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추천도서(2476) 사랑의 예술사
1. 책소개
사랑만큼 예술을 풍성하게 만드는 주제가 또 있을까?
역사 이래 문학은 늘 연인을 찬미하고 사랑의 아픔과 기쁨을 노래했다. 미술은 또 어떠한가? 그림과 조각은 신화와 문학의 사랑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아름다운 여인들과 미끈한 청년들을 누드로 묘사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부터 오늘날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름 모를 원시인이 만든 여성의 형상에서부터 현대의 예술사진에 이르기까지 사랑이라는 주제는 변주를 거듭하며 예술의 마르지 않는 수원이 되어 왔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주제가 문학과 미술, 영화에서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예술사이다. 사회는 항상 예술 작품을 품고 있고, 예술 작품은 항상 자신을 낳은 사회에 대해 증언한다. 어떤 예술 작품이 태어나는 데에는 반드시 사회경제적 맥락이 존재한다. 그 사회의 성격을 이해하면 왜 이런 예술 작품이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한편 예술 작품은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이미혜
대학에서 예술사회사를 가르치면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예술이 사회경제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는가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한국의 불문학 수용사」(1992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4대학에서 수학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으로 박사후 과정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경성대학교와 부경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예술사회사 분야 저서로 『예술의 역사』(2004년), 『이미지의 시대』(2011년), 『예술의 사회경제사』(2012년)가 있고 그 밖에 『이미혜의 그림 읽기』(2016년), 장편 소설 『사라진 서재』(1999년), 자녀 교육서 『아이를 살리는 공부, 아이를 죽이는 공부』(2009년)를 저술하였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들어가는 말
제1부 약탈적 사랑: 고대(The Ancient Ages)
01 오레스테스의 재판
02 쫓겨난 하갈
03 제우스의 바람기
04 질투하는 헤라, 경박한 아프로디테
05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06 메데이아의 분노
07 옷 벗은 남자, 옷 입은 여자
제2부 궁정식 사랑: 중세(The Middles Ages)
08 유혹하는 이브
09 동정녀 마리아
10 참을 수 없는 사랑
11 소박맞은 왕비
12 뉘우치는 막달레나
제3부 충동적 사랑: 르네상스(The Renaissance)
13 구원의 베아트리체
14 너무 앳된 성모
15 아름다운 시모네타
16 몸치장하는 여인
17 잠자는 베누스
18 줄리엣의 죽음
19 마녀의 망치
제4부 퇴폐적 사랑: 바로크(The Baroque)
20 사랑하지만 참는다
21 여왕의 초상
22 왕의 여인들
23 살롱의 귀부인들
24 위험한 관계
25 우아한 향연
26 미덕의 불운, 악덕의 번영
제5부 낭만적 사랑: 근대 1(The Modern Ages 1)
27 가정 예찬, 삶의 예찬
28 파멜라의 결혼
29 베르테르의 죽음
30 골짜기의 흰 백합
31 벌거벗은 노예
32 사랑의 굴레
33 타락한 여인
제6부 일탈적 사랑: 근대 2(The Modern Ages 2)
34 사고파는 사랑
35 가정의 어리석음
36 플러트하는 여성들
37 치명적 사랑
38 세이렌의 침묵
제7부 해방된 사랑: 현대 1(The 20th Century 1: to the 1950s)
39 풀려난 관능344
40 우린 뭐든 할 수 있어요352
41 데이트의 탄생359
42 채털리 부인의 환상367
43 그토록 멋진 가정377
제8부 불안한 사랑: 현대 2(The 20th Century 2: the 1960s to the present)
44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
45 위기의 남자
46 여성성의 찬미
47 해피 투게더
48 불편한 아름다움
49 모던 패밀리
50 사랑의 종말
참고문헌
그림 목차
찾아보기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속으로
제 1부 약탈적 사랑
원시 시대에는 남녀 모두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사람들은 공동으로 사냥을 해 배를 채웠고, 공동으로 변덕스런 자연과 다 른 집단의 위협에 대처했다. 규율과 관습은 집단을 보존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구성원은 그것을 유순하게 따랐다. 원시 시대의 남성에게 여성은 다른 사냥감처 럼 약탈 대상이거나 물물교환으로 획득하는 재화였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이 맺 어지는 것이 아니라 씨족 간에 이루어지는 집단적 결합이었다. 여성은 한 씨족 전 체의 소유물이 됨으로써 삶을 보장받았다. 원시인은 여성의 생식력에 경외심을 품었고 그것에 성스러운 특성을 부여했다.
선사 시대는 어머니 혈통을 따르는 모계사회였으리라 추정된다. 모권제는 수렵과 채취에 의거해 집단생활을 하던 사회에 알맞은 제도였다. 하지만 도구를 이용한 노동, 금속의 발견, 가금 사육이 이루어지면서 원시적 씨족은 붕괴되었다. 사
냥감을 좇아 떠돌던 사람들이 땅을 일구고 정착생활을 하게 되면서 집단은 분화해 가족이 되었고, 연장자인 남자가 그 우두머리가 되었다.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되면서 남성은 씨족 집단의 구속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지만 여성과 어린아이는
가족의 우두머리에게 복종해야 했다.
선사 시대 여성의 지위는 역사 시대로 이어졌다. 고대 그리스는 노예경제 사회였다. 수공업, 광업, 가내노동 등 육체노동에 노예를 투입했다. 시민은 지주 계급으로 소작농에게 땅을 빌려주거나 노예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시민은 평상시
정치에 참여하고 향연을 즐겼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공동체를 위해 싸우는 전사로 변했다. 전쟁에 나가는 것은 의무라기보다 권리였다. 전사에게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전쟁에 참여할 수 없는 여성은 시민
자격이 없었다. 여성은 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가족을 번성하게 만드는 도구였다. 도시국가들은 결혼을 시민의 의무로 간주했다. 고대 그리스는 남성 중심와 가부장제 사회였고 남녀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했다.
고대
여성은 공적 권리를 갖지 못했고, 사회생활에서 배제된 채 평생 집안에 갇혀 지냈다. 여성의 역할은 자녀를 낳아 기르고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는 일로 한정되었 다. 남성은 자녀를 얻기 위해 결혼했다. 성적 욕구나 애정은 아내보다는 직업여성인 유녀 또는 동성의 나이 어린 파트너를 통해 충족했다. 그리스 시민들은 동성끼리의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보다 고결하게 여겼다. 여성은 열등하고 수동적인 존 재여서 동등한 사랑을 할 수 없으며, 아이를 낳기 위한 육체적 관계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고대 문학에 나타난 사랑은 약탈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서구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인 그리스 신화에는 여성을 재화로 여겼던 고대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년~16的년)의 그림은 쌍둥이 형제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스케스가 레우키포스 왕의 두 딸을 납치하는 장면을 다루고 있다. 두 처녀는 쌍둥이 형제의 두 사촌과 각각 약혼한 상태였다. 이들이 폭력을 사용해 남의 약혼녀를 납치한 이유는 보다 희소성이 있는 재화, 다시 말해 미인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그리스 신화에는 남신이나 영웅들이 완력으로 여자를 납치하거나 강제로 관계를 맺는 일화가 셀 수 없이 등장하지만 그 행위의 대상이 되는 여성에게는 발언권이 없었다. 파리스 왕자는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를 납치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 공한다. 그러나 헬레네를 여성이 아닌 다른 보물로 바꾸어 놓아도 이야기의 흐름 에는 별 지장이 없다. 약탈적 사랑은 남성이 여성에 대해 전적으로 우위에 있던 세계상을 반영한다.
제 2부
궁정식 사랑
고대 그리스 사회는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했으나 결혼의 역할만큼은 인정했다. 그리스인들은 쾌락을 즐겼으나 사회가 무질서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절제를 부단히 강조했다. 로마 제국은 그리스의 문화와 종교,예술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제국의 힘이 커지고 영토가 넓어지면서 사회는 변질되었다. 대토지 소유 귀족은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사치품으로 새로 증축한 저택과 별장을 치장하고 방종과 쾌락에 빠졌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던 시민적 덕목과 절제는 사라졌고,로마는 쾌락의 중심지가 되었다. 남자들이 호색에 몰두한 것은 물론이고,여자들도 여봐란듯이 애인을 만들고 정사를 벌였다. 국고와 부자들에게 걷은 돈으로 각종 구경거리가 제공되었다. 사람들은 남녀 노예가 맹수에게 찢겨 죽거나,검투사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광경을 보며 즐거워했다.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토지 집중화로 인한 중소농의 몰락은 로마 제국을 쇠약하게 했다. 2세기 말부터는 한 세기 가까이 내란이 지속되면서 제국을 존립 위기에 빠트렸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결혼해도 자식을 낳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로마 시민과 귀족의 수는 감소했다. 로마는 입양과 해방 노예의 신분 상승을 통해 인구를 충원했다. 결혼은 더 이상 시민의 의무가 아니었고 이혼과 재혼도 손쉽게 이루어졌다.
1세기경 로마의 속주에서는 기독교가 발생해 자라나고 있었다. 기독교는 상류층에 퍼진 물질 만능주의와 쾌락적 생활 방식에 반기를 들고,억압받는 민중을 대변하면서 급속히 세를 불렸다. 기독교가 가르치는 금욕과 절제, 기독교가 제시하는 만인이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여성을 비롯해 고통받던 사람들은 해방과 구원을 기대하며 기독교에 귀의했다. 4세기 초 로마 제국은 기독교를 인정했다. 차라리 기독교가 350년 동안 박해를 견디면서 로마를 정복하는데 성공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를 지배 원리로 채택한 제국은 200년을 더 지탱한 후 5세기 말 거친 북방 민족에 의해 멸망했다. 로마 제국은 망했지만 기독중세 종교 조직과 신앙 체계는 살아남았다. 기독교는 서방 세계의 보편적 종교가 되었고 중세 사회와 문화를 지배했다.
기독교 전파 과정에서 여성의 공헌이 적지 않았으나 기독교는 여성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기독교 교리로 볼 때 여성은 남성을 타락시킨 유혹자였으며 결혼은 필 요악일 따름이었다. 로마네스크 성당에는 가슴과 치부에 뱀을 휘감은 이브의 부조가 음욕과 악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중세 전기 사회는 전적으로 농업에 의존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도시들은 버려졌고 교역 활동은 자취를 감췄다. 서방 세계는 자급자족적인 원시 농업경제로 후퇴했다. 중세 농민들은 반노예 상태였다. 영주는 자신의 땅을 경작하는 농민
들로부터 지대를 거두고 부역을 제공받았으며 농민들에게 사법권을 행사했다.
10세기가 되자 사회가 비교적 안정되면서 인구가 늘고 농업 생산력이 향상되었다. 도시가 되살아나고 상업 활동과 화폐 경제가 활발해졌다. 십자군 전쟁은 서구사회에 부를 가져다주었고 새로운 문화를 유입시켰다. 제후와 귀족들의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기사 계급의 윤리규범과 생활 방식도 세련되어졌다. 교회는 여성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입장이었으나 결혼을 사회 안정 차원에서 보호하였다. 12세기 교회가 결혼을 일곱 번째 성사로 규정하면서 봉건귀족들은 멋대로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취할 수 없게 되었다.
여성의 지위가 다소 나아지면서 음탕한 이브로 규정되어 온 여성의 이미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12세기부터는 성모 마리아 숭배가 등장했다. 온정 넘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묘사된 마리아는 사람들이 의지하고 숭배하는 대상이었다. 상당수의 성당이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되었으며 성모상이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되었다.
출처 : 경북대학교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