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추천도서(1722) 피상성 예찬 -빌렘 플루서
1. 책 소개
컴퓨터 그림의 현상을 '피상성'으로 간주하고, 이를 심도 있게 분석한 책. 저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에서 시작해 라스코 동굴벽화, 우가리트 쐐기문자 그리고 최근의 컴퓨터 그림에 상응하는 세계들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면서 이 세계들의 의미를 현상한다. 또한 회화의 미술적 사고에서 텍스트의 논리적 사고를 거쳐 황당무계한 컴퓨터 사고에 이르는 매체 사상의 큰 조류를 아직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각에서 통찰하고 있다.
2. 저자
빌렘 플루서
빌렘 플루서 1920년에 태어났으며 1991년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지식인들 중의 이 무정부주의자”(Di ePresse, Wien)인 이 프라하의 유태인은 1940년 런던을 거쳐 브라질의 상파울로로 이주해 1970년대 초까지 거기서 저널리스트로, 또한 커뮤니케이션 철학 교수로 활동했다. 이후 그는 유럽으로 돌아가 마침내 프로방스의 한 작은 마을에 정착했다. 특히 독일어권 내에서 행했던 그의 수많은 강연 여행에서 그보다 한발 앞서 다녔던 것은 “그 이전에는 오직 맥루한에게만 주어졌던”(FAZ) ‘디지털 사상가’라는 명성이다. 독일어로 출간된 주요 저서는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Fur eine Philosophie der Fotografie](1983), [글Die Schrift](1987), [제스처Gesten](1991), [심연Bodenlos](1992) 등이 있다. 빌렘 플루서의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 볼만(Bolman)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3. 목차
1.
피상성 예찬
혹은: 추상 게임
추상 게임
꿰기
간격
평면
2.
코드화된 세계
코드화된 세계
신뢰상실
배반에 대해
기준-위기-비판
전자출판을 위한 쓰기
코드 전환
형식 대신 색1
3.
새로운 매체 속의 그림
그림의 위상
새로운 매체 속의 그림
영화 생산과 영화 소비
묘사
야성의 눈
텔레비전의 현상학을 위하여
QUBE와 자유의 문제
RTL plus 방송에서의 ‘토크쇼’
텔레비전과 전철 ‘tele-’에 대하여
레바논과 비디오
민코프의 거울
비디오 탐구
기술적 형상 시대의 정치적인 것
그림 없는 이슬람
4.
새로운 상상력
컴퓨터화
분산과 집합
예술과 컴퓨터
상상
디지털 가상
물질의 가상
모사-모범 혹은: 묘사란 무엇인가?
배경들
4. 책 속으로
우리가 레바논 전쟁의 비디오테이프들을 관람했을 때, 우리가 보는 것은 특정한 사건들의 집단적인 반영이다. 이 그림들은 구체적인 사건들의 특정한 측면들을 반영하고 다른 측면들은 포기한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바로 그 측면들이 고갈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 특정지어진다. 놀라운 것은 약간 다른 것이다: 레바논 전쟁의 비디오테이프들이 담고 있는 그림들은 세계에 대한 반유태주의적 견해를 재생한다. 문제는 말과 개념들 속에서 묘사되는 반유태주의, 곧 담론적인 반유태주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흔히 관찰자의 지식이 없이 세계에 대한 특별한 견해를 야기하는 반유태주의다. 이제 우리는 처음으로 그러한 견해를 우리의 텔레비전 모니터 위에서 관찰할 수 있다. 처음으로 우리는 그림들 속에서 우리 사회의 합의를 볼 수 있다. 이것이 레바논 전쟁의 의미이다. 이 합의는 우리에게 하나의 미래 비전을 제공한다. --- p.238
5. 추천평
플루서는 이 책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세계와 인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한다.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는 주어진 것(datum)에서 만들어진 것(factum)으로 변화하고, 그 상관자인 인간은 주체(subject)에서 기획(project)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중요한 것은 세계의 해석이 아니라 세계의 제작일 것이다. 미래의 인문학은 더 이상 세계의 해석학이 아니라 세계의 제작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진중권(중앙대겸임교수)
오늘날 디지털 매체와 관련, 언론학 또는 매체학 연구에서 큰 붐이 일고 있지만, 이 매체의 역사적·철학적 배경과 그 본질에 대한 탐구는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에서 시작해 라스코 동굴벽화, 우가리트 쐐기문자 그리고 최근의 컴퓨터 그림에 상응하는 세계들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면서 이 세계들의 의미를 현상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회화의 마술적 사고에서 텍스트의 논리적 사고를 거쳐 황당무계한 컴퓨터 사고에 이르는 매체 사상의 큰 조류를 아직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각에서 통찰한다. 특히 컴퓨터 그림의 현상을 '피상성'으로 간주하고, 이를 심도 있게 분석한 플루서는 이 책을 통해 비판적인 디지털 사상가로서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김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