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추천도서(22.3~23.2)/2023-01

1월의 추천도서 (3608)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 2023. 1. 17. 10:00

1. 책소개

 

 

폭탄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 한복판에서
그들이 택한 것은 자원봉사였다.

 

“내 주변 어느 누구도 지금처럼 전쟁이 진행될 거라 예상하지 못 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 사는 자원봉사자 안드레이의 말이다. 하르키우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시로 매일 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 가족들을 자동차에 태워 급히 해외로 피신시킨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한 거점과 중고차, 그리고 방탄조끼와 헬멧을 구하는 일이었다. 전쟁의 참상이 잊힌 지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줄어가고 있다.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국제 사회의 더 큰 관심사다. 국제 구호 기구의 손이 닿지 않는 수많은 사각지대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숨은 영웅,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죽음 앞에서, 위험한 잔해 속에서, 자국 정부의 위협 앞에서 이들은 왜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나?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 이들의 발을 묶고 있나? 이들의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안드레이 클류치코, 테탸나 부리아노바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프롤로그 ;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의 편지

1 _ 하르키우의 안드레이 ; 방탄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전쟁은 갑자기 찾아왔다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들에게 닿아야 한다
방탄조끼와 헬멧

2 _ 체르니히우의 테탸나 ; 레이브 톨로카
잔해로 뒤덮인 마을
우리의 삶은 파티였다
지역을 바꾸는 봉사

3 _ 부다페스트의 나스차 ; 우크라이나를 돕는 러시아인
매일 밤 나는 기차역에 나갔다
국경 없는 교실의 아이들
지원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러시아인, 마음의 벽을 허물다
훈헬프로 도착한 메시지들

4 _ 키이우의 올레나 ; 헌혈은 또 하나의 방어선이다
헌혈, 문화가 되다
우리의 후방 지원은 멈추지 않는다
국제적인 헌혈 네트워크를 향해

5 _ 드미트로와 아르촘 ; 푸른 눈 뒤에 펼쳐진 세상
전쟁 지역의 아이들
렌즈 너머의 순수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에필로그 ; 이름 모를 누군가가 될 수 있기를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인내하는 사람들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우리에게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 상황을 이겨낼 의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 그것이 곧 도시의 방어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p.21.

“우리가 돕는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중략)... 게다가 그분들의 삶을 알면 알수록 감정을 추스르는 게 어려워졌다. 걱정과 슬픔이 밀려오면 집중력을 잃게 되고 초점과 통제력, 안정감을 잃게 된다. 이 일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만 생각하려고 했다. 기계적이고 신속하게.” p.27

“대체로 민간인들이 도시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게 되는 이유는 폭탄의 파편 조각을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보통 헬멧을 쓰거나 방탄조끼를 입고 이동한다. 나 역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우선적으로 한 일이 헬멧과 방탄조끼를 구하는 것이었다. 처음 그것을 입었을 때의 기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밖에 이동할 때 훨씬 더 안심된다는 것이다.” p.31

“전쟁이 일어나기 전 우리의 삶은 테크노, 음악 페스티벌, 레이브 등의 이벤트로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삶은 오로지 자원봉사로 가득하다. ...(중략)... 테크노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청소를 하는데 마치 예전 삶으로 돌아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은 매우 지쳐있고 몸과 마음도 몹시 힘들다. 우리가 방문하는 현장 역시 참혹하다. 하지만 함께 와준 자원봉사자 모두 즐겁고 희망차 보였다.” p.44-46

“매일 밤 기차역에 나갔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역에서 당직을 섰다. 피난민들이 안전한 잠자리를 구하기 가장 어려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상당히 추운 겨울이었다. 역에는 몹시 지친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했고 그들을 발견하는 대로 픽업해 아파트와 호텔에 데려다줬다.” p.60

“부다페스트는 아무래도 대도시이다 보니 난민들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할 거다. 다만 헝가리 지방 지역에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걱정되어 시작하게 됐다. ...(중략)... 현재 열 명의 자원봉사자가 나와 함께 일하고 있고 우리에게 온 우리에게 온 도움 요청은 1000건이 넘는다. 이게 바로 사회 시스템의 사각지대다.” p.70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러시아인들은 직접 우크라이나인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진 말을 듣지 않을지, 도움을 거절하진 않을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엔 그런 것이 없다. 온라인상으로는 모두 서로 증오하고 욕하고 모진 말을 내뱉지만, 사실 온라인은 현실의 일그러진 거울이다. 현실에는 오로지 ‘도움’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밖에 없다.” p.74

“자원봉사자의 생애 가치는 봉사자 개개인이 짊어지는 의무와 반비례하여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개개인에게 지워지는 의무가 늘면 늘수록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려면 젠가 게임처럼 의무를 분산해야 한다. 블록 하나가 빠지더라도 무너지지 않게 말이다.” p.92

“아이들은 비극을 담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에 해방된 마을이고, 전투 및 점령 과정에서 모두가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을 텐데, 아이들은 이를 다른 감정으로, 다른 피사체로, 다른 시각으로 담아내는 것 같았다. 전쟁의 틈바귀에서도 피어난 꽃을, 평온한 일상을, 서로의 웃는 얼굴을 담아냈다.” p.103

“러시아군으로부터 해방된 모든 지역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해방되지 않았더라도 전선에 인접한 지역들에 사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명하고 싶다. 아이들은 미래의 눈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눈으로 본 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다.” p.108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봉사를 이어 가는 민간 자원봉사자 여섯 명을 화상으로, 서면으로 만났다. 위험 지역에서 방탄조끼를 입고 사람을 구출하고, 전후 재건을 돕고, 인접 국가에서 난민을 보호하고, 헌혈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아이들의 꿈을 되찾아 주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2022년 하반기 북저널리즘의 이현구, 정원진 에디터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일대의 긴장감이 고조되던 때를 기억한다. 누구도 러시아가 쉽게 현상 변경을 시도하리라 생각지 못했다. 뉴스로 전해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얼굴은 밝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꾼 세계의 풍경은 참혹했다. 그 최전선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이 가장 먼저 부순 것은 세계 경제도, 천연가스도, 곡물도 아닌 우크라이나 곳곳의 건물 지붕이었다. 군사·안보 분야의 현대화조차 민간인의 피해를 막지 못했다. 내전 일색의 중동에서 몇십 년간 숱한 민간인의 사망을 목도하면서도 자국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쟁을 바라보지 못했던 대가는 뼈아팠다.

침공 초만 해도 세계는 전쟁의 참상을 다뤘다. 그 문제가 ‘나’와 ‘우리나라’의 문제로 도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키이우에 쏟아지는 미사일에 세계는 경악했고 지도자들은 확전을 우려했으며 온·오프라인에선 수많은 사람이 반전 시위와 함께 연대 의사를 표시했다. 전쟁의 경과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하던 세계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얘기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론전에 실패했지만 인지전에선 일부 성공을 거둔 모양새다. 전쟁은 어느덧 거시 환경의 하나로 표현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은 잊혔다. 세계는 어쩌면 거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르키우의 자원봉사자 안드레이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한다. 잔인한 폭격과 군대의 영웅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던 침공 초기, 누구도 자원봉사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군대과 정부, 국제 기구가 돌보지 못한 곳에는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화상 회의로 만난 안드레이는 전쟁을 겪은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했다. 그 침착함이 비단 그의 성정이 아니라, 전쟁을 이겨내고 봉사를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태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리페어투게더의 테탸나에게서도, 꼭 아이들처럼 순수해 보였던 드미트로와 아르촘에게서도, 알 수 없는 담담함과 초연함이 느껴졌다.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눈 나스차와 올레나는 투사이자 프로다. 서면이었지만 강인한 의지와 확신이 전해졌다. 이들은 자신보다 더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끌어안고 전쟁의 무게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이 됐다.

인도주의와 애국심은 이들을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다. 이들은 인내하는 자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전쟁이 인재(人災)라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일 것이라는 희망이 솟았다. 흔히 국제 정치 이론에서 주요 행위자라 말하는 ‘정책 결정자’나 여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구조적 사고를 벗어나 현실로 눈을 돌리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이 전쟁을 인내하며 희생하는 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이들의 얼굴을 하지 않았지만 이들을 세상에 소개해야 했다. 모두가 지쳐도 지칠 수 없는 사람들, 세계가 시선과 지원을 거두어도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가 전쟁을 잊은 한국에 작은 경종을 울리길 희망한다.

 

출처: 스리체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