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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추천 도서(19.3~20.2)

1월의 추천도서(2501) 물결의 비밀

1. 책소개

 

‘계간 《아시아》 10년 최고의 단편 소설 컬렉션’으로 요약될 이 책은, 계간 《아시아》 10년 역사 100여 편의 아시아 단편 소설 중 최고의 작품 12편을 모은 선집이자 아시아 문학 지도를 복각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터키의 야샤르 케말, 인도의 마하스웨타 데비와 사다트 하산 만토, 필리핀의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중국의 츠쯔젠, 대만의 리앙, 베트남의 바오 닌과 남 까오, 그리고 레 민 쿠에, 일본의 유다 가쓰에, 태국의 찻 껍짓띠, 싱가포르의 고팔 바라담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번역가들이 옮겼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바오 닌

저자 바오 닌은 1952년 1월 베트남 중부 꽝빈 성 동허이 시 바오 닌 마을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하노이로 이주했다. 본명은 호앙 어우 프엉(Ho?ng ?u Ph??ng). 바오 닌은 그의 필명이자 고향의 지명이다. 아버지는 훗날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언어학자였고, 어머니는 중학교 교사였다.
1969년 열일곱 살 나이로 쭈 반 안 고등학교를 졸업한 바오 닌은 인민군대에 자원입대, 3개월간 사격 등 군사훈련을 받고 10연대에 배치되었다. 곧바로 베트남 남부전선에 투입된 그는 첫 전투에서 동료 소대원들 대부분이 전사하는 바람에 5개월 만에 하사로 진급함과 동시에 소대장의 임무를 맡았다. 그 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6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웠다. 베트남전쟁의 마지막 전투인 사이공 진공작전에도 투입되었다.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공수부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인 끝에 떤 선 넛 국제공항을 장악했을 때 살아남은 소대원은 그를 포함하여 단 두 명이었다. 이 전투와 함께 길고도 길었던 베트남전쟁은 끝났고, 그는 전사자 유해발굴단에 배치되어 8개월간 베트남 산하에 버려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우들의 시신을 수습한 다음 전역했다.
하노이로 돌아와 불법적인 ‘식량 밀거래’를 하는 전역병들과 몰려다니며 황폐한 생활을 하던 그는 응우옌 주 문학학교에 입학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바오 닌의 첫 장편 『전쟁의 슬픔』은 제목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사랑의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베트남 문학계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환영과 찬사를 받았고, 베트남 문학 최초로 1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전쟁의 슬픔』은 1991년 베트남 작가협회 최고작품상, 1995년 런던 《인디펜던트》 번역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2011년 일본 《일본경
제신문》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2011년 베트남교육연구원 ‘좋은 책 선정위원회’는 발행연도와 관계없이 당시 베트남에서 읽히고 있던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좋은 책’의 수상작으로 『전쟁의 슬픔』을 선정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단편모음집 『일곱 난장이들의 캠프』(1987), 『교통마비 시간 동안의 횡설수설』(2005), 『옛날이야기는 끝냅시다, 됐죠?』(2008) 등이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물결의 비밀
바오 닌 | 베트남

불 위를 걷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 필리핀

꽃피는 계절
리앙 | 대만

지 패오
남 까오 | 베트남

발로 하는 얼굴마사지
찻 껍짓띠 | 태국

돼지기름 한 항아리
츠쯔젠 | 중국

골목 풍경
레 민 쿠에 | 베트남

곡쟁이
마하스웨타 데비 | 인도

모래는 모래가 아니고
유다 가쓰에 | 일본

모젤
사다트 하산 만토 | 인도

하얀 바지
야샤르 케말 | 터키

궁극적 상품
고팔 바라담 | 싱가포르

해설 | 강물은 모래를 품고
정은경(계간 《아시아》 편집위원,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속으로

 

강물은 시간처럼 흐르고, 시간처럼 강물 위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가. 그 어느 때보다 밤이면 내 고향 강물은, 그 표면은 셀 수 없이 많은 신비한 반점들로, 내 생애 은밀한 비밀들로 반짝반짝 빛났다.
_물결의 비밀(바오 닌) 중에서

이곳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었으며, 불법 거주자들이 버려진 나뭇조각이나 쌀부대를 가져다 움막을 짓고 사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난 2~3년 동안 이 골목길은 갑자기 마취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나무와 꽃이 있는 집들이 가득 들어차면서 활기를 띠었다. 사람들 얼굴도 변했다. 이제는 전처럼 야생이 아닌 인간의 얼굴이었다.
_골목 풍경(레 민 쿠에) 중에서

여름철 저녁 무렵이면 나는 자주 헤이룽강 강변을 거닐면서 국경 너머 강 저편을 바라보곤 한다. 날개를 활짝 펴고 강 양안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다. 어떤 새는 쑤셩 쑤셩 하고 우는 것 같다. 이런 울음소리를 들으면 더욱더 고개를 쳐들게 된다. 눈이 이미 침침해져 새 그림자를 분명하게 볼 수는 없지만 새의 등 뒤로 보이는 하늘은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다.
_돼지기름 한 항아리(츠쯔젠) 중에서

슬퍼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독한 재난을 당한 뒤에도 사람들은 차츰 목욕을 하고 밥을 먹고, 마당에서 고추를 물어뜯고 있는 염소를 쫓아낸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먹지 못하면 죽는다. 사니차리가 그렇게 많은 슬픔을 겪고도 살아남았다면, 비크니를 잃고도 살아남을 것이다. 사니차리는 슬픔에 넋을 잃었지만 울지는 않을 것이다. 돈, 쌀, 새 옷, 이런 것들을 대가로 얻지 않는다면, 눈물은 쓸모없는 사치다.
_곡쟁이(마하스웨타 데비) 중에서

그것은 희대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겼을지 모르지만 내가 여기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나 자신만을 의식하고 있다. 나의 밖에는 획일적인 그들이 있다. 그 이상 더 자기중심적이 되는 것이, 혹은 더 외로워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_궁극적 상품(고팔 바라담) 중에서

12편에 얽힌 역사와 전통이 때론 낯설지만, 반드시 어떤 지점에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삶이 있음을 보여준다. 길이 나 있지 않아도, 저쪽에도 사람과 삶이 있다는 믿음으로 찾아가다 보면 반드시 어떤 지혜와 곡절과 감동을 만나게 된다. 계간 《아시아》의 10년은 그런 ‘길닦기’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척박한 길 위에서 만난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의 푸른 바다, 청량한 바람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_해설 중에서

출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서평

 

◇ 책 소개

아시아의 큰 작가들 한데 모여


국내 유일 한영대역 문예 계간지 《아시아》 창간 10주년 기념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이다. ‘계간 《아시아》 10년 최고의 단편 소설 컬렉션’으로 요약될 이 책은, 계간 《아시아》 10년 역사 100여 편의 아시아 단편 소설 중 최고의 작품 12편을 모은 선집이자 아시아 문학 지도를 복각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터키의 야샤르 케말, 인도의 마하스웨타 데비와 사다트 하산 만토, 필리핀의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중국의 츠쯔젠, 대만의 리앙, 베트남의 바오 닌과 남 까오, 그리고 레 민 쿠에, 일본의 유다 가쓰에, 태국의 찻 껍짓띠, 싱가포르의 고팔 바라담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번역가들이 옮겼다.

한국 문학이 베트남 문학에 어둡듯 베트남 문학은 한국 문학에 어둡고, 필리핀 문학이 인도 문학을 모르듯 인도 문학도 필리핀 문학을 모른다. 이 책은 아시아의 언어들이 서로의 내면으로 대화를 나눈 경험이 빈약한 와중에, 상대의 언어 안에 흐르는 정서와 영혼과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민족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의 연대와 공존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아가 인류사회가 새롭게 기획해야 할 평화의 질서를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 출판사 리뷰

사람들 마음에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아시아 문학
당신의 서재에는 어떤 아시아가 있습니까?


문학에 관한 한, 아시아는 이른바 세계화가 가장 덜 진척된 영토로 존재한다. (...) 지난 몇 세기 동안, 아시아는 수없이 발명되고 발견되었다. 그 결과 논과 밭, 구릉과 숲으로 이루어진 아시아의 주름진 대지는 이차원의 매끈한 평면으로 아주 쉽게 왜곡되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주름들을 기억하려 한다. 우리 스스로 아시아를 얼마나 낯설고 어색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불행히도 우리 주변에는 읽고 싶어도 읽을 아시아조차 많지 않다. 우리의 기획은 이런 경이로운 무관심과 태만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동시에 우리는 혹 ‘미지의 세계’ 아시아를 또 하나의 개척영역, 흔히 말하듯 ‘미래의 먹거리’ 쯤으로 상정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안의 유혹을 끊임없이 경계한다. 이렇게 경계선을 넘으려 한다.
_‘<아시아 문학선>을 펴내며’ 중에서

국내 유일 한영대역 문예 계간지 《아시아》 창간 10주년 기념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이다. ‘계간 《아시아》 10년 최고의 단편 소설 컬렉션’으로 요약될 이 책은, 계간 《아시아》 10년 역사 100여 편의 아시아 단편 소설 중 최고의 작품 12편을 모은 선집이자 아시아 문학 지도를 복각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터키의 야샤르 케말, 인도의 마하스웨타 데비와 사다트 하산 만토, 필리핀의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중국의 츠쯔젠, 대만의 리앙, 베트남의 바오 닌과 남 까오, 그리고 레 민 쿠에, 일본의 유다 가쓰에, 태국의 찻 껍짓띠, 싱가포르의 고팔 바라담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김석희, 정영목, 오은경, 김태성, 하재홍, 김영애, 김경원, 전승희, 임옥, 구수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번역가와 각계 전문가들이 옮겼다.

한국 문학이 베트남 문학에 어둡듯 베트남 문학은 한국 문학에 어둡고, 필리핀 문학이 인도 문학을 모르듯 인도 문학도 필리핀 문학을 모른다. 이 책은 아시아의 언어들이 서로의 내면으로 대화를 나눈 경험이 빈약한 와중에, 상대의 언어 안에 흐르는 정서와 영혼과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민족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의 연대와 공존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아가 인류사회가 새롭게 기획해야 할 평화의 질서를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여기 담지 못한 작품들

계간 《아시아》의 베스트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100여 편 중 12편만 선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100여 편 모두가 아시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작품에 관한 미안함과 애정을 아무래도 먼저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 2’가 나오면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될 작품들이다. 이 빛나는 작품들 또한 ‘베스트’이다.

평생을 남의 집 운전사로 일하다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모르는 타인의 행로에서 빠지기로 결심한 「운전사」(M. 무쿤단), 어린 아들에게 총을 들려야 하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그린 「난민촌의 총」(갓산 카나파니),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단, 힌두교와 회교도의 갈등이 한 아이의 운명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비극 「팔리」(비샴 사니), 전쟁 중인 이란을 떠나 자식들이 살고 있는 런던과 파리, 캐나다 등으로 전전하느라 ‘비행기’가 집이 되어버린 노파의 이야기 「공중 저택」(골리 타라기), 세계적인 작가들을 ‘약’으로 분류해놓는 대담한 재치의 「약」(알리세르 파이줄라에브) 등은, 문밖에 내놓고도 오래 잊히지 않는 작품들이다.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들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 가운데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물결의 비밀」이 단연 으뜸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 소설은 한 편의 시 같다. 미군 폭격으로 제방이 무너지고 홍수가 난다. 경비초소를 지키던 남자는 출산한 아내에게 달려간다. 남자와 아내는 아들을 품에 안은 채 물을 피해 나무에 매달린다. 그러다 어떤 낯선 여인의 손길에 의해 아들이 물에 빠지고 아내가 물로 뛰어들고 남편도 뛰어든다. 아들은 건졌지만 아내는 시신도 찾지 못하고 남편은 구출된 후 정신을 잃는다.

딸은 물의 아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불렀다. 물에 빠진 아기를 아비가 구해낸 이야기는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알았다. 그러나 그 비밀은 아무도 몰랐다. 내 딸조차도 알 수 없었다. 단지 강물만이 안다. 내가 둑에 나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내 아내, 내 아이, 그리고 이름 모를 여인이 늘 강바닥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시간,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강물도 역사도 모두 변해간다. (「물결의 비밀」 중에서)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비극은 보편적인 비극일 수 있으나, ‘각각의 사연이 품은 슬픔은 강물보다 깊고 대지보다 단단하다’는 것을 처연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은 여전히 어둠속에 버려진 아시아의 굴곡진 역사와 민중의 얼굴을 우리 앞에 돌려세우는 듯한, 섬뜩한 충격과 슬픔을 담고 있다.

인도 작가 마하스웨타 데비의 「곡쟁이」도 인상적이다. 다른 작품들이 여성의 체념이나 자조로 귀결되는 데 반해 「곡쟁이」는 여성의 생존 의지가 두드러진다. 남편이 죽고 아들이 죽고 손자가 떠나도 울지 않던 여자가 처지가 비슷한 친구와 함께 남의 장례식장에서 통곡해주는 곡쟁이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다.

슬퍼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독한 재난을 당한 뒤에도 사람들은 차츰 목욕을 하고 밥을 먹고, 마당에서 고추를 물어뜯고 있는 염소를 쫓아낸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먹지 못하면 죽는다. (,..) 사니차리는 슬픔에 넋을 잃었지만 울지는 않을 것이다. 돈, 쌀, 새 옷, 이런 것들을 대가로 얻지 않는다면, 눈물은 쓸모없는 사치다. (「곡쟁이」 중에서)

먹고 사는 것이 전부인 삶. 생존의 간두에 서 있는 자를 울게 하는 것은 타인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리라는 것. 애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눈물은 때로 피보다도 진하리라는 것. 그것을 두 곡쟁이 여성을 내세워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뼈아프고 눈물겹다. 장터의 갈보들과 장례식에서 뒹굴며 곡하는 이들의 슬픔이 가짜 슬픔이고 노동이기만 할까. 한 톨의 감정도 그들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고, 소유하지 못하는 이들의 가짜 울음에 가슴 먹먹하지 않을 수 없다.

‘보편’이란 이런 경우를 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들

유다 가쓰에의 「모래는 모래가 아니고」는 삼선 조난 사건에서 생존한 남자의 내면 풍경을 그렸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의 「불 위를 걷다」와 찻 껍짓띠의 「발로 하는 얼굴마시지」는 대지의 현실지형의 문맥을 날카로운 풍자와 강렬한 이미지로 묘파한다. 이들 리얼리즘과 풍자는 서구 소설의 그것과도 다르고,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과도 다른 독특한 아시아적 전통 위에 있다. 츠쯔젠의 「돼지기름 한 항아리」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런 마술을 보여주는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남 까오의 「지 패오」는 남 까오가 베트남 문학의 ‘별똥별 같은 존재’라는 수삭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리앙의 「꽃피는 계절」은 나무를 사러 꽃장수를 따라 나선 젊은 처녀의 설렘과 두려움을 탁월하게 그리고 있고, 야샤르 케말의 「하얀 바지」 또한 작가의 세계적 명성이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필치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레 민 쿠에의 「골목 풍경」은 한없이 퇴폐적이고 쓸쓸한, 여름의 어느 저녁 같은 왕가위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사다트 하산 만토의 「모젤」은 종교전쟁을 남녀의 사랑을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고팔 바라담의 「궁극적 상품」은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에서 가장 모던하고 첨단적인, 그리고 유일한 SF이다. 작가의 국제적 감각과 과학적 상상력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남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명작’ ‘고전’을 들출 때, 반드시 그것이 재미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진입 장벽이 높을 때는 ‘나하고 무관한 이야기로군’ 하고 덮어버리곤 한다. 이름도 낯설고 표정도 읽히지 않는 이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풍토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단박에 마음 어딘가에 와 닿는다. ‘보편’이란 이런 경우를 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글들. 두말이 필요 없는, 이 작품들에 한 마디의 췌사를 붙인다. 

출처 : 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