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천도서(25.3~)/2025-10

10월의 추천도서 (4606)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 2025. 10. 12. 10:00

 

 

 

 

1. 책소개

 

 

 

머물지 않는 구름을 따라, 헤세가 좇아간 고독과 갈망
그 마음과 삶의 순례를 담은 산문 선집

 

노벨상 수상 작가이자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유독 구름을 오래, 또 깊이 바라본 시인만의 애착과 감각이 새겨져 있는 선집이다. 헤세에게 ‘구름’은 하늘과 땅 사이를 떠돌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모든 그리움과 갈망의 은유였다. 헤세가 몰두한 구름의 이미지는 “신의 하늘과 가련한 땅 사이에서 떠도는” 물질이자 “영원한 방랑의 상징”이었다. 늘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여겼던 헤세는 구름 속에서 자신과 닮은 고독과 불안을 발견했다. 그는 구름의 순례자가 되어 세상과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와 치욕을 안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내가 보았고 내가 했고 내가 겪었던 모든 것이 / 저 높은 구름 행렬 속에서 함께 흘러가네.” 구름은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 잠시나마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무상함을 주었다. “너희 방랑자들이여!-우리 또한 방랑자이니.” 이 부름에는 부드러운 동경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잃어버린 시간을 향한 절박함이 스며 있다. “형태도 머무름도 없는” 구름은 헤세의 또 다른 자아였다. 구름은 그의 이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떠도는 존재로서 인간의 한계를 넘고 영원과 맞닿는다. 구름 덕분에 하늘은 끝없는 허공이 아니라 땅과 이어지는 무대가 되고, 지상의 물질을 머리 위 높은 상공으로 끌어올리며 땅에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하늘을 향한 그리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자연에서 구름의 역할은 예술에서 날개 달린 존재들, 즉 천사와 천재들이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 스러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몸을 지녔으나 날개를 펴고 중력에 저항하는 존재들이다.” 지상과 하늘 사이를 오가는 덧없고 변덕스러운 구름은, 더 높은 차원의 존재와 같이 순간의 아름다움으로 현현하며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예술로 재현된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구름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든 이들이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순례자에게 그리움을 일깨우”는 “창백한 은빛”에 젖어들게 할 것이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헤르만 헤세

 

1877년 7월 2일, 독일 뷔르템베르크주 칼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요하네스 헤세는 선교사였고, 어머니 마리 군데르트는 저명한 인도학자이자 선교사의 딸이었다. 1904년 첫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고 연이어 대표작 『수레바퀴 아래서』를 발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듬해 『데미안』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고, 이후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품들을 써냈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작품이 독일에서 출판 금지되었으나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46년에 재개되었고 그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두 번의 전쟁, 세 번의 결혼을 경험하며 정원과 화폭을 벗 삼았던 헤세는 1962년 8월 9일, 스위스 루가노주 몬타뇰라에서 85세로 생을 마감했다.

 

출처:본문중에서

 

 

 

 

3. 책속으로

 

바람이여, 물결이여, 구름이여, 형태도 머무름도 없는
너희는 본질적으로 우리와 닮았으니,
우리 방랑자들, 우리 닻 없는 항해자들을 닮았으니.
너희는 같으면서도 다르고,
갈망으로 가득하면서도 목표가 없고,
온통 열망과 의지의 덩어리이면서도 끝없는 유희로구나.
우리는 너희를 낯선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네.
너희는 속삭이네, 어떤 입술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_20쪽

구름은 하늘과 땅 모두에 속하는 존재로서 모든 인간적 그리움의 아름다운 은유처럼 신의 하늘과 가련한 땅 사이에서 떠돈다. 더럽혀진 영혼이 순수한 하늘에 안기고 싶은 대지의 꿈과 같다. 구름은 영원한 방랑의 상징이자, 끊임없는 탐색과 갈망, 집을 향한 그리움의 상징이다. 땅과 하늘 사이에 그렇게 불안스레 머뭇거리며 갈망하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반항적으로 걸려 있는 구름처럼 인간의 영혼 또한 시간과 영원 사이에 불안스레 머뭇거리며 갈망하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반항적으로 걸려 있다. _22쪽

실제로 구름은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하면서 날아갔고, 가수인 동시에 노래 그 자체였다. _52쪽

기나긴 여정에서
방랑자의 모든 슬픔과 기쁨을
헤아리지 못한 사람은
구름을 이해하지 못하리. _83쪽

내 머리 위로 수천수만 년 이어져 온, 아득히 넓고 이글거리는 하늘이 파랗게 펼쳐져 있다. 구름은 태곳적의 신성한 윤무를 추듯 흘러가고, 고요한 산들은 담대하고 변함없이 서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웅대한 풍경 옆에 그렇게 하찮은 인간사와 인간 걱정이 나란히 존재할 수 있을까! 안 될 말이다. 그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하찮은 것들이 사라지듯 그건 이미 사라졌다. 그래서 전설이 되고 꿈이 되고 이해할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개별자가 아니다. 인격도 아니고, 불안스레 자기만의 울타리를 치고 세상과 구분 짓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대지의 아이일 뿐이다. 나만의 생각과 소망, 걱정 없이 그저 공기와 물, 구름과 파도라는 더 크고 풍요로운 삶에 몸을 맡긴 대지의 아이일 뿐. _106쪽

구름이 찢긴다. 이글거리는 하늘에서 햇빛이
눈부신 계곡 위로 길을 잃고 비틀거린다.
푄 폭풍에 휩쓸려
나는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구름 낀 삶을 지나왔다.
오, 언제든 한순간이라도 좋으니
폭풍이 자비를 베풀어 영원한 빛과
나 사이의 잿빛 안개를 몰아내 주었으면! _114쪽

잠시 후 그중 한 명이 기억을 더듬어 시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다음 대목을 찾아 약간 뜸을 들이기도 했지만, 결국엔 시 한 편을 끝까지 읊었다. 짧은 시였다. 나는 두 구절을 단순히 흥얼거리는 노래로만 듣지 않고 단어 하나하나를 모두 알아들었다. 내 시였다. 구름을 주제로 한 시였는데, 정작 시를 지은 나조차 더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였다. 소년은 노래하듯이, 조금은 장중하게 시를 읊었다. 근 오십 년 전에 내가 쓴 시를. 친구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낭송이 끝나자 적막이 흘렀다. 얼굴을 보려고 내가 몸을 돌렸을 때 아이들은 이미 산으로 올라가고 없었다. 이렇듯, 내가 근 반세기 전에 쓴 시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소년의 입을 통해 나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_126쪽

그러다 어디선가 어떤 기류가 짙은 안개 속에 구멍을 내고 흩어지는 구름을 조각조각 위로 내몰면서 하나의 문이, 하나의 창문이, 하나의 전망이 열렸다. 눈앞에 갑자기 이 땅의 것이라 믿기지 않는 경이로운 장면이 나타났다. 알트도르퍼와 그뤼네발트 이후로는 좀처럼 그려진 적이 없는, 낙원 같으면서도 종말론적인 풍경이었다. _148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나는 이제 기쁨도 슬픔도 없이 바라보네,
저 너머 영원 속으로 사라지는 행렬을.”

머물지 않는 구름을 따라, 헤세가 좇아간 고독과 갈망


그 마음과 삶의 순례를 담은 산문 선집헤르만 헤세에게 ‘구름’은 하늘과 땅 사이를 떠돌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모든 그리움과 갈망의 은유였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유독 구름을 오래, 또 깊이 바라본 시인 헤세만의 애착과 감각이 새겨져 있는 선집이다. 초기작 『페터 카멘친트』에서부터 만년의 『유리알 유희』에 이르기까지, 헤세가 몰두한 구름의 이미지는 “신의 하늘과 가련한 땅 사이에서 떠도는” 물질이자 “영원한 방랑의 상징”이었다. “축복받은 섬”이자 천사로, “때로는 위협하는 손”과 “바람에 펄럭이는 돛”, “이동하는 두루미 무리”로 모습을 바꾸는 구름의 정체성은 헤세 내면 깊은 곳에 자리했다. 늘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여겼던 헤세는 구름 속에서 자신과 닮은 고독과 불안을 발견했다. “푄 폭풍에 휩쓸려 / 나는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 구름 낀 삶을 지나왔다.” 낯선 땅과 운명의 격랑이 그를 고향에서 떼어내 멀리 떠돌게 했으나, 그는 구름에게 말을 걸며 삶의 거친 단면에 발을 디뎠다. 구름은 그에게 고통과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형제자매이자, 덧없음 속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주는 동반자였다. 그는 구름의 순례자가 되어 세상과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와 치욕을 안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흉터 진 가슴의 오랜 마음의 상처”를 안고 흩어지는 여름 구름의 행렬을 오래도록 좇아가자 “내가 보았고 내가 했고 내가 겪었던 모든 것이 / 저 높은 구름 행렬 속에서 함께 흘러가네.” 구름은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 잠시나마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무상함을 주었다. 알프스의 푄 바람과 함께 몰려오는 격렬한 구름부터, 어린 시절 산 정상에서 처음 마주한 드넓은 하늘까지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구름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든 이들이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순례자에게 그리움을 일깨우”는 “창백한 은빛”에 젖어들게 할 것이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에 묻노니,
너희의 희망은 무엇이고, 너희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향해 흐르는 하늘의 그림자,
구름과 함께 영원의 문턱에 다다른 헤세의 여정

헤세의 시선에 담긴 구름에는 소년 시절의 상실, 방랑자의 지친 발걸음, 계절이 가을로 기울며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헤세는 고통과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는 인물이었다. 그는 삶에 초연하지 않았고, 매 순간 고뇌의 끝에 구름을 두었다. “너희 방랑자들이여!-우리 또한 방랑자이니.” 이 부름에는 부드러운 동경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잃어버린 시간을 향한 절박함이 스며 있다. “형태도 머무름도 없는” 구름은 헤세의 또 다른 자아였다. 폭풍 같은 세월을 버텨 온 헤세는 구름을 통해 자신을 초월적 차원, 즉 바람(wish) 너머의 궁극적 존재와 연결하려 했다. “나는 대지의 아이일 뿐이다. 나만의 생각과 소망, 걱정 없이 그저 공기와 물, 구름과 파도라는 더 크고 풍요로운 삶에 몸을 맡긴 대지의 아이일 뿐.” 몸과 마음을 자연과 흐름, 영원 속에 맡기는 순간 헤세는 자신의 초월적 세계를 구름에서 발견한다. 구름은 그의 이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떠도는 존재로서 인간의 한계를 넘고 영원과 맞닿는다. 구름과 함께 흘러가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며, 떠돌이로서 맞닥뜨린 풍랑을 거쳐 간 헤세는 마침내 그가 기거할 세계와 존재를 깨닫는다. “그렇게 나의 삶도 시간 속을 속절없이 흘러 / 곧 잦아들다가 은밀히 / 그리움과 영원의 나라에 닿으리.” 구름과 바람, 하늘과 대지 사이에 헤세가 몸을 맡길 때, 우리는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그리움과 영원에 대한 감각을 포착할 것이다.

“실제로 구름은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하면서 날아갔고, 가수인 동시에 노래 그 자체였다.”

하늘과 땅을 잇는 무대 위에서
고향 없는 예술가, 구름이 부르는 예술의 변주곡

헤세에게 구름은 찰나의 예술성이었다. “내가 볼 때, 구름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드는 건 바로 그 움직임이다. 우리 눈에 죽은 공간으로 비치는 하늘에서 거리감과 크기, 공간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구름이다.” 구름 덕분에 하늘은 끝없는 허공이 아니라 땅과 이어지는 무대가 되고, 지상의 물질을 머리 위 높은 상공으로 끌어올리며 땅에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하늘을 향한 그리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자연에서 구름의 역할은 예술에서 날개 달린 존재들, 즉 천사와 천재들이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 스러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몸을 지녔으나 날개를 펴고 중력에 저항하는 존재들이다.” 지상과 하늘 사이를 오가는 덧없고 변덕스러운 구름은, 더 높은 차원의 존재와 같이 순간의 아름다움으로 현현하며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예술로 재현된다. “그때 문득 구름 틈새에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나와 / 눈먼 무無에서 세계의 깊이를 끌어내고, / 그것은 창조의 힘으로 (…) 빛줄기는 싹트는 가능성을 둘로 가르고 / 깜짝 놀란 세계는 빛나게 불타오른다.” 순간순간 변화하며 시선이 닿지 않는 먼 곳까지 흘러가는 구름의 신비로움은 인간의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세상의 형언할 수 없는 질서를 드러낸다. 구름의 유동적인 움직임과 형태는 시각적 리듬을 만들고,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는 현실과 이상을 잇는다. “그 시절 구름에서 배운 것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형태, 색채, 특징, 유희, 윤무, 춤, 휴식, 그리고 구름이 들려준 지상과 하늘의 기묘한 이야기를…….” 구름은 고향 없는 예술가로서 인간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진실을 대신 노래했다. 헤세가 느낀 구름의 이상과 환상은 우리에게도 스며들어, 시선이 스치는 순간의 구름조차 한 폭의 예술로 다가온다.

 

출처: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출판사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