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추천도서(22.3~23.2)/2023-01

1월의 추천도서 (3599) 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

'-') 2023. 1. 8. 10:00

1. 책소개

 

 

역사에서 여성이 주체가 된 기록은 드물고, 기록된 경우도 그녀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아내나 딸, 남편의 직위로만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역사는 왜 여자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나?’ 또 ‘기록에서 이름을 지웠다고 그녀들의 존재를 지울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3,000여 편의 문헌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본모습을 소환한다.
현모양처, 순종과 내조에 대한 오해, 종을 부리기만 할 거라 생각했던 양반 여성들이 실제 노동에 바친 시간과 노동 강도, 글을 공부한 여자들의 속사정, 열녀와 정절에 대한 진실, 규문 밖을 넘나들었던 조선시대 양반 여자들의 실제 활약상까지.
고전문학과 한국학, 젠더와 감성 연구를 해온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교수 최기숙 저자는 기록의 행간과 이면을 분석, 해석 하여 날것 그대로의 조선시대 여성을 세상에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역사 기록의 주체가 될 수 없어, 남성들이 기록한 그녀들에 대한 오해와 이면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최기숙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문학과 한국학, 젠더와 감성 연구를 한다. 영역을 횡단하며 글을 쓰는 창의활동가를 지향한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고전문학의 역할과 연결성을 탐구한다. 젠더, 연령, 신분 등의 차이가 규정하는 소수문화, 하위주체의 문화적 실천에 대해 성찰적 시각에서 아이디어 디자인을 한다.
저서로 『계류자들』(2022), Classic Korean Tales with Commentaries (2018), 『처녀귀신』(2011) 등이 있고, 『일곱 시선으로 들여다본 〈기생충〉의 미학』(2021), Bonjour Pansori! (2017), 『集體情感的譜系』(2018), 『韓國, 朝鮮の美を讀む』(2021), Impagination (2021) 등의 공저를 서울, 파리, 타이페이, 도쿄, 베를린에서 출간했다. 「조선시대(17세기-20세기 초) 壽序의 문예적 전통과 壽宴 문화」(2012), 「신자유주의와 마음의 고고학」(2014), 「고통의 감수성과 희망의 윤리」(2015), 「텍스트의 힘과 이야기의 형이상학」(2020), 「말한다는 것, 이른바 ‘왈(曰)’을 둘러싼 한글 소설 향유층의 의사소통 이해와 실천」(2021), 「여종의 젖과 눈물, 로봇-종의 팔다리: ‘사회적 신체’로서의 노비 정체성과 신분제의 역설」(2022) 외 다수의 논문을 썼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역사 속 여성은 투명 인간이 아니다

1장 호칭: 여성을 부르는 사회적 약속
사회는 여성을 어떻게 부르고 있나? / 정경부인에서 여걸까지, 여성의 사회적 호칭 / 성품과 자질에 성차性差가 있을까? / 세속 부인과 다르다는 말은 칭찬인가, 비하인가? / 남자보다 나은 여자는 더욱 남자답다?

2장 아내: 현모양처는 없다
아내의 역할은 내조? / 청렴은 부부 공통의 생활윤리 / 돕는 아내 이상을 뜻하는 현부 / 아내는 지기이자 솔메이트 / 남편의 스승이자 멘토, 리더였던 아내 / 나를 품어준 아내는 헌신한 건가, 착취당한 건가? / 협력하는 공인 아내

3장 노동: 일한 것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는 딜레마
신분과 상관없이 언제나 일하고 있는 여성 / 봉양은 돌봄 노동 / 일해도 일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그림자 노동 / 힘든 내색 않는 어진 여자의 아이러니 / 양반여성이 하면 여공, 여종이 하면 일이 되는 노동 현장에서 / 타고난 게 아니라 ‘배우고 익힌’ 결과 / 가정 관리와 가계 경영의 전문가 / 가정을 넘어 마을과 사회까지 돌보는 여성 /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했던 영혼 노동 / 여성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구조, 이에 따른 어휘적 결핍과 오류

4장 문자: 여성 문해력의 진실
여성은 정말 글을 몰랐을까? / 여성은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 여성은 언제, 누구에게서, 어떻게 글을 배웠나? / 언문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다 / 한문 서적을 읽으며 지적 토론과 학문 활동을 하다 / 왜 글을 읽을 줄 알면서 아는 척하기를 꺼렸을까? / 읽고 외는 대신 듣고 외며 공부하다 / 구술 청취로 남은 기록의 현장성

5장 생명 정치: 여성의 생명 권리를 앗아간 사회
섹슈얼리티의 생명 정치를 다시 보다 / 열녀의 탄생 과정과 배경 / 시선의 그물망 속에 갇힌 미망인의 삶 / 왜 즐기며 행복하게 살 마땅한 권리가 없었나?

6장 평판: 사회 감시망 속 소문과 평판
양반 여성의 삶은 문지방을 넘어서지 않는다? / 규문 안팎을 넘나든 여성의 존재감 / 양반 여성의 사회적 관계망과 평판 형성 / 사회적 감시와 인정 구조 속 평판이라는 딜레마 / 여성 평판의 역설

문서 기록의 행간과 이면의 그림자‘들’

일러두기 / 부록 / 주註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기록된 것의 비중대로 역사와 삶을 이해하면,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 스스로 무언가를 기록할 기회와 권한이 없는 이들은 그저 투명 인간이 되고 만다. 그런데 정작 역사를 투명하게 만드는 힘은 과거의 제도나 이념의 한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실재하는 생각과 관점에서 발휘되는 건 아닐까? -9쪽

여사, 여중군자, 군자, 여걸, 임하풍 등의 호칭과 단어는 여성의 정체성을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가족 관계 역할로 한정하지 않는다. 삶을 대하는 여성의 태도와 지향에 정체성을 부여한 사회적, 역사적 호칭이다. 여성의 인격, 지향하는 바, 가치관을 인정하고 정체성으로 부여하는 ‘인정 구조’가 실재했다. -29쪽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호칭은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남성에 미치지 못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반복 재생산했다. 이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을 평가하는 주체가 ‘양반’, ‘남성’이라는 이중의 필터를 거쳤기 때문이다. 남성의 언어로 여성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남성 필자들은 여성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여성의 의지나 욕망, 지향은 무엇인지 대한 총체적인 관심과 섬세한 배려가 없었다. 남성이 삶에서 비교하고 참조한 대상은 역사와 현재의 남성이지 과거와 현재의 여성이 아니다. 남성의 시선 너머로 인간과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여성의 삶을 여성 주체의 관점으로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다. -47쪽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아내는 남편의 명에 무조건 순종하는 보조자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인격 수양을 하는 모범적인 사대부가 스스로를 완벽하다 여기며 자기 의견에 아내가 무조건 복종하도록 요구하겠는가? 부부 사이에는 이해와 배려, 공감이 있기에, 지혜롭고 통찰력이 뛰어난 아내를 존경하고 의지한 남편도 많았다. -52쪽

내조라는 단어가 여성 자질과 역량을 표현하는 대표어가 될 경우, 이는 이중 위험과 모순을 갖게 된다. 첫째, 여성의 자질과 역량을 혼인가정이라는 사회 단위로만 평가하게 된다. ‘그 밖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상상력을 차단한다. 둘째, 도움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바에 따라, 여성적 힘과 자질을 오직 남성의 역량강화를 위한 보조자로 한정하게 된다. 실재했던 여성의 역할과 실천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다. -53쪽

현모양처라는 표현은 여성이 실제로 수행한 일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어머니와 아내를 넘어서는 다양한 여성의 역할이 있었고, 결혼 이전에도 그랬다. 현모양처라는 용어는 여성의 가치를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로 한정해 그 밖의 다양한 영역과 몫이 마치 없는 것처럼 여기도록 하는 게 문제다. -60쪽

조선후기 생애 성찰적 글쓰기 중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구체적으로는 아내가 남편에게 훈계하고 조언한 사례가 있다. 남편이 정치적 고민에 빠졌을 때, 아내가 상의해 주고 혜안을 제시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가치관, 사회적 관계, 학문적 경향, 정치적 처신을 충고했다. 부부가 평등하게 소통했고, 때로는 아내가 남편보다 지성, 감성, 통찰의 우위에 있어서, 남편의 멘토처럼 처신했다. 아내가 남편의 앞길을 인도하고 전망을 제시한 리더십의 정황도 보인다. -66쪽

내조란 남성적 시선에서 자신에게 유익한 아내의 행위를 해석한 단어다. 아내는 남편이 외적으로 성취하는 것은 물론, 내적 삶의 방향에 대해서까지 섬세하게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지와 격려라는 여성의 감성적 역할은 인생관과 철학이라는 이성과 성찰적 영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것을 인정하려면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역량을 근본적 차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84쪽

조선시대 양반가의 가사 노동을 모두 종이 했을 거라는 생각도 사실과 다르다. 조선시대는 신분제 사회이고 양반가에는 종이 있었으며, 집 안팎에서 신체 쓰는 일을 종이 다했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생애사 글쓰기를 보면, 빈부와 상관없이 양반 여성은 일생 동안 언제나 일하고 있다. -89쪽

조선시대 양반 여성이 집안에서 한 일에는 모든 단계가 포함된다. 가족을 위한 음식 조리, 의복 만들기와 침구 장만(그 재료를 만드는 길쌈을 포함), 청소, 정리 정돈, 세탁, 수유, 양육, 간호, 간병, 임종, 상장례, 호스피스, 책 읽어드리기에 이르기까지 양반 여성이 한 노동의 범주는 광범위하다. 그중에서도 돌봄 노동의 비중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에 대한 기록이 많아서다. 돌봄 노동이 자발적 속성을 지니기에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모성을 여성의 본성으로 여겨서 수유나 양육을 모성의 발로로 이해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98쪽

오늘날 여성의 돌봄 노동은 어머니가 수행할 때는 숭고한 사랑이지만, 인력을 고용해 비용을 지불하면 저임금, 비숙련 노동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정황은 놀랍게도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노동 구조에도 적용된다. 양반 여성의 간병이나 양육은 공경과 정성을 다한 ‘어짊(賢: 훌륭함)’의 징표가 되지만, 같은 일을 여종이 했을 때는 그저 당연한 의무로 여겼다. 대체로 여종에게는 정성, 진정성, 눈물, 영혼을 원하지 않았다. -102쪽

여성이 집에서 하는 일은 여공이라고 했다. 한자로 女工, 女功, 女紅 등으로 적었다. 여직(女職)이라고도 했는데, 양반가 여성이나 일종의 전문직 여성인 궁녀에게 썼으며, 종에게는 쓰지 않았다. 같은 일이라도 종이 하면 일(노동)이지만, 양반 여성이 하면 여공 또는 직분으로 여겼다. 신분적 위계에 따라 수사학적 이중 구조가 작동했다. 이것이 딜레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양반과 종이 같은 일을 했다. -104쪽

양반 여성의 일상을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할 때, 가장 큰 특징은 ‘영혼 노동’의 성격이다. 양반 여성의 결혼 생활에 대해 서술할 때는 반드시 공경, 존경, 삼감, 정성, 진정성 등 태도와 품성에 관련된 수식이 함께 놓인다. 시부모와 남편에게 말할 때, 밥상을 올릴 때, 제사와 상장례를 치를 때, 반드시 정성스럽게 공경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예의범절을 갖춘 게 아니라 영혼으로부터 우러나는 진정성을 요구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여성의 진심을 알고 평가했을까? -133쪽

실제로 가족의 공간과 가사를 생산이 아닌 재생산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 돌봄 노동이 시장에 의해 더욱 쉽게 착취당하는 요인이라고 보기도 한다. 가정에서 수행되는 각종 노동을 재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가 질문하지 않고 당연시하는데, 여기에 당사자 여성이 문제 제기하거나 회의를 느낄 때, 바로 그 여성을 문제시하는 사회는 과연 정당한가? 오늘날 사회에서 여성은 집 안팎의 노동 현장에서 충분히 성과와 경력을 인정받고 있는가?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통로라는 것이 지금은 과연 존재하고 있는가? -148쪽

현대인의 조선시대 역사와 전통, 문화나 문학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은 양반 남성이 한자로 기록한 문헌에 의존하고 있다. 문자는 역사를 축적하는 가장 유력한 도구인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여성은 문자 생활과 활동의 주체로 간주되지 않았는데, 이는 성별, 신분, 공적 활동이라는 조건이 작용한 결과다. 즉 역사 기록에 여성의 언문 기록물과 구술 청취, 경험과 감성의 영역이 배제된 것이다. 누가 어떻게 기록하는가의 문제는 기록된 결과의 의미와 질, 정치성과 역사성을 결정한다. 당연히 기록자의 신분, 계층, 성별, 나이, 지역, 문화, 자본, 이념, 성향 등이 반영된다. 문화적 헤게모니로서 문자 문화의 몫을 정확히 측정해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152쪽

여성에게 제약은 있었지만, 문화적, 지성적 소양이 풍부한 분위기 속에서 학식과 교양, 문학적 소양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여성의 문자 교육을 금기시하던 문화적 관습 때문에, 문자를 알아도 적극적으로 격려받지 못했고, 고등 지식 체계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를 익혀 독서하고 글을 썼다. 여성의 독서에 관대한 집안이 있었고, 글쓰기를 허용하거나 묵인해 문장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일부 양반가에서는 총명한 딸을 학문 커뮤니티에 동참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문자 생활을 금기시했지만, 실제로 여성은 다양한 경로로 문자를 익혀 일상에 활용했다. -157쪽

조선시대는 여성의 문자 교육을 금기시했지만, 실제로 여성은 문자 생활을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학적 토론에서 배제하지 않은 집안도 있었다. 친정에서 학문 담론에 참여한 여성은 결혼 후에도 남편과 학문 토론을 했다. 자식의 독서교육도 했다. 김창협 가문과 이덕수(李德壽. 1673~1744) 집안, 선조의 딸인 정명공주가 혼인한 홍주원(洪柱元. 1606~1672) 집안이 대표적이다. -159쪽

여성의 문식력이 권장되지는 않았으나, 문자를 배운 여성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지성과 교양을 드러내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여성의 식견이 중시되었기에 스스로 지성과 교양을 연마했다. 이는 모순적이다. 여자는 문자를 배워도, 독서해도 안 되지만, 가족은 그 식견을 칭찬했고 도움도 받았다. 이런 정황은 여성의 문해력을 둘러싼 모순어법을 생성하게 된다. 한 편의 글에서 여성이 문자를 몰랐다는 내용과 여성이 문자를 알아야 할 수 있는 행위가 나란히 등장한 것이다. 예컨대, ‘글은 모르는데, 취미는 독서’라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이 글을 알았는데, 주변에서 몰랐다’고 쓰는 것이다. -193쪽

조선시대 여성의 언행이 문자화된 기록으로 남은 정황은 적지만, 그 흔적을 찾아 실재했던 역사의 풍성한 현장을 상상적으로 복원할 때 얻게 되는 것은, 사라진 여성의 말, 행동, 지향, 마음, 가치뿐만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삶을 잠식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면, 그것을 떨쳐내 부당하게 가해지는 억압을 제어해야 한다. 그 노하우를 탐구해서 실천해야 하기에, 조선시대 여성 문제는 여전히 현대인의 문제다. -206쪽

조선시대 열녀와 미망인 담론은 남편이 죽은 뒤에 아내는 열의 이념을 지켰고, 이를 사회가 관찰 감시했으며, 생존 당사자가 자기 검열을 한 과정을 보여준다. 남편의 죽음은 여성이 만족과 쾌락을 억제해야 하는 금기 사유가 되었다. 행복이 종료된 것이다. 열녀를 지켜보는 가족과 사회, 공동체와 국가의 시선이 여성의 행로를 규제했다. 여성의 생명은 사회의 보호와 지지 속에서만 가능했고, 그조차 성리학과 가부장제 이념의 틀 속에서 가족 기여적이고 가문 중심적인 길만이 허용되었다. -268쪽

조선시대에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행동 통제와 행위 규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반 여성의 정보는 다양한 경로로 사회화되었다. 여성은 일상생활의 언행, 태도, 감각으로 다층적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했다. 여성의 존재감과 가치는 끊임없이 규문 밖으로 흘러나가 사회로, 역사로 스며들었다. 여성 평판에는 근거 없는 소문이나, 조작된 추문, 흥밋거리의 스캔들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생명을 건 여성의 대응과 저항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일도 있었기에, 명예 회복을 하다가 자결하기도 했다. 정절을 입증하려고 남자 관리 앞에서 맨몸을 보였다가 자결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310쪽

조선시대의 남성 필자들은 여성에 대해 볼 수 있는 만큼 보았고 보이는 대로 적었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다 알 수 없는 법인데, 여성 사후에 글을 쓴 남자들은 이미 죽은 그 여자를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썼다. 바로 그 이유로 기록된 문서들은 그저 절반의 진실이다. -313쪽

여성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여성의 억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사의 자원과 역량에 대한 도저(到底)한 축소이자 왜곡이다.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는 그 힘으로 실재하는 현실 세계를 폭넓게 누릴 자유를 되찾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자 문명사의 흐름이다. -321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름은 존재를 규정하지만, 존재는 이름이 있건 없건 변함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름이란 게 무슨 소용인가?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똑같이 향기로울 게 아닌가?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시선은 달라지기에 이름은 존재를 규정하지만, 존재는 이름이 있건 없건 변함이 없다. 중요한 건 실제 존재다. 하지만 현대인이 역사 속 존재를 이해하려면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기록에는 이름이 남아야 한다.
조선시대 남성들은 능력과 배움을 인정받아 각 분야의 관직에 올랐고, 실질적 힘을 지닌 당파와 학파를 형성해 지식과 권력을 계보화했으며, 설령 정치적, 사상적, 경제적 사유로 이런 일에서 배제되더라도 최소한 자기 이름으로 글을 써서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남편의 직위로만 기록되었다.

역사 기록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그녀들, ‘남성들이 기록한 그녀들’에 대한 오해를 벗겨내다!
조선시대 3000여 편의 문헌 자료를 분석, 해석하여 소환한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본모습!


다행스럽게도 조선시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망자의 생애를 글로 남기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문집 기록은 대부분 양반 남성이 한문으로 썼기에, 자연스럽게 젠더에 대한 이해에 남성 관점이 반영되었고, 이렇게 서술된 여성들이 전형화되었고, 여성은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어머니 같은 형태로만 기록되었다. 기록에서 이름을 지웠다고 그녀들의 진짜 모습도 지울 수 있을까? 이름을 가려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의 행간을 읽어내고 이면을 들여다보면 날것 그대로의 그녀들이 누워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양반 여성에 관한 문헌의 행간과 이면을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성상이 실재했던 삶의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당시 여성의 삶은 더욱 풍부했고, 사회적 실천과 역사에 대한 기여가 훨씬 확장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양반 여성’에 대한 문헌 분석에서 출발했다.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어쩔 수 없이 양반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반 여성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들이 관계 맺은 종, 기생, 첩, 무당, 점쟁이, 이웃집 여인, 양민, 상인, 궁녀, 왕실 여성 등 다른 신분의 여성에 대해서도 파편적으로나마 접근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 실증 자료로 해석하고 복원해낸 조선시대 양반 여성
이들을 이해하려면 문자 이면 너머의 작은 흔적도 깊게 분석하고, 행간과 문맥을 풍부하게 해석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양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실증적 자료에 근거해 해체하고, 해석학적으로 복원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 ‘호칭, 아내, 노동, 문자, 생명 정치, 평판 등’의 키워드로 각 장을 구성했다.

1) ‘호칭’에 따른 여성의 지위와 ‘아내’ 역할에 대한 재조명
현모양처, 순종과 내조가 진정 조선시대 여성을 상징하는 단어일까? 현재 한국에서 여성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사유하면서 조선시대의 사례를 검토하고, 이른바 상식으로 알려진 ‘현모양처’가 당시에 널리 쓰인 용어가 아니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지칭하는 다양한 명칭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알려진 전통적 여성상은 당시 여성의 부분에 불과하며, 실제 다양한 여성의 역할과 실천이 있었다는 것과 이를 이해하려면 당대 여성의 삶에 대한 확장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와 더불어 ‘내조’라는 용어가 아내의 역할을 남편의 보조자만으로 한정 짓는 모순을 함축한다는 점도 성찰하고, 조선시대 아내의 본모습은 남편의 진실한 친구이자 멘토, 때로는 스승이었음도 밝힌다.


2) 당시 여성의 실제 ‘노동’ 강도
양반 여성은 화려한 치장과 사치를 하고, 안방에 앉아 모든 일을 종에게 시켰을까? 실제 조선시대 양반 여성들은 하루 종일, 어디서나 일했다. 그러나 노동은 부덕(婦德)이라는 이름 하에 마땅히 해야 하는 도리로만 여겨졌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의 의무에 더해, 그 일을 불평 없이 묵묵히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당시 여성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기보다 겸손한 태도를 요구받고, 진정성 여부까지 평가받았다. 일해도 일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은 그녀들의 노동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본다.


3) 여성의 실제 ‘문해력’과 식견 수준
여자에게는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관습이 막아도 비공식적으로 언문 교육을 받은 여자가 많았고, 한자 교육을 받은 여자도 있었다. 여성에게는 공식 교육이 주어지지 않아 아버지와 남동생, 오빠가 글을 읽고 외며 공부하는 소리를 귀로 듣고 읊조리며 외워 공부하기도 했다. 실제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가지게 되어 남자 가족들과 정치와 시사에 대해 토론하는 수준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여자는 글을 아는 걸 끝까지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가족들은 여성이 죽은 다음에야 그녀의 유품을 통해 그녀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그녀들은 왜 알면서 아는 척할 수 없었을까? 이 책은 이에 대해서도 상세히 살폈다.


4) 여성의 목숨에 ‘정절’과 ‘평판’이 미친 영향력
오늘날 열녀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순결의 개념은 여전히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남편을 따라 죽어 정절을 지킨 여자를 열녀로 추앙했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 추앙받을 일일까? 남편의 생명이 왜 아내의 생명권을 결정하는가? 조선시대 여성은 왜 자기 목숨에 대한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건가? 목숨을 던질 때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과 속 사정은 어떠했을까? 이 책은 조선시대 열녀와 정절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또한 여성에 대한 주변의 평판이 여성을 열녀로 추앙하기도 하고, 자결을 부추기거나 살아남아도 미망인으로서의 나머지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했다.
조선시대 여러 여성 규범서에는 ‘여성의 존재와 행실은 문지방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문헌에 실제 그러했다 기록되었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규문 밖을 나서지 않았으나’, ‘마을 사람들에게 평이 좋았다’와 같은 기록 내 모순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존재에 대해 어찌 문밖 사람들이 평할 수 있었을까? 기록 간 모순은 왜 있는 걸까? 실제로 평생 집 안에만 있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양반 여자들의 실제 활약상을 드러낸다.

젠더와 인권 감수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현대사회에 고하다
이 책의 저자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최기숙 교수는 고전문학과 한국학, 젠더와 감성 연구를 하고 영역을 횡단하며 글을 쓰는 창의활동가다. 저자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평생 교육이 필요하고, 젠더 이해와 감수성의 차원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충분히 문자화되지 않았지만, 여성의 역량과 힘이 모든 성별의 사람들에게 문화 유전자로 전승되었기에 지금 우리의 삶이 역동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전통 사회에 대한 확장적 이해, 여성의 역량과 역할에 대한 심화된 이해가 현대 사회와 문학, 문화, 예술, 감각에 유용한 암시와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출처: 머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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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 :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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