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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추천 도서(18.3~19.2)

9월의 추천도서(2013) 그 산, 그 사람, 그 개 - 펑젠밍


1. 책 소개


시골이라는 외진 생활환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원시적이고 순박한 성정에 관한 이야기와 그 시골의 순박함이 도시로 이주하거나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충돌과 내적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그 산 그 사람 그 개』. 저무는 해 질 녘의 노을이나 잔물결 하나 없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의 이유 없는 아득함과 고요함을 되살려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처 : 교보문



2. 저자


저자 펑젠밍은 1953년 중국 후난 성(湖南省) 핑장(平江) 현에서 태어났다. 1970년 핑장 현 극단에서 8년간 무대미술 일을 했다. 핑장 현 문화연맹 주석, 웨양 시 작가협회 주석, 후난 성 작가협회 부주석, 후난 성 문화연맹 부주석, 중국 작가협회 전국위원, 후난 성 중국화 협회 고문을 역임했고, 중국 국가 일급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인 단편 소설 〈그 산, 그 사람, 그 개〉는 1983년 중국 우수단편 소설상을 수상했고, 저자가 직접 각색한 동명의 영화는 중국금계상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남우주연상, 몬트리올 영화제 관객대상, 인도국제영화제 은곰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여러 작품은 일본, 미국,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특히 일본에서 출간된 《그 산, 그 사람, 그 개》는 2002년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선정해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저자는 현재는 글 쓰는 일 외에 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처 : 교보문


3. 목차


-그 산, 그 사람, 그 개 
-잠 
-뱀과 이웃으로 살기 
-낚시를 끊다 
-재주 
-배움 
-가오미의 일요일 
-민초 
-그 도시, 그 사람, 그 낙타 

펑젠밍의 작품 세계 | 가오보한

처 : 본문 중에서


4. 추천사


바쁜 생활과 복잡한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삶의 흐름을 생각하게 하는 단편소설집 《그 산 그 사람 그 개》. 중국 작가 펑젠밍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한 작품 9편이 담겨있다. 고향 후난성이 배경인 작품을 주로 발표하는 펑젠밍은 1983년에 <그 산, 그 사람, 그 개>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왕복 사흘이 걸리는 200리 산길을 다니며 우편배달을 하는 아버지가 수십 년 했던 일을 아들에게 물려준다. 한 달에 한 번 밖에 집에 갈 수 없는 고되고 외로운 길을 갈 아들이 안쓰럽고, 그런 아들에게 마음 주는 처녀를 보니 또 마음이 아리다. 산길을 함께 다닌 개가 곁을 떠나지 않자 호통을 쳐서 아들에게로 보내는 과정 과정이 눈물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몬트리올영화제, 인도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 받았고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그 산, 그 사람, 그 개>는 도시화 과정에서 땅을 잃은 농민과 척박한 환경으로 내몰린 낙타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냈다. <민초>, <배움> 등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아련한 농촌 풍경과 변화하는 농촌현실을 담고 있다. 환경은 바뀌더라도 면면히 내려온 생명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순박한 사람들의 아픔과 삶을 담은 9편의 단편소설. 어느덧 가볍고, 빠르고, 복잡하고, 잔인한 이야기에 갇힌 우리들의 마음을 씻어 주리라 믿어 권한다. 웬만해서는 진짜 시골을 만나기 힘든 대한민국. 매일 매일 바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번잡한 세상에 이제 인공지능까지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럴 때 원시로 돌아가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도 해법을 부르는 길이리라.

 -이근미(소설가)



5. 책 속으로


아아…! 수십 년간 산과 길, 강과 밭 사이의 길을 홀로 걸었다. 개와 우편물 포대, 적막함, 외로움, 고통과 더불어 반평생을 보냈다. 그동안의 쓰라림과 아픔이 지금 느끼는 달콤한 감정에 순식간에 다 녹아버렸다. 아버지의 이 진한 눈물은 과거 힘들었던 날들이 끝났다는 마침표이고, 이 익숙하던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기도 했다. 
-〈그 산 그 사람 그 개〉 중에서 

우리 고장에서는 밤에 제대로 자는 것 외에 자는 잠을 ‘쪽잠’을 잔다고 한다. 일하다 피곤하거나 하면, 잠깐 기대서 눈을 붙이는 것을 말하는데 잠깐 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집안은 이 쪽잠을 자는 놀라운 능력으로 동네에서 꽤 유명했다. 
-〈잠〉 중에서 

큰삼촌은 요 며칠 계속 같은 꿈을 꿨는데 꿈에서 뱀에게 둘둘 감겨 옥죄임을 당했다고 했다. 이제 봄이니 살아남은 뱀들이 깨어날 테고, 자신은 살생을 너무 많이 해서 분명 보복을 당할 것 같으니 숨으러 간다고 했다. 다른 곳에 가서 호금을 연주하면 입에 풀칠은 하지 않겠냐며. 
-〈뱀과 이웃으로 살기〉 중에서 

쉬허셩은 더 이상 은인을 속일 수가 없어서 그에게만 비밀을 털어놓았다. 
“물고기를 잡을 때 약을 썼습니다. 제가 열서너 살 때 우리 고향 강가에서 낚시하는 할아버지가 한 분 있었어요. 자주 같이 낚시를 하다 보니 제게 묘책을 하나 알려줬어요. 대신 이 묘책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어요. 나중에 정말 살기 힘들 때 사용하라고. 이 방안은 끝장을 내는 약이라 한 번 쓰면 작은 못에 사는 물고기는 모두 다 잡을 수 있을 정도라고…. 어떤 일을 해도 싹쓸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물고기를 다 잡으면 잡는 사람의 좋은 기운도 다 빠져나간다고 했어요.” 
-〈낚시를 끊다〉 중에서 

그날 밤에 현에서 명의가 왔지만, 아무런 신통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마 구장은 밤새 두통으로 죽을 둥 살 둥 했다. 
그때 누군가 덜덜 떨며 마오치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 왜 덜덜 떨었냐 하면 마오치는 이미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죄인이기 때문이었다. 
-〈재주〉 중에서 

왕싼(王三)의 첫 번째 아내는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런데 왕싼 집안은 3대에 걸쳐 독자만 낳아 자손이 귀했기에 간절하게 아이를 원했다. 만약 자신의 대에서 자식을 못 낳는다면 그야말로 대가 끊기게 되는 것이다. 그는 감히 대를 끊을 수도 없었지만, 달리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배움〉 중에서 

갑자기 어머니가 멈춰 서더니 가오미의 어깨를 꽉 잡았다.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보니 달빛 아래 전신주만큼 굵은, 엄청나게 큰 뱀이 천천히 길을 건너는 것이 보였다. 머리와 꼬리는 안 보이는데 양쪽 풀숲에서는 쉬쉭 쉬쉭 소리가 나면서 검은 줄과 흰 줄 사이에 꽃무늬가 그려진 몸통이, 마치 한 칸 한 칸 기차가 지나가듯 앞으로 움직였다. 
가오미는 저도 모르게 오싹 소름이 돋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큰 뱀은 처음이었다. 바다 같이 깊고 강물처럼 고요한 밤이라 가오미는 쿵쿵하고 급하게 뛰는 어머니와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오미의 일요일〉 중에서 

이름은 하오추이(豪翠), 호는 팅푸(?甫). 이처럼 독특하고 우아한 이름은 지금의 감각으로 봐도 결코 세속적이지 않고 품위 있는 이름이다. 적어도 우리 백여 명에 달하는 후손 중에서 이렇게 좋은 이름은 증조부 외에 한 명도 없다. 나 또한 살면서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이름을 봤는지 모른다. 그런데 눈에 번쩍 뜨이거나 내 증조부의 이름과 비슷한 울림이라도 주는 이름을 떠올리기 힘들다. 그렇게 좋은 이름은 나의 증조부처럼 농부로 초야에 묻혀 살 평범한 사람이, 더구나 문맹인 사람이 가져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민초〉 중에서 

위 씨가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밥을 먹으려고 바깥 담벼락에 걸쳐 둔 발판에서 내려왔을 때, 그 낙타가 석양을 등지고 그 앞에 섰다. 검게 탄 얼굴에 산발한 머리가 어깨까지 자란 남자가 낙타를 이끌고 있었다. 낙타 주인은 계속 앞으로 가려고 했지만 낙타는 멈춰 서서 걸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위 씨는 완강하게 주인을 보는 낙타의 눈을 보았다. 수십 년간 동물의 친구였던 위 씨는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았기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 남자의 손에서 고삐를 넘겨받았다. 
아주 먼 곳에서 온 낙타였다. 
-〈그 도시 그 사람 그 낙타〉 중에서


처 : 본문 중에서


6. 출판사 서평


짙푸른 대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향수 짙은 아홉 편의 중국 단편 모음집
 

이 책은 중국의 국가일급작가인 펑젠밍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아홉 편의 작품이 실린 단편집이다. 펑젠밍은 주목받는 중국 현대문학 작가로 그의 작품은 일본, 미국,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단편 〈그 산 그 사람 그 개〉는 일본에서 중ㆍ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고, 중국에서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짙푸른 대자연과 그 속에서 안개처럼 피어나는 피안 같은 고요함, 향수 짙은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해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았다. 

인생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심상하게 매 순간 흘러갈 뿐이다. 중국의 현대화 과정은 우리의 과거와 닮아있다. 씁쓸하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소외되고,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안타까움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변화의 물결이 담고 있는 기대와 흥분으로 묘한 생기를 띠는. 
작가는 거대하고 순박한 자연이 잉태하고 성장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우리를 그 아련하고 몽환적인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 출판사 서평 

중국 작가 펑젠밍이 전하는 이야기의 향연 
진득한 긴장과 기묘한 흥분, 포기할 수 없는 호기심
 

평생을 바친 우편 배달일을 아들에게 물려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길을 함께 걷는 아버지와 곁에서 말없이 그들을 따르는 개의 이야기는 고요하다. 이 늙은 우편배달부와 그의 아들 그리고 개의 이야기 외에도 이 책에는 서정적이고 순박한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놀랍고 기발한 쪽잠 자는 실력으로 유명한 한 집안의 잠에 얽힌 이야기(잠), 뱀과 뒤얽힌 한 집안과 마을의 기묘한 사연(뱀과 이웃으로 살기), 신통한 낚시 실력으로 인생 역전을 거듭하는 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낚시를 끊다), 절묘한 의술을 지녔던 비밀스러운 한 중의사 이야기(재주), 우연히 만난 낙타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가 도시에서 낙타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절절한 노력과 담담한 결심에 관한 이야기(그 도시 그 사람 그 낙타) 등이 진득한 긴장과 기묘한 흥분, 포기할 수 없는 호기심과 함께 펼쳐진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천천히, 느리게 흐른다. 그럼에도 책장을 쉬이 놓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이 이야기들이 가진 힘이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중국 후난 성과 그 주변 지역 사람들의 원시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을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전개하며 절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이제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하리
 

이 책에 실린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짙푸르고 청량한 고향의 숲’이다. 뽀얀 비안개가 띠처럼 휘감은 녹음 짙은 숲, 그 청량한 숲의 향이 가슴 깊은 곳의 아련한 향수를 슬며시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이니 시간여행을 떠나볼 수도 있겠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극적인 긴장감 보다는 저무는 해 질 녘의 노을이나 잔물결 하나 없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의 이유 없는 아득함과 고요함을 되살려줄 이야기들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골이라는 외진 생활환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원시적이고 순박한 성정에 관한 이야기와 그 시골의 순박함이 도시로 이주하거나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충돌과 내적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산 그 사람 그 개〉에서 대자연의 보호 아래 영원할 것 같은 세계와 순응하는 인간의 삶은 마지막 단편 〈그 도시 그 사람 그 낙타〉에 이르면 도시화 과정에서 점차 설 땅을 잃고 적응해가려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고독이 예정된 자연과 인간의 운명에 쓸쓸함을 곱씹어야 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청량한 이야기들이 정겨우면서도 씁쓸한 것은 그 순박했던 공간을 어느 순간 잃어버렸다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이제야 만납니다. 그 누군가는 몹시도 궁금해 하던 
영화 〈그 산 그 사람 그 개〉의 원작 

사람의 발길 외에는 닿지 않는 깊은 숲 속 마을의 사람들에게 세상 밖 소식을 전해주는 늙은 우체부의 이야기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고작해야 누렁이 한 마리가 동무가 되어주는 적막한 길을 걷고, 걷고 또 걸어 세상 밖의 소식을 전하던 그는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들었다. 이제 그가 하던 지난한 일은 젊고 든든한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또 그 아들의 아들로…. 그렇게 삶은 이어질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저 대자연만이 처연하게 지켜볼 뿐. 

영화 〈그 산 그 사람 그 개〉에서 ‘아들’ 배역으로 데뷔한 배우 리우예(류예)는 원작인 소설에서 묘사되는 묵묵하고 든든하면서도 순수한 아들의 이미지를 잘 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데 한몫했다. 영화 역시 대자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원작의 작가인 펑젠밍이 영화의 대본을 직접 각색해 더 섬세한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이 가능했다. 


처 : 펄북스