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추천도서 (4608) 시 쓰기 안내서
1. 책소개
“결국 시는 단어들의 집합이 아니라 추위에 떠는 이들을 위한 불이며,
길 잃은 이들에게 내려진 밧줄이며, 굶주린 자들의 주머니 속 빵처럼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어 무수한 독자를 위로해온 「기러기」의 시인,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한강, 김연수, 김소연, 이제니 등 수많은 문인들이 아껴 읽은 메리 올리버의 『시 쓰기 안내서』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된다. 꾸밈없는 시적 언어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외해온 시인의 창작 비밀이 담긴 책으로, 시를 쓰고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이끄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배울 수 있고, 배워야만 하는 건 아주 많다.
이 책에는 그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다”
『시 쓰기 안내서』는 정직한 제목처럼 시어의 소리, 시에서 행 나누기의 효과, 시적 형식, 어조, 이미지, 고쳐쓰기에 이르기까지 시 창작의 모든 과정에 대해 자상하면서도 엄정한 가르침을 전하는 책이다. 메리 올리버는 이 책에서 시인으로서뿐 아니라 교사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증명한다. 윌리엄 워즈워스와 월트 휘트먼, 에밀리 디킨슨 등 그에게 시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영미 시인들의 시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시 쓰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적인 조언과 더불어, 그보다 폭넓은 문학과 예술 전반에 대한 마음가짐을 아우른다.
“시란 태도이며 기도이다.
시는 종이 위에서 노래하고, 그 노래는 종이 밖으로 울려 퍼진다”
이 책은 시 쓰기를 꿈꾸는 이들이 창작의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시를 읽는 사람들까지 따뜻하게 환영하고자 쓰였다. 시가 태어나는 과정, 시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시인이 쏟는 시간과 노력을 이해함으로써 독자 또한 마침내 ‘시’라는 경이로운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책에 담긴 메리 올리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독자는 사랑하는 시인을 문학적 스승이자 벗으로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한다. 시를 아끼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메리 올리버의 초대장과 같은 책이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메리 올리버
시인. 193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963년 첫 시집 『여행하지 않고No Voyage and Other Poems』를 출간했다. 1984년 『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로 퓰리처상을, 1992년 시선집 『기러기』로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서른 권이 넘는 시집과 산문집을 낸 메리 올리버는 예술가들의 고장 프로빈스타운에서 날마다 숲과 바닷가를 거닐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시를 쓰면서 소박한 삶을 살았다. 2015년 플로리다주로 거처를 옮긴 그는 2019년 1월 17일, 여든세 살을 일기로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으로 돌아갔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시작하는 말
준비
시 읽기
모방
소리
소리의 또 다른 장치들
행
몇 가지 주어진 형식
자유로운 시
어법, 어조, 목소리
이미지
고쳐 쓰기
창작 교실과 고독
맺는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메리 올리버를 향한 찬사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시인은 학교에서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존재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화가나 조각가, 음악가도 매한가지다. 본질적인 것들은 가르칠 수 없고 그저 주어지거나 스스로 얻는다. 다음 사람을 위해 분해하여 새로 조립할 수 없는 신비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그럼에도 화가나 조각가, 음악가는 자기 분야의 현대적 이론들과 기법들은 물론 과거 역사와도 활발히 접해야 한다. 시인도 그렇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배울 수 있고 배워야만 하는 건 아주 많다.
이 책에는 그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다.
-9쪽
시는 강물이며, 수많은 목소리가 그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물결의 신명 나는 일렁임을 타고 움직인다. 어떤 시도 영원하지 않다. 모든 시는 역사적 맥락 속에 도착하고, 종내는 거의 다 사라진다. 하지만 시를 쓰고자 하는 갈망, 그리고 기꺼이 시를 받아들이는-아니, 시를 필요로 하는-세상, 이 두 가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이 초록빛 유한한 세상에서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문고리를 들어 올려 위대한 천국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자신의 작품만이 아니라 ‘모든’ 시라면, 그 사람은 시적 감수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시적 감수성은 저자라는 사실과 무관한 감사, 자아의 경계를 넘어선 열정과 갈망을 일컫는 말이다.
-19~20쪽
시는 하나의 순간이다. 세상에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주목하는 하나의 순간.
─104쪽
시인은 단지 시를 쓰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자신이 시의 주제로 삼은 세계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어떤 시가 얄팍하고 빈약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시인의 어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꽃들 사이에 오래 머물지 않아서, 그래서 그 꽃들을 새롭고 흥미롭고 유효한 방식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41~142쪽
문학은 단순히 단어들의 집합이 아니며, 관념의 집합도 아니다. 삶 전체를 반영하며, 그것에 대해 보고하고 질문하는 하나의 형식적 구성물이다. 그리고 시의 힘은 정신적 탐구와 비유적 언어에서 나온다-그것은 세상의 진흙과 나뭇잎이다. 진흙과 나뭇잎, 그리고 물고기와 장미, 꿀벌이 없다면 시는 중얼거림만큼이나 무미건조할 것이다.
-156쪽
나는 수백 년 뒤 먼 나라에서 태어날 어떤 낯선 이를 위해 시를 쓴다는 말을 즐겨 한다. 이 생각은 특히 시를 고쳐 쓸 때 아주 유용하다. 시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반드시 페이지 위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한 시를 써야 한다-강을 헤엄치는 시, 산을 오르는 시. 시가 잘 쓰였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시가 아니라 깊이 숨 쉬고 생동하는 자족적인 시다. 시는 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땅을 여행하는 나그네처럼 자기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지니고 있어야 한다.
-159쪽
운동선수들은 몸을 잘 관리한다. 작가 역시 시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감수성을 잘 돌보아야 한다. 책, 다른 예술, 역사, 철학, 그리고 신성함과 즐거움에 자양분이 있다. 손으로 하는 정직한 노동에도 있다(학문적 삶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초록의 세계-사람들, 동물들, 심지어 나무들에도(나무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있다. 활기차고 탐구적인 마음, 연민과 호기심, 분노, 음악이나 감정이 가득한 마음도 시의 가능성으로 충만하다. 시는 삶을 소중히 여기는 힘이다. 그리고 시는 하나의 비전을, 구식 표현을 쓰자면 믿음을 요구한다. 정말 그렇다. 왜냐하면 결국 시는 단어들의 집합이 아니라 추위에 떠는 이들을 위한 불이며, 길 잃은 이들에게 내려진 밧줄이며, 굶주린 자들의 주머니 속 빵처럼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172~173쪽
출처: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