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추천 도서(18.3~19.2)

11월의 추천도서(2091) 김립 시선 - 김립

'-') 2018. 11. 21. 10:00


1. 책 소개


『김립 시선』은 이응수의 <김립 시집>을 대본으로 하면서, 다른 시인의 작품이 확실한 것을 제외하고, 정대구가 추가한 작품들을 포함하였다. 이 책은 <김립 시집>과 같이 전편을 8편으로 분류하고, '영물편'과 '동물편'을 합하여 하나로 묶었다. 원문은 거의 그대로 싣고, 수집 과정에서 분명히 틀린 글자만 고쳤다. 작품 밑의 설명 가운데 '대의'라고 한 부분은 이응수 선생의 대증보판 <김립 시집>에서 인용하였다.

처 : 교보문


2. 저자(옮긴이)


허경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와 열상고전연구회 회장을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한국의 한시》총서 외에, 주요저서로는《조선위항문학사》《허균》《허균 시 연구》《대전지역 누정문학연구》《한국의 읍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연암 박지원 소설집》《매천야록》《서유견문》《삼국유사》《택리지》등 다수가 있다.

처 : 교보문


3. 목차


아낙네 게으름/늙은 할미/기생에게 지어 주다 
갓 쓴 어린아이를 놀리다/갓 쓴 어른을 놀리다 
노인이 스스로 놀리다/늙은이가 읊다/지사를 놀리다 
종일 고개 숙인 나그네/훈장을 훈계하다/훈장/그림자 

영물편 
망건/요강/장기/안경/떨어진 꽃/눈 속의 차가운 매화 
두견화 소식을 묻다/고미/눈 오는 날/눈/이/벼룩 
고양이/고양이/고양이/늙은 소 

산천누대편 
금강산에 들어가다/금강산 경치/금강산에 들어서다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묘향산/구월산/부벽루 
경치를 즐기다/산을 구경하다/안변에서 표연정에 오르다 
회양을 지나다가/광탄을 지나며/보림사를 지나며 
한식날 북루에 올라서 읊다/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관왕묘 

잡편 
영남 술회/즉흥적으로 읊다/스스로 읊다/우연히 느끼다 
고향 생각/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일화편 
환갑 잔치/환갑 잔치를 하는 노인에게/원 생원 
산촌 학장을 놀리다/어느 여인에게/기생 가련에게 
길가에서 처음 보고/피하기 어려운 꽃/기생과 함께 짓다 
젖 빠는 노래/윤가촌을 욕하다/길주 명천/옥구 김 진사 
시 짓는 나그네들과 말장난하다/말장난 시/파자시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다/탁주 내기/원당리/화로 
함관령/중들의 풍습이 고약해/거짓말/창 
산 속 늙은이를 놀리다/양반/빈 집에서 읊다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언문풍월/언문시 
봄을 시작하는 시회/돈/송아지 값 고소장/만사 
파운시/서당 욕설시/중과 선비를 놀리는 시 
금강산에서 중과 함께 짓다 
여름 구름에 기이한 봉우리가 많구나/파격시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들 
촉석루/공씨네 집에서/지관을 놀리다/이사하는 법/맷돌 
처와 첩에게 희롱삼아 지어 주다/제사하는 집을 욕하다 
낙민루/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는데/아름다운 여인 

부록167 
김사립전(金莎笠傳)/김병연이 관서지방에 발길을 끊다

처 : 본문 중에서



4. 책 속으로


[죽 한 그릇] [無題]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天光雲影共徘徊.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主人莫道無顔色,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吾愛靑山倒水來. 

[잠 많은 아낙네] [多睡婦]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西隣愚婦睡方濃,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不識蠶工況也農.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機閑尺布三朝織, 
절구질로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杵倦升粮半日春.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弟衣秋盡獨稱搗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姑혈冬過每語縫.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蓬髮垢面形如鬼,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偕老家中却恨逢.

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 서평


김삿갓은 우리 문학사에서 남다른 시인이다. 물론 남다른 시인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그는 조선 후기의 봉건적인 체제 속에서 남다른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쳤으며, 그러한 몸부림을 한시의 형식 파괴로 보여 주었다. 우리 문학의 형식 가운데 가장 견고한 것이 한시의 형식인데, 그는 전통적인 한시의 형식만 파괴한 것이 아니라, 한시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즉 한자까지도 쓰지 않고 풍월을 지었다. 개화기에 한때 유행하였던 언문풍월도 그가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의 시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더 큰 이유는 그가 한시의 형식을 파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형식이 파괴된 한시를 통해서 당시의 통속적인 가치 관념까지도 파괴하였기 때문이다. 김삿갓의 시를 처음 본격적으로 수집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한 이응수 선생은 그를 통속시인ㆍ민중시인ㆍ생활시인ㆍ걸인시인ㆍ방랑시인ㆍ풍류시인ㆍ풍자시인ㆍ파격시인으로 소개했는데, 그의 이러한 특성은 아직까지도 그대로 설명된다. 지배층의 위선과 허위를 풍자한 그의 시는 당시의 세태를 그대로 보여 주는 패관문학이면서, 지배층에게 몸으로 부딪쳐 가며 항거하는 풍자문학이다. 남한에서 <김삿갓 북한 방랑기>라는 북한 풍자 연속극이 오랫동안 방송되었고, 북한에서 <김삿갓>이라는 연극이 공연된 것도 그 때문이며,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라는 유행가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불려졌다. 

김삿갓이 문학사에 남긴 업적 가운데 또 하나는 최후로 가장 많은 과시(科詩)를 지었다는 점이다. 자신은 정작 과거시험을 보지 않으면서도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과시를 지었는데, 과거시험을 평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수많은 응시생들에게 자신의 호구지책상 과시의 모범을 가르쳤으며, 심지어는 과거장에 대신 들어가 대리시험을 치기도 하였다. 
그는 호구지책상 과시를 지었지만, 과거라는 형식을 비웃기 위해 과거시험장에 남의 이름으로 드나들었으며, 시를 지은 다음에는 껄껄 웃고 나오기도 하였다. 우리 문학사상 가장 수준 높은 과시를 가장 많이 지은 김삿갓이 자신의 이름으로는 끝내 과거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 문학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과시가 다른 시들과는 형태와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번역에서는 그의 생애를 스스로 돌아본 <난고평생시> 1편만 실었다.

처 : 평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