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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추천 도서(20.3~21.2)

11월의 추천도서(2822) 홀로 쓰고, 함께 살다

1. 책소개

 

한국문학의 큰 산 조정래 작가의
문학론, 인생론, 사회론, 역사론의 완결판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가 조정래가 불완전한 인간과 불확실한 세상에 문학이 줄 수 있는 희망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 인생살이 고민부터 문학과 창작에 대한 궁금증, 사회와 역사 문제까지 남녀노소 독자의 질문 100여 개에 대한 조정래 작가의 진심어린 응답을 정리하였다. 이 책에는 반세기 동안 조정래 문학의 영토를 함께 지켜준 독자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진하게 담겨 있다. 『황홀한 글감옥』 이후 10년, 더 웅숭깊어진 생각들과 못다 한 말들, 근작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 시대 상황에 대한 성찰 등이 더해짐으로써 조정래 작가의 철학과 신념이 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완결판으로 정리되었다.

책은 ‘문학과 인생’, ‘대하소설 3부작의 세계’, ‘문학과 사회’ 등 세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1부에는 문학의 존재 이유와 인생의 의미 등 치열한 작가정신과 인생철학을 풀어냈으며, 2부에서는 조정래 작가의 대표작 『태백산맥』『아리랑』 『한강』의 탄생 과정과 집필 배경을 생생히 이해하고 남다른 취재 및 창작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얻어갈 수 있다. 3부에서는 한반도의 역사ㆍ외교 문제부터 불평등과 폭력 등 현재 한국의 문제,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폭넓은 통찰을 전한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 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사람의 탈』 『인간연습』 『비탈진 음지』 『황토』 『불놀이』 『대장경』, 중단편소설집 『그림자 접목』 『외면하는 벽』 『유형의 땅』 『상실의 풍경』 『어떤 솔거의 죽음』 등을 발표했다.
산문집으로 『누구나 홀로 선 나무』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의 시선』과 함께, 문학인생 45년을 담은 『조정래 사진 여행: 길』을 출간했다. 또한 고등학생 손자와 함께 집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와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인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을 발표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심훈문학대상 등을 수상했고,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오페라·뮤지컬·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올해로 글 인생 50년이 되었다. 문인이 되었을 때 글 쓰며 사는 세월 반백 년이 이리도 빠르게 흘러갈 줄 몰랐었다. 흘러간 세월의 허망감이 문득 인생무상을 불러온다. 그런데 저쪽 책꽂이에서 그동안 내가 써낸 책들이 나를 위로하려고 든다. 저희들이 있잖아요, 하며. (중략) 내 글쓰기 인생 50년이 건강하게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독자들께서 내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신 덕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책만 읽어달라고 했을 뿐, 내가 정겹게 해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허심탄회하고 즐겁고 솔직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작가의 말

1부 문학과 인생, 인생과 문학
문학, 길 없는 길 | 작가로서의 재능 판별법 | 오늘의 조정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입니까 | 예술은 결국 혼자 걸어가는 길이다 | 좋은 작품이 있을 뿐 | 소설의 존재 이유 | 작가의 네 가지 수칙 | 신념을 가진다는 것 | 영감의 조건 | 죽는 날까지 소년이고 싶습니다 |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다 | 설명할 수 없는 자기만의 절실함 | 완벽을 향한 끝맺음, 퇴고 |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짓는 법 | 말솜씨와 글솜씨 | 『사람의 탈』, 역사책으로도 다 하지 못한 이야기 | 대하소설 작가의 체력 관리 | 문학인생의 훈장이 되어버린 직업병 | 더 쓰지 못한 이유 | 『천년의 질문』, 마지막 절망과 소망을 담다 | 문학의 이유, 문학 교육의 목적 | 78세 소설가의 20년 집필 계획 | 독자 없는 작가는 작가일 수 없다 | 21세기 대하소설을 기다리며 | 글 쓰기 참 잘했다 | 언제나 새롭게, 다르게 | 마음 쓰며 그려낸 여성 인물 | 인물 창조의 시작, 이름 짓기 | 글의 시작과 구상 | 작가의 능력은 ‘인물 창조’로 판가름난다 | 내 문학을 관통하는 중심 가치관 | ‘에피소드가 없는 게 에피소드인’ 작가 | 예술에는 완벽이 없다 | 나도 매일 길을 잃는다 | 집필 방식에 대하여 | 작가에게 독자란 |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른다면 | 문학의 길을 후회한 적 없다 | 작가, 그 첫걸음의 황홀 | 조정래의 연애소설 | 위인전을 쓰도록 해주십시오 | 40년 전의 결심 | 대작에는 역사와 사회가 담겨 있다 | 늦을수록 치열하게 | 소설가가 아닌 다른 인생을 산다면 | 50대에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면 | 쓰기만큼 치열한 읽기 | 인생이란 무엇인가 | 사는 동안 가장 어려운 것 세 가지 |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 세상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 소설로 사회적·역사적 삶을 살겠다 | 자기를 사랑하듯 자기의 직업을 사랑하라 | 아내의 편지, 손자의 편지

2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세계
내가 역사에 대해 쓰는 이유 | 열두 살 소년이 품고 있던 문제의식 | 많이 읽고, 넓게 보고, 깊이 발견한다 | 소설 속 사실과 허구 | 그들 모두가 나의 아들딸이기에 | 『태백산맥』은 세상을 얼마나 바꿨을까 | 사투리, 내 영혼에 스민 언어 | 블랙리스트, 작품의 앞길을 막다 | 제대로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 어머니처럼 나를 안아준 벌교 | 민중을 향하는 문학정신 | 작품 속에 작가의 분신이 존재하는가 | 유일무이한 ‘전권 필사’의 역사 | 왜 『아리랑』을 써야 했는가 | 기꺼이 발로 쓰는 작가가 되다 | 지형지물이 알려주는 것들 | 역사와 소설 사이의 균형 | 작품이 클수록 주인공은 늘어난다 | 서러운 지평선의 고장, 김제 | 영원하고 유일한 우리 민족의 노래 | 왜 『한강』을 써야 했는가 | 낭만 없는 세계 여행, 현지 취재의 어려움 | 작가의 고통은 독자의 감동이 된다 | 효과적인 취재의 비결 | 『한강』 속 사랑 이야기의 의미

3부 문학과 사회, 사회와 문학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게 | 한반도 자존심 회복의 길 | 한국인 없는 한국의 미래 | 순리와 축복을 거역한 미래 | 모든 부모의 마음, 참된 부모의 선택 | 무책임한 것은 권력자들뿐만이 아니다 | 3·1운동 100년 후 첫해를 맞으며 | 시대를 역행하는 맹목적 좌우 대립 |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와 그 뿌리 | 반민족적 범죄에 공소시효란 없다 | 횡포하는 권력 앞에서 | 국민이란, 국가란 무엇인가 | 더 이상의 6ㆍ25는 없어야 한다 | 스포츠계 폭력사태에 대하여 | 신적인 권능이 주어진다면 | 우리 시대의 절망과 희망 사이 | 여행을 하십시오 | ‘속도’와 ‘편리’ 속의 ‘본질’ | 종이책의 운명 | 인공지능이 문학작품을 쓴다면 | 새로운 싸움, 스마트폰에의 선전포고 | 나무와 숲의 상관관계를 보는 안목 | 불평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 졸혼에 대하여 | 행복과 평화를 물려주고 싶어서 | 젊은이에게 전하는 네 가지 당부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Q. 혹시 선생님도 길을 잃은 듯한 경험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예, 매일 길을 잃고 허둥거린 것이 제 문학인생 50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글 쓰는 일이란 순간순간마다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극한적 고통의 길입니다. 그 길 걷기의 고통스러움을 어느 때부터인가 문인들은 ‘절대 고독’이라고 표현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우리 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졌듯 소설도 수없이 많은 문장들로 엮어져 있습니다. 우리 몸은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건강해야만 탄력적인 활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소설의 성패와 감동의 농도는 한 문장, 한 문장의 완벽도가 쌓여 결정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모든 작가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초긴장 상태에 처하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게 됩니다. 그 상태를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때가 아마 귀하가 말한 ‘길을 잃은 듯한 경험’을 할 때가 아닐까요. 새로운 문장을 쓰려고 하는 그 순간순간의 긴장은 어쩌면 작가들에게는 순간순간 닥쳐오는 좌절이 아닐까 합니다. 그 무수하게 밀어닥치는 좌절을 박차며 새 문장 하나를 이루어내는 것, 그것이 소설 쓰기의 어려움이고 고통일 것입니다.
-「나도 매일 길을 잃는다」 중에서

Q. 만약 쉰이 넘어서 첫 글, 첫 책을 쓰는 운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심정과 자세이실까요?

저는 28세부터 3년 동안 중고등학교 선생을 했고, 유신 바람에 휘말려 교직을 떠난 다음에 5년여 동안 불안하게 잡지사와 출판사를 떠돌며 글을 많이 쓰려고 애썼고, 그다음 3~4년은 전업작가로 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직접 출판사를 차려 사장 노릇부터 전국 출장을 다니는 영업부장까지 도맡느라고 글은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쓰라린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동대 출신으로 쓸 만한 인간 하나 있나 보다 했더니 출판쟁이로 버려버렸군.”
어느 선배가 술자리에서 했다는 이 말을 전해 들으며 저는 쓰라린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습니다.
‘출판쟁이? 두고 봐라,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 내가 글을 쓰지 않으려면 아예 이 짓을 시작하지 않았다.’
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전라도 땅으로 내려가며, 비가 퍼붓는 속에, 밤버스를 타고 경상도 땅을 달리며, ‘두고 봐라, 두고 봐라’를 이뿌리가 저리도록 씹어서 삼키고 또 삼켰습니다.
그리고 세 식구가 세끼 밥만 몇 년 먹을 수 있게 저축을 하게 되자 출판사를 넘기고, 그리고 가슴 저리게 벼르고 있었던 글쓰기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태백산맥』이었습니다. 그때 나이가 40세였던 겁니다.
-「늦을수록 치열하게」 중에서

Q. 직업병을 몇 번이나 앓으신 건가요?

『천년의 질문』을 두 권 반쯤 썼을 때 오른쪽 아랫배가 또 불룩 솟긴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미련하게도 그때서야 저는 ‘아차, 또 탈장!’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뒤였습니다. 첫 수술을 받았을 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허리가 똑 부러지는 것처럼 아파 한숨도 못 자고 밤새껏 신음하며 고통당했던 기억이 끔찍스럽게 끼쳐왔습니다.
‘그 고통을 어찌 또 당하지……?’ 싫고, 두렵고,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거야말로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또 아랫배를 지그시 꾹꾹 누르며 정면 책꽂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동안 써낸 책들이 순서대로 쭉 꽂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 때문에…….’
그 책들이 사죄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괜찮아. 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걸 뭐.’
저는 책들에게 고개 끄덕여주었습니다. 그 책들이 준 즐거움과 보람은 다시 탈장 수술을 하며 당해야 하는 고통쯤 아무것도 아니게 큰 것이었습니다. (중략)
그런데 저는 이번 책까지 하면 65권을 써냈으니 다산보다 훨씬 심하고, 더 많은 직업병들을 앓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엉덩이 종기가 효과 좋은 현대의 연고로도 다스려지지가 않아 결국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것으로부터 여러 가지 직업병들이 저를 습격해 왔습니다. 그것들 또한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제가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글쓰기 인생의 증거이고 훈장들이니까요.-「문학인생의 훈장이 되어버린 직업병」 중에서

Q. 선생님의 인생 황금기에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조명에 몰입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는 왜 하필 이렇게 슬프고 처참한 역사의 땅에 태어났을까? 그런데 왜 하필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이 화두와 맞서서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거듭거듭 고뇌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얻
었습니다.
‘상처 많고 고통 많은 우리의 참담한 역사에 대해서 쓰자!’
그것을 피해 서거나, 그것을 외면해서는 진정한 이 땅의 작가라고 할 수 없다는 의식의 푯대를 세웠습니다. 저는 그 길이 가장 올바른 작가의 길이라고 생각했고, 우리의 처절한 민족사를 진실하고 생생하게 엮어내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처참하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작은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작가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반도 땅에 갇히는 작가로 한계에 부딪힌다 해도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작가가 된다면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한 누군가의 말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습니다.
-「내가 역사에 대해 쓰는 이유」 중에서

Q. 대하소설을 쓰시기 전에 기획단계 기간은 얼마나 걸리시는지요?

초등학교 6학년 사회생활 시간에 일제식민지시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짧게 요약된 교과서에는 우리가 비참하게 당한 이야기들만 가득했습니다. 저는 참다못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얼 했다는 것입니까?”
이 느닷없고 당돌한 질문에,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담임 선생은 씨익 웃으며 말했습니다.
“담에 크면 다 알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저의 가슴에 품고 있었던 일본과 일본 놈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몇 배로 커져 있었습니다. 일본이 저지른 잔악상을 그만큼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여러 가지 책을 통해 식민지시대를 독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을 때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로 양쪽 가슴에 깊이 심어졌습니다. 그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는 『아리랑』을 쓰도록 추동한 절대적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리랑』 또한 그 뿌리는 초등학생 때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런 정신 체험의 필연성이 의식을 형성해 가고, 그 의식이 세월 따라 성장하고 강화되어 가면서 작품 탄생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열두 살 소년이 품고 있던 문제의식」 중에서

Q. 앞으로 인공지능과 4차 산업 시대가 더욱 더 발전하게 될 텐데 그럴수록 인간이 어떤 마음가짐과 철학,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고, 그 미완성적 영혼은 존재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발달해 봤자 그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인공위성과 함께 20세기 획기적 발명품으로 꼽히는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그것은 싸고 질기고 편리해서 비행기 부품들에서부터 온갖 생활도구까지 못 만들어내는 물건이 없이 전성시대를 구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썩는 데 500년이나 걸리고, 그 쓰레기가 상상할 수 없는 양으로 쌓이고, 하천이나 바다에서 물살의 힘에 못 견뎌 그것들이 조각조각 깨지다 못해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보일 정도로 미세먼지화함으로써 이미 3차, 4차 오염로를 거쳐 우리 인간의 핏속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바닷새며, 물고기며, 거북이며, 고래까지 위에 플라스틱 조각들이 가득 차서 죽어버린 사실이 끔찍스럽도록 실감나게 텔레비전 화면에 비쳐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이미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인간 발명품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입니다. 플라스틱이 가해오는 위협적 불행에 비해 그동안 누려온 행복이 얼마일까요.-「‘속도’와 ‘편리’ 속의 ‘본질’」 중에서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죽을 만큼 치열하고, 고독마저 행복했던 반세기 문학인생의 정수
소설가 조정래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문학과 삶, 사회를 이야기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의 풍경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가 조정래가 불완전한 인간과 불확실한 세상에 문학이 줄 수 있는 희망을 담아 신작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출간한다.
인생살이 고민부터 문학과 창작에 대한 궁금증, 사회와 역사 문제까지 남녀노소 독자의 질문 100여 개에 대한 조정래 작가의 진심어린 응답을 정리하였다. 이 책에는 반세기 동안 조정래 문학의 영토를 함께 지켜준 독자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진하게 담겨 있다. 『황홀한 글감옥』 이후 10년, 더 웅숭깊어진 생각들과 못다 한 말들, 근작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 시대 상황에 대한 성찰 등이 더해짐으로써 조정래 작가의 철학과 신념이 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완결판으로 정리되었다.
책은 ‘문학과 인생’, ‘대하소설 3부작의 세계’, ‘문학과 사회’ 등 세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1부에는 문학의 존재 이유와 인생의 의미 등 치열한 작가정신과 인생철학을 풀어냈으며, 2부에서는 조정래 작가의 대표작 『태백산맥』『아리랑』 『한강』의 탄생 과정과 집필 배경을 생생히 이해하고 남다른 취재 및 창작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얻어갈 수 있다. 3부에서는 한반도의 역사ㆍ외교 문제부터 불평등과 폭력 등 현재 한국의 문제,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폭넓은 통찰을 전한다.
소탈하면서도 준엄하며, 직설적이면서 세심한 응답과 재치 있는 입담이 돋보이는 이 책에는 흥미롭고도 유익한 이야기들이 고루 담겨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책과 독서 문화에 허탈함과 쓸쓸함을 느끼지만, 작가는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초심을 지켜나가며 앞으로 20년간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내기 위해 결기를 다지는 모습에서 ‘50년째 베스트셀러 작가’의 남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힘이 들 때마다 되새기는 문청 시절의 고뇌와 다짐, 사인회에서 들은 한마디까지 다 간직해두고 창작의지를 다지는 독자들과의 추억 역시 오늘의 작가 조정래를 있게 한 밑거름이다.
독자들은 작가를 향해 “소설의 기본적 역할과 소임은?”, “대하소설을 쓴 이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가?” 등 문학과 집필에 관해 질문하는 한편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는 동안 가장 어려운 것 세 가지”, “제2의 인생을 산다면?” 등과 같은 인생에 대한 궁금증을 묻기도 했다. 또한 “국제 관계를 푸는 열쇠”와 “저출산 문제와 한국 교육의 미래”, “스포츠계 폭력 사태에 대한 해결책”과 같이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질문도 있다. 다양한 독자들의 질문 의도를 헤아리며 성심성의껏 답변한 작가는 열혈 문학청년에서 한국의 대작가가 되기까지 겪어온 시행착오와 깨달은 바를 스스럼없이 고백하는 한편 개개인의 인생과도 직결된 사회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왜 하필 이렇게 슬프고 처참한 역사의 땅에 태어났을까? 그런데 왜 하필 소설을 쓰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작가 평생의 화두가 되었고, “인

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하는 문학”은 작가 평생의 목표가 되었다. 작가는 문학도 인생도 오로지 혼자서 일구어나가야 하는 척박한 길이었지만 그 목적지는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이었기에 무엇보다도 값지고 의미 있는 길이었다고 회상한다.
진정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대, 오직 사람을 위하는 소설 쓰기에 일생을 바쳐온 문학 스승이자 인생 대선배의 직접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현명한 삶의 자세와 세상을 보는 안목에 대해 남다른 가르침과 울림을 줄 것이다. 

 

출처:해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