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추천도서 (4609)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1. 책소개
- 속도가 체험을 삼켜버린 시대, 왜 문학을 읽고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 미국 리터러시연구학회 에드워드 B. 프라이 북 어워드 수상작
2024년 10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한국 문학계는 물론 교육 현장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그의 수상 소감에 담긴 말처럼, 문학이 “이 행성의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상상”하고 “우리를 끝끝내 연결하는 언어”임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는 사실에 있다. 그런데 AI가 텍스트를 무한히 생성하고, 속도가 체험을 삼켜버린 시대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 역시 던질 수밖에 없다. 문학은 여전히 인간적인 감각과 통찰,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상상력의 장으로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 우리는 왜 문학을 읽고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데니스 수마라 교수의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는 바로 이 질문에 응답하는 책이다. 문학은 더 이상 시험과 암기의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삶과 감정을 해석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 실천이 되어야 한다. 수마라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커먼플레이스 북’이라는 읽기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문학 교실을 해석과 생성의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던진 질문에 대해, 이 책은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답할 수 있을지 숙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AI에게 의지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팽팽해지고 있는 지금, 문학을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미국 리터러시연구학회 에드워드 B. 프라이 북 어워드 수상작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데니스 수마라 (Dennis J. Sumara)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교육대학 교수로 교육과정 이론, 퀴어 이론, 독자 반응 이론, 내러티브 해석학 등을 학제적으로 아우르며 ‘normal’이라는 규범성 비판과 포용적 교육 실천을 연구해 왔다.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상상하고 해석하며 다시 생각하기(Why Reading Literature in School Still Matters: Imagination, interpretation, insight)』로 2003년 미국 리터러시연구학회(Literacy Research Association)의 에드워드 B. 프라이 북 어워드(Edward B. Fry Book Award)를 수상했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 『표준화 교육에서 복잡성 교육으로』(공저), 『마음과 학습』(공저), 『혁신교육, 철학을 만나다』(공저) 등이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추천의 글
서문
1장 점진적 순간
2장 통찰력 만드는 법 배우기
3장 정체성 해석하기1: 문제를 일으키는 몸들
4장 주체가 되는 법 배우기
5장 정체성 해석하기 2: 모든 순간은 두 개의 순간이다
6장 사랑에 빠지는 법 배우기
7장 정체성 해석하기 3: 가능성의 공간 확대하기
8장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가
감사의 글
참고문헌
역자 후기
이 책에서 언급된 작품들찾아보기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깊이 읽는 행위는, 정성을 들여 가꾸고 돌보는 정원사의 일처럼, 그 자체를 넘어서는 지식을 생성하는 힘을 지닌다.
- 서문, 13쪽
나는 원고의 최종본을 읽으며 누구나 엄청난 양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왜 자세히 읽기와 깊이 있는 해석 행위를 계속해서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자문해 보았다. 몇 개의 ‘키워드’를 검색 엔진에 입력하기만 하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보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이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깊은 통찰을 위한 조건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이해는 해석을 필요로 하며, 해석은 학습된 활동을 통해 형성된다. 학교에서 문학을 읽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학 읽기는 학생들에게 해석 활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서문, 14~15쪽
‘오른쪽 차선을 이용하면 이 교통 체증에서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겠군’과 같은 소소한 통찰은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깊은 통찰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깊은 통찰은 사람들과의 관계,
사람들이 만든 사물들(경험을 설명하고 서술하는 이야기 포함) 그리고 인간 너머의 세계와의 관계를 해석하는 어려운 작업에서 비롯된다. 통찰이 생겨날 수 있는 조건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지만, 깊은 통찰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뜻밖의 장소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뜻밖의 장소 중 하나는 우리가 ‘상상력’이라고 부르게 된 곳이다.
- 1장 점진적 순간, 30쪽
상상한다는 것은 기억 속에 있는 것과 현재 존재하는 것, 그리고 미래에 대해 예측되는 것 사이에 해석 가능한 다리를 놓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상상은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상황에 국한된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상상은 인간의 인지에 있어 핵심적 요소이다.
- 1장 점진적 순간,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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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인 순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끈기를 갖고 해석 전략과 글쓰기 기법을 사용하면, 패턴이 분명해지고, 주제가 나타나며, 의미로 인식되는 것이 제시된다. 이것이 바로 알버트 보르그만(Albert Borgmann, 1992)의 연구를 따라 내가 ‘초점 행위(focal practice)’라고 부르는 일에 참여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정원 가꾸기, 시나 소설 또는 회고록 쓰기, 노래 창작 및 부르기, 새로운 형태의 수학 발명 등 이 모든 것은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해석 작업이 일어나는 장소로 기능할 수 있다.
- 1장 점진적 순간, 34~35쪽
정체성은 인간 개개인의 본질적인 자질이 아니다. 정체성은 사람들이 책이나 언어에 기반한 다른 소통 기술 등을 통해 맺는 관계로부터 생성된다.
- 1장 점진적 순간, 37~38쪽
다시 읽기 활동을 통해 문학 작품과의 관계를 정교화하고, 이 관계를 글쓰기와 다른 독자와의 토론을 통해 상징화함으로써 우리는 해석을 위한 흥미로운 ‘공통 공간Commonplace’을 만들어 냈다.
- 2장 통찰력 만드는 법 배우기, 50~51쪽
문학 텍스트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으로써 커먼플레이스 북을 활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티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세계로부터 독립적이며 초월적인 일련의 진리들이 존재한다는 본질주의적 사유를 거부한다는 선언이다. 학생들은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을 서술해 보라는 요구 대신 등장인물 및 플롯과 관련하여 변화해 가는 정체성에 대해 비평적 인식을 할 것을 요구받았다. 문학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거나, 도덕적 교훈을 배우거나, 인식의 폭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효과도 있겠지만, 커먼플레이스 북의 활용을 통해 문학적 참여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해석을 위한 아카이브(archive) 장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문학 아카이브에는 (인쇄된 텍스트로 드러나는) 저자의 기여, 독자가 기억하고 현재 살고 있는 경험, 텍스트와 관련된 기타 출판 및 구술 자료, 독자를 둘러싼 다양한 독서 맥락과의 상호작용이 포함된다. 앞서 말한 모임과 학교에서의 읽기 활동에 존재하는 이러한 맥락들 속에는, 반복해서 읽는 동안에, 그리고 읽고 난 후에 수행했던 공동의 해석 작업이 포함된다.
- 2장 통찰력 만드는 법 배우기, 55~56쪽
수잔 랭어(Suzanne Langer, 1957)가 말한 바와 같이, 예술 작품은 기존에 형성된 것을 재구성하고, 확실성을 무너뜨리며, 문제를 일으킨다. 나와 내가 교류하는 예술가들은 예술 작품을 통해 생물학적인 것과 현상학적인 것 사이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관계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회고록을 쓰고, 에세이를 쓰는 것, 이 모든 것이 ‘문제를 일으키는 몸들’이 모여 해석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낸다.
- 3장 정체성 해석하기 I, 84~85쪽
가장 훌륭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교사의 개인적인 관심사에 학생들 역시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특정 주제에 대한 교사의 열정에 끌리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학습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석적 프로젝트를 필요로 하게 된다.
- 4장 주체가 되는 법 배우기, 111~112쪽
문학 인류학의 독자 반응 방법은 해석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문학과의 동일시와 해석에 의해 조건화된 것을 해석하고 더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형태의 문학 비평과 구별된다. 독자가 등장인물 및 플롯과 동일시하는 것은 통찰력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다시 읽음으로써 명상과 유사한 형태의 마음챙김(mindfulness)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독자는 문학적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공통 공간에서 새로운 정보와 해석을 계속해서 수집한다. 문학 텍스트로 돌아올 때마다 독자/연구자는 이번 읽기와 지난 마지막 읽기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해석해야 하므로, 생성적인 순환 과정이 만들어진다.
- 5장 정체성 해석하기 2, 148쪽
나는 문학 작품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사랑에 대한 교훈을 배웠다. 등장인물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나의 애착에 대해 읽고 다시 읽고 생각하면서, 나는 내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초점 행위’를 수행했다. 나는 다른 사람이나 나 자신을 직접 연구함으로써 사랑에 빠지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의 서두르지 않는 면밀한 독서 행위가 나의 경험을 둘러싸고 있는,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세부 사항을 알아차리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랑은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만들어질 수 있는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사랑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하는 일로부터 생겨난다.
- 6장 사랑에 빠지는 법 배우기, 182~183쪽
익숙함을 방해받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이다. 뇌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신체 에너지를 사용한다. 생각에는 연료가 필요하다. 새로운 이해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려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 이는 왜 많은 독자들이 로맨스, 미스터리, 또는 범죄소설을 꾸준히 읽는지, 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 멜로드라마, 경찰 또는 병원 드라마, 시트콤인지를 설명해 준다. 이러한 장르들은 등장인물과 설정은 달라지지만, 전형적이고 잘 알려진 플롯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 그렇다고 해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며, 이러한 활동을 권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그러한 활동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인식에 고정된 경계를 만들어 새로운 통찰력을 개발할 수 있는 경험의 확장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형화된 경험의 구조에 관여하는 것은 지각에 작은 도전만을 일으키는 반면, 더 낯선 구조에 관여하는 것은 훨씬 더 큰 지각적 도전이 된다.
- 7장 정체성 해석하기 3, 204~205쪽
전직 공립학교 교사이자 현직 교사 교육자로서, 나는 공립학교가 청소년들이 해석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여전히 많은 양의 작품을 빨리 읽고, 문학 장치들을 파악하고, 비평 에세이를 쓰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글쓰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많은 경우 작가가 글쓰기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는 대부분의 젊은이가 문학을 읽거나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문학이 중요하게 여겨지려면, 문학이 인간 경험의 필수적 요소로 간주되어야 한다.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우리는 학교에서 문학 작품을 가르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 8장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가, 222~223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 정재찬 ㆍ 김성우 ㆍ 장은수 추천
속도가 체험을 삼켜버린 시대,
왜 문학을 읽고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한강 작가 수상 소감 중에서)
2024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국에서 탄생했다. 한강 작가다. 한국인 최초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안겨준 기쁨도 컸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그를 통해 빚어낸 ‘문학’이 인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고 해나갈 수 있는지를 돌아보고 물을 수 있는 통찰의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그런데 수많은 AI가 텍스트를 무궁무진 생산하고, 속도가 체험을 삼켜버린 시대에, 우리는 왜 문학을 읽고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일까?
수년 동안 예비 교사들을 가르치며 교육과정 및 방법을 고안해 온 데니스 수마라 교수는 이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의 기술에서 찾는다.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상상하고 해석하며 다시 생각하기』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수마라 교수는 인간에게 고유한 상상력과 해석, 통찰이라는 생각의 기술을 키우고 확장ㆍ심화하는 것을 교육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보며, 그런 교육 활동의 가장 좋은 교본으로 문학을 삼는다. 인간의 본성을 묻고,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관점을 상상하고,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문학 본연의 힘을 우리 아이들의 문학 교실에서, 특히 공교육의 장에서 실현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밝힌다.
해석 없는 정보는 통찰이 될 수 없다!
삶을 해석하고 상상하는 힘으로서의 문학
중고등학교의 문학 수업을 떠올려보자.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교사와 교과서, 몇 차 교육과정이라는 구체적인 배경 조건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문학 작품에 대한 기본 정보를 외우고 각 작품의 주요 용어와 구절에 줄을 치며 교사가 불러주는 해석을 받아 적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풍요롭고 다채로워야 할 문학 교실이 정설과 정답만 추구하는 가물고 획일화된 교실로 말라비틀어져 버린 지 이미 오래다. 학생들은 문학을 시험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로 여길 뿐 학교를 떠나면 문학을 곧장 멀리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수마라 교수는 이 책에서 문학이 특정 지식을 주입하는 수단이 아니라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삶과 세계를 탐구하고 발견하도록 돕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문학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빈틈에 학생(독자) 개인의 경험과 사유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곧 문학 읽기이며, 이는 꾸준한 학습 활동을 통해 길러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설이 아닌 해석의 방식을 배우는 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하나의 구조를 배울 수 있으며, 익숙하게 여겨지는 상식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
작가 중심에서 독자 반응 중심으로,
문학적 참여를 통해 완성하는 ‘커먼플레이스 북’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된 세 개의 장(3, 5, 7장)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 장들은 수마라 교수가 고안한 독특한 교육 방법인 ‘커먼플레이스 북’ 활동을 직접 시현한 것이다. 커먼플레이스 북 활동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경험, 또는 작품 내용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들을 책 여백에 빼곡하게 적는 활동으로, 단순한 필기나 각주 달기를 넘어선다. 일종의 아카이브이기도 한 커먼플레이스 북은 텍스트 안팎의 경험에 대한 다양한 표현의 흔적을 수집하는 상호 텍스트로 기능하면서 흥미로운 해석의 장을 제공한다.
루이즈 디살보의 『숨이 찬』을 다시 읽으면서 적은 어머니와의 관계나 연구 모임에서의 경험, 앤 마이클스의 『흩어지는 조각들』을 중심으로 부모님의 삶을 문학 인류학적 연구 방법으로 들여다본 사례, 가톨릭 수련회에 참석했던 경험과 학부생들과 함께한 읽기 경험 등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된다. 저자의 문학적 참여를 통해 구성된 이 책의 몇몇 장들이 독자에게 생경하고 실험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수마라 교수가 구체적인 문학 교육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커먼플레이스 북 활동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이 장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교사들의 교사가 그린 새로운 교육 현장
생성과 연결의 공간으로서의 문학 교실을 향하여
학교는 세대 간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공공의 장이자, 다양한 관점을 나누는 해석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다. 문학 수업은 단일한 정답을 요구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시선을 존중하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해석하는 존재’이자 ‘의미 생산자’로 거듭나야 한다. 교사들의 교사로 오랜 세월 활동해 온 수마라 교수는 이러한 문학적 활동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다고 여겨왔던 상식과 진리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문학이 공교육 안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문학은 우리에게 ‘왜 사랑하게 되었는가?’, ‘상실은 무엇을 남기는가?’,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것은 삶을 다시 쓰게 하고,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문학이 지닌 오래된 힘과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수마라 교수의 이 책은, 속도와 효율이 중심이 된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도 문학이 여전히, 아니 도리어 더욱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AI에게 의지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팽팽해지고 있는 지금,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문학을 읽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출처: 「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 출판사 노르웨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