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추천도서 (4971) 헛되이

1. 책소개
최영미 시인의 대표작들을 모은 시선집(詩選集)『헛되이』가 이미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문단 데뷔 35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나온 시선집이다. 1994년 첫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펴낸 뒤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된 최영미는 그 후 어떻게 인생을 걸어가며 시를 열어갔을까. 그가 지금까지 펴낸 8권의 시집에서 ‘사랑’ ‘싸움’ ‘일상’ ‘시’ ‘가족’ 등 7가지 주제로 62 편의 시를 가려 뽑아 책으로 엮었다. 60여 편의 시를 책으로 엮으며 문장부호 등 사소하게 고친 시들이 있고, 한두 행을 삭제한 작품도 있다.
나긋나긋한 연애시에서 살벌한 투쟁의 시에 이르기까지 최영미의 시 세계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만큼 넓고 깊다. 살아있는 비유, 은유를 직설로 보이게 하는 힘, 섬세하면서 대담한 표현들, 초월하지 않고, 관념으로 치장하지 않고, 지금 여기를 노래한 언어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처: 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최영미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창작과 비평』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꿈의 페달을 밟고』『돼지들에게』『도착하지 않은 삶』『다시 오지 않는 것들』『공항철도』『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The Party Was Over』(영문시집), 장편소설『흉터와 무늬』『청동정원』, 산문집『시대의 우울』『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화가의 우연한 시선』『아무도 하지 못한 말』『난 그 여자 불편해』, 명시를 해설한『시를 읽는 오후』등을 출간했다.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괴물」 등 창작활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중심 권력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킨 공로로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았다. 2019년 이미출판사를 설립했다.
출처: 본문중에서
3. 목차
선운사에서/ 가을에는/ T에게_검정 위에 밝은 빨강/ 과일가게에서/ 연인/ 헛되이 벽을 때린 손바닥/ 봄날/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삼월
서른, 잔치는 끝났다/ 살아남은 자의 배고픔/ 이율 배반/ 그들에 대한 명상/ 돼지들에게/ 등단 소감/ 괴물/ 독이 묻은 종이/ 3월/ 팜므 파탈의 회고
꿈이 빠져나간 주머니
보낸 편지함/ 속초에서/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옛날 남자친구/ 베를린의 여름/ 꿈이 빠져나간 주머니/ 주소록을 정리하며/ My Bed/ 온종일 집에서
글로벌 뉴스
Personal Computer/ 지하철에서: 노란 10월/ 토요일 밤의 초간편 神/ 아멘 1/ 아멘 2/ 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 글로벌 뉴스/ 풍자시 연습/ 문명의 시작/ 사랑과 분노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시(詩)/ 시와 똥/ 일기예보/ 다시는/ 쓰는 인류/ 사업자등록/ 편집회의
추석 즈음
런던의 실비아 플라스/ 44년 전의 오늘/ 추석 즈음/ 잠꼬대/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연휴의 끝/ 수건을 접으며/ 일요일 저녁/ 죄와 벌
공항철도
영수증/ 어떤 동문회/ 이미/ 개미/ 밥을 지으며/ 2019년 새해 소망/ 공항철도/ 육십 세/ 나의 여행
해설_ 정해옥(丁海玉) 「최영미라는 삶」
출처: 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선운사에서」)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혁명은 이제 광고 속에만 있다” (「지하철에서: 노란 10월」)
“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나의 여행」)
“같이 있으면 잠을 못 자/ 곁에 없으면 잠이 안 와”(「연인」)
“세상이 갖고 놀다 버린 햇빛 한줌// (…) 나는 당신의 시간을 갖고 싶어/ 당신을 바라보던 / 그 남자의 눈빛을 갖고 싶어” (「My Bed」)
“이미 젖은 신발은/ 다시 젖지 않는다// 이미 슬픈 사람은/ 울지 않는다” (「이미」)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 (「독이 묻은 종이」)
“한 번 싸워보지도 않은/ 4월과 5월에 찬사가 쏟아지고/ 아픔을 모르는 5월이 봄을 대표해 상을 받는다// 5월 천하, /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 사라진/ 3월의 명복을 비는 이는 없다” (「3월」)
“엉망인 세상을 내 손으로 정리할 순 없지만/ 수건은 내 맘대로 접을 수 있지//(…)/ 사나운 고기를 싸는 상추 잎처럼/ 순하게 살아온 당신”(「수건을 접으며」)
“내가 칼을/ 다 뽑지도 않았는데/ 그는 쓰러졌다/ 그 스스로/ 무너진 거다” (「팜므 파탈의 회고」)
출처: 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헛되이』는 최영미 시인이 2019년 설립한 이미출판사에서 펴내는 10번째 책이다. 표지 사진도 최 시인이 찍었다. 이 책의 편집과 배치는 재일한국인 시인 정해옥이 번역해 2026년 5월 일본에서 출간한 최영미시선집『詩を灯し野にゆく』(시를 밝혀 들로 나서다, 港の人)를 참고했다.
1994년 간행된 첫 시집에 실렸던 시「Personal Computer」의 마지막 행 때문에 편집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일반 독자는 물론 문학을 업으로 삼는 문인들에게도 더러 오해받았던「Personal Computer」를 시선집에서 빼려고 했으나, 그런 오해는 어쩔 수가 없으며 AI 시대를 예고한 상징적인 작품을 빼면 안 된다고 판단해 책에 넣었다. 최영미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서툰 사람이다.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출간 뒤 시인은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고 싶어「Personal Computer」를 썼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너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한번 보자, 는 심정에서 ‘Personal’이라는 단어를 시의 제목에 넣었고 1990년대 컴퓨터의 명령어들을 시에 삽입해 기계문명에 대한 풍자를 시도했다.
진하게 강조한 마지막 행은 시인의 의도된 장난이었다. 여성들에게 얌전한 언어를 강요하는 사회를 의식해 그런 표현을 쓴 것이나, 쌍ㅅ이 들어가는 말이 주는 충격이 커서, 그 앞에 나온 좋은 표현들이 묻힌다는 지적을 듣고 문제의 행을 시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독자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 헛되이」이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