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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추천도서(1726) 픽션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2017. 11. 21. 10:00


1. 책 소개


현대 소설의 패러다임을 창조한 보르헤스의 미학 세계!

아르헨티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집 『픽션들』. 1941년에 발표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과 1944년에 발표한 '기교들'에 수록된 17편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움베르트 에코 등 현대 지성사의 핵심적인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보르헤스의 세계관과 미학을 드러낸 대표작이다. 또한 일생 동안 장편소설을 한 편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단편 전문 작가 보르헤스의 문학적 정수를 엿볼 수 있다. 허구를 주제로 한 단편들은 가상과 실재,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경하고 낯선 풍경을 보여준다.

2. 저자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눈이 먼 20세기 라틴문학의 대표 작가. 기호학, 해체주의, 환상적 사실주의,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20세기 지성사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쥐고 있다.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흔히 정의되는 그의 문학 세계는 정통 리얼리즘이 갖는 협소한 상상력의 경계를 허문 것으로 평가된다. 노벨 문학상은 못 받았지만, 네루다, 마르케스, 파스 같은 중남미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보다 선배격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단편집 <낯선 순례자>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어느날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외쳤다.'어떤 여자가 나에 대해서 꿈을 꾸는 꿈을 방금 꾸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마르케스가 덤덤하게 받았다. '그건 이미 보르헤스가 쓴 이야기야.아직 안 썼더라도 언젠가 쓸 것이 틀림없어.'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남미 문학의 두 대가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한 수 위'의 작가로 접어주고 들어가는 장면이다. 
보르헤스는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도 영국계 할머니로부터 배운 영어를 6살 때부터 자유자재로 구사했다.제네바에서의 고등학교 시절에 라틴어와 프랑스어, 독일어를 배워 5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되었다.
1919년 스페인에서 스페인판 아방가르드인 '최후주의' 운동을 주도했고, 1921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와 잡지 「프리즘」을 창간해 활발한 문예활동을 펼쳤다.
유전적 요인에 더하여 너무 많은 책을 읽은 탓으로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시력을 상실해 인생의 후반부는 암흑 속에서 지내야 했다.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세계를 잃은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다.
시인으로 출발한 그는 1935년 첫 단편집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내놓으면서 소설가로 활동했으며, 평생 한편의 장편소설도 남기지 않고 단편소설만 썼다. 상상력, 형식, 주제, 문체 등에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체험을 제공한다.
보르헤스의 문학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즐겨 인용되는 이야기 하나. 퀴즈 하나를 상정하고 보르헤스라면 어떻게 풀까 생각해보자.'1에서 100까지 9라는 숫자가 얼마나 나올까' 아마 성급한 사람은 10번이나 11번(9, 19~99), 좀 사려 깊은 사람은 19번이나 20번(90, 91~99)이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고력이 뛰어난 보르헤스는 한 차원 높여 소수점 이하 자리가 나오는 유리수까지 고려해 '무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즉 보르헤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의 작품에 잠재된 무한의 상상세계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의 도서관' '사상의 디자이너'로도 불리는 그는 미셸 푸코,루이 알튀세,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등 20세기 서구 지성사의 핵심적 인물들에게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불교에도 깊은 애착과 이해를 가지고 있어서 불교 강의서를 직접 저술했으며, 일본의 짧은 시 '하이쿠'에 깊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1976년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주는 상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으며, 이 때문에 노벨 문학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도서관에 태어났던 보르헤스는 38세에 밥벌이를 위해 얻은 첫 직업을 도서관 사서로 선택한 것을 비롯, 생애 대부분을 도서관 사서로 살았으며 이미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55세에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임명됐다.

3. 목차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서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알모타심으로의 접근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원형의 폐허들 
바빌로니아의 복권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바벨의 도서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기교들 
서문 
1956년의 후기 
기억의 천재 푸네스 
칼의 형상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죽음과 나침반 
비밀의 기적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불사조 교파 
남부 

작품 해설 
작가 연보

4. 해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

글 전기철 시인, 숭의여대 교수
* 출처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작성자 책나라군포 (http://blog.naver.com/o2gunpo/50183378050)



5. 책 속으로



* 어떤 시간 속에서 당신은 존재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어떤 시간 속에서 나는 존재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다른 시간의 경우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존재합니다. 호의적인 우연이 내게 부여한 현재의 시간 속에서 당신은 나의 집에 당도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간, 그러니까 정원을 가로지르던 당신은 죽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 다른 시간에 나는 지금과 똑같은 말을 하지만, 나는 하나의 실수이고, 유령일 겁니다. 


* "... 나의 눈은 당연히 한 문장에 가 멈출 수밖에 없었지요. 나는 즉시 깨달았지요. 이라는 이 구절은 내게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서의 무한한 갈라짐을 연상하게 만들었지요. 나는 그 작품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읽고 나서 나의 생각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허구적 작품 속에서 독자는 매번 여러 가지 가능성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는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나머지들을 버리게 됩니다. 취팽의 소설 속에서 독자는 모든 것을 -- 동시에 -- 선택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다양한 미래들, 다양한 시간들을 선택하게 되고, 그것들은 무한히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증식하게 됩니다."


* "... 은 우주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그것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된 이미지는 아닙니다. 당신의 조상은 뉴턴이나 쇼펜하우어와 달리 획일적이고 절대적인 시간에 대해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간의 무한한 연속들,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어지럽게 증식되는, 분산되고 수렴되고 평형을 이루는 시간들의 그물을 믿으셨던 거지요. 서로 접근하기도 하고, 서로 갈라지기도 하고, 서로 단절되기도 하고, 또는 수백 년 동안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기도 하는 시간의 구조는 모든 가능성을 포괄하게 되지요. 우리는 이 시간의 일부분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어떤 시간 속에서 당신은 존재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어떤 시간 속에서 나는 존재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다른 시간의 경우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존재합니다. 호의적인 우연이 내게 부여한 현재의 시간 속에서 당신은 나의 집에 당도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간, 그러니까 정원을 가로지르던 당신은 죽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 다른 시간에 나는 지금과 같은 똑같은 말을 하지만, 나는 하나의 실수이고, 유령일 겁니다." 


* "... 시간은 셀 수 없는 미래들을 향해 영원히 갈라지지요. 그 시간들 중의 하나에서 나는 당신의 적이지요." 164


* 방대한 양의 책을 쓴다는 것은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는 정신나간 짓이다. 단 몇 분에 걸쳐 말로 완벽하게 표현해 보일 수 있는 어떤 생각을 500여 페이지에 걸쳐 길게 늘어뜨리는 짓. 보다 나은 방법은 이미 그러한 생각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하나의 코멘트, 즉 그것들의 요약을 제시하는 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