은 지금까지도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지만 ‘전범 국가’ 일본에서 이는 더 복잡한 문제이며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국가주의와 맞물려 더욱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근대 일본의 학교 서사나 전쟁 서사 속에 드러난 엘리트 남성들의 문제를 파헤쳐 온 독일 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다카다 리에코의 『문학가라는 병-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엘리트들의 체제 순응과 남성 동맹』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전시 체제 아래 일본 문학 엘리트들의 전쟁 협력 문제나 근대화 이후 외국 문학(특히 독일 문학) 수용이 일본의 제국주의화에 미친 영향에 그치지 않고, 그 주역인 남성 엘리트 문화인들과 그들의 활동 배경인 대학(주로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매체, 관변단체 등에 두루 나타나는 ‘이류’의 정신성과 남성 동맹(homosociality), 여성 혐오(misogyny) 등을 분석한다. 세속의 기준으로는 일류 엘리트 지식인이지만 입신출세의 길과 무관한 ‘문학’을 택했고, 제도(학교 등. 이 책에서는 ‘문학부’로 상징된다)에 편입되지 못함/않음으로써 ‘문학’의 편에 서서 열심히 일한다는 자기 특권화가 어떻게 ‘이류’ 문학인을 탄생시켰는지, 또 순수한 문학청년을 표방하던 그들이 왜 전시 체제에 영합하는 모순을 낳았는지를 파헤친다.

◈ 헤르만 헤세의 소개자, 대정익찬회 문화부장이 되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다카하시 겐지(高橋健二, 1902~1998)라는 인물이다.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독문과 출신으로 구제고등학교(制高等學校) 독일어 교사를 지냈고, 일본에서 ‘청춘의 책’으로 특권적 지위를 차지한 『수레바퀴 아래서』를 번역한 “헤세와 가장 친한 일본의 벗”이자 “가장 성실한 소개자”, 반전을 주장해 국적을 스위스로 바꾼 평화주의자 헤세를 찬양하고 같은 시기에 히틀러를 찬양한 인물. 문학부에 저항하여 문학 편에 서는 것을 택했다고 자기 규정하면서도 대정익찬회(大政翼) 문화부장을 지낸 인물. 저자는 이 인물에게 나타나는 모순(으로 보이는 단층)이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신이나 변절이 아니라 두 가지 상반된 역할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다카하시 겐지는 전시 체제에서 헤세와 히틀러를 동시에 찬양하고 패전 후에는 헤세의 소개자로 아무렇지 않게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사회의 요청에 부응하여 소개자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고(소개의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문학을 질식시키는 공간인 ‘문학부’에서 멀리 떠나 ‘문학’ 편에 선 (자칭) 아웃사이더다. 다카하시 겐지를 비롯하여 그와 유사한 행로를 보인 당시 ‘문학청년’들 다수는 독일어를 비롯한 독일적인 것이 근대화에 도구적으로 활용되고 장려된 시기에 문학부를 다니고 졸업 후 구제고교 독일어 교사로 취직한다. 그들은 제도화된 문학부에도 저항하고 교사라는 소시민적 안정성에도 저항하면서, 즉 ‘문학’을 선택하여, 당시 일본 사회의 교양주의와 독서 대중화의 바람을 타고 아카데미즘 바깥에서 독일 문학을 소개, 번역하고 문화인으로서 사회적인 발언을 한다는 자부심과 자기 특권적 의식을 가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중화의 결과 이들 문학가의 ‘이류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 영원한 문학청년을 꿈꾸다-전쟁 거부가 아니라 군대 혐오다
이 책의 5장 「증상의 예」에서는 『버마의 하프(ビルマの竪琴)』라는 전쟁소설과 전몰 학생들의 수기와 편지 모음집(『머나먼 산하에』, 『들어라 바다의 노래』)을 주로 다룬다. 이 책들은 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의 비참함이나 죽음의 공포, 희생적인 죽음의 공허함을 말하지 않는다. 일본 군대의 드러나지 않는 억압과 무의미한 규율, 그리고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고학력자들의 면면만이 부각될 뿐이며 젊고 ‘더러움을 모르는’ 고학력자들의 비애를 강조한다. 구제고등학교라는 공간, 즉 선택받은 장소에서 선택받은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적인 남자 사이의 우정이 이상적으로 묘사되며, 똑같이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진공 지대’인 군대에서는 그 우정이 성립하지 않음을 한탄하는 것이다.
전몰 학생들의 수기와 편지 모음집은 1?2차 대전 시기 독일에서 나온 책들(다카하시 겐지 번역)을 모델로 삼았다. 독일판 책들이 전투의 비참함이나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하는 젊은이의 노력과 갈등을 다루었음에도, 이를 수용하고 모방한 일본 문학자들은 군대와 상급 학교의 대립이라는 구도에서 전쟁 서사를 다루고 희생자를 위령하는 방식을 택한다.

◈ 헤르만 헤세를 여성의 손에서 구해 내라-구제고등학교의 여성 혐오와 남성 동맹
독일어권 지역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헤르만 헤세가 가장 널리 읽힌 곳이 바로 일본이다. 독일어의 비중이 높았던 구제고등학교에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필독서로 여겨졌다. 저자는 학교를 무대로 하는 헤세의 작품들(『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을 다루면서 좌절과 번민, 반항과 갈등 안에서 ‘남자의 문제’가 지닌 특권이라는 시각에 주목한다. 소년은 어떻게 고뇌하면서 남자가 되는가(또는 남자가 되지 못하는가)라는 문제가 그것이다. 헤세 작품 자체에 내재된 남자들끼리의 관계 맺기와 여성 배제 또는 혐오(여성은 유혹적인 존재로 등장하고 아직 ‘남자’가 되지 못한 등장인물은 여성적인 속성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며 남성성을 지닌 인물에 의해 구제받고 각성한다)는 구제고등학교의 교양주의와 맞물려 널리 수용되었다.
일본에서 헤세 붐(주로 초기 작품)은 ‘소녀 취미’로 폄하되기도 했다. 대중과 여성이 독자층으로 유입되어 독서 시장의 질이 저하된 가운데, ‘문학소녀’들이 ‘남자의 문제’와 헤세의 교양주의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경우의 교양주의는 휴머니즘이나 인격의 도야 같은 것이 아니라 특권적인 남성에게만 허용된, 따라서 소녀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청춘의 이미지다. 이는 교양주의가 퇴락한 후에도 현대 일본의 소녀만화가 다루는 주제의 하나가 될 정도로 강력했다.

출처 : 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